엄마를 충분히 못 챙길 때는 내 건강이 나빴을 때여서 내가 건강해야지 엄마도 돌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상태일지와 엄마 환자일지를 꾸준히 기록했다. 나나 엄마나 신경정신과약을 먹고 있는 환자로써 밤되면 증상이 악화되는 이른바 일몰증후군이 있었다. 원래 치매환자의 대표적인 증상인데 나같이 만성적인 우울증환자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임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녁되서 안 그래도 체력, 정신력에너지가 고갈인 상태인데 엄마를 돌보는 일은 그때부터 본격적 시작이니 바짝 정신을 차려야 했다. 최근 들어 인터넷에 저렴하게 정리함을 여러개 사고 자물쇠를 사서 엄마가 옷장에 옷을 다 꺼내 바닥에 다 펼쳐놓고 어지르는걸 어느 정도 해결했다.
먼저 정리함에 옷을 다 개어넣고 자물쇠로 잠가서 창고용도로 내 방을 쓰고 정리함을 정리해놓았다. 액세서리같은 귀금속류도 자꾸 옷장에 아무렇게나 섞어 두거나 간혹 주방에 발견되는 불상사가 있어서 금고도 사서 넣어두었다.
집이 한껏 깔끔해지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대소변 문제.
대소변을 화장실에서 가서 보시는게 아니라 일반 바닥에서 간혹 해결하시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문에 속옷과 옷, 양말이 더러워지면 어머니는 그걸 버리시곤 했고 다시 또 비용이 늘어났다.
내가 좀 더 손이 가지만 다 세척해서 빨아서 쓰는 수밖에.
분명 이정도면 5등급 이상은 나와야하는데 경도인지장애라니. 원통하다. 내가 실습나가서 주야간보호센터에서 본 5등급 할머니도 어머니보다 상태가 좋으셨는데.
등급 재신청을 받는 날 하필 내 약을 타러간다고 깜빡하고 부재중이라 실수를 했다. 그나마 덜 불편한 사람이 더 불편한 사람을 돌보는거지만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가정이라 가끔 속이 답답할 때가 있다. 내 건망증을 자책하니 주치의 선생님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위로해주시고 나에게 덕담과 칭찬을 하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미성숙했던 나도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엄마를 대하는 방법도 좀 더 알게 되고 전보다는 크게 달라진건 없지만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보상심리로 가랑비에 옷젖는 소비로 과소비하는건 잘 고쳐지지 않았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께서 말하길, 고통받는 사람은 구두쇠가 아니라고 하더니! 건강이 나쁘니 자꾸 편한 것만 찾고 그게 고스란히 소비로 이어졌다. 옛날 초등학교 때 일기를 보면 난 용돈 5만원을 받고 300원만 쓰는 짠순이었는데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소비요정이 되었고, 점점 씀씀이가 커지더니 그렇다고 명품, 사치를 즐겨하는건 아니지만 야금야금 생활비를 갉아먹는 주범이 되었다.
이제는 엄마가 아닌 나를 돌보자.
나의 우울이 과소비로 나타났다. 내가 건강해야지 엄마도 건강하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에 때론 언성 높여 싸우고 지지고 볶더라도 부모님은 부모님딴에는 최선을 다하셨고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사랑으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