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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me Aug 11. 2022

인생은 '녹기 전에' 처럼

 [출근길 브랜딩]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대표의 인생을 즐기는 법

주말 간 쓰고싶었던 글을 이미 정해두었다. 분명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침에 롱블랙을 읽고나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아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봐야겠구나. 녹기전에 즐겨야겠구나.


카이스트 출신, 두산중공업 입사 후 7개월만에 퇴사, 당시 꿈의 직장이었던 현대차도 4개월만에 퇴사.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 창업.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뒤지며 그의 사진을 찾아봤다. 사진마다 자신감과 행복한 미소가 있었다. "와, 이 분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박정수 녹기 전에 대표의 '인생을 즐기는 법'이다.


녹기 전에 - 롱블랙


누구나 인생을 즐기고 싶어한다.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 쫓기고, '이 나이에는 뭘 해야해, 그게 끝나면 또 다른 뭘 해야해'라는 사회적 틀에 갇혀 숨쉬는 것도 벅차다. 그리고 행복을 뒤로 미뤄둔다. '이것만 끝내고 쉴거야' 정신이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래왔지 않던가. 고3 수능을 준비할 때, 대학에만 가면 장미빛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직장이라는 새로운 관문이 생겼다. 이제는 취업만 하면 밝은 미래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직장에 와보니 또 다른 관문이 놓여있다. 첩첩산중이다. 과연 이 상황이 끝나기나 할까? 돌아보니 나는 결국 내릴 곳 없는 쳇바퀴속에 있었다.


대흥역 아이스크림 가게의 박정수 대표,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스크림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만큼이나 본인이 유명하다(심지어 나무위키에도 그를 찾아볼 수 있다). 롱블랙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이스크림 철학'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무척 인상깊다.



녹은 아이스크림은 풍미도 질감도 전혀 다르게 변합니다.
녹기 전 딱 그 상태로는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죠.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에게도 생이 있다면, 아이스크림이 아이스크림으로 존재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거예요.”



그는 즐기는 법을 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보였다. 인터뷰 속 웃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가 행복한 이유를 고민해 보았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것일까?' 퇴근하고 집으로 오늘 길에 계속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머릿 속에서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까지 하지 못한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뻔한 이야기부터 하자. 그는 현재를 즐길 줄 알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그토록 외쳤던 'Carpe diem'이다.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그저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만 바꾼 것이 아니라 그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었다. 3.5평 남짓한 아이스크림 가게, 그리고 그 곳에서 자기의 공간은 겨우 1.5평이다. 그마저도 여러 아이스크림 제조 장비를 넣어두다보면 움직일 여유조차 없다. 만일 그곳에서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행위만 했다면 그는 답답해서 뛰쳐나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즐거움을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매일 달라지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만든 것이다. 손님에게 매일의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아닌, '사장 본인의 재미'를 위한 아이스크림 가게다. 주체가 달랐다. 그리고 제조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단골은 직접 당근을 가져다주며 이것으로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팬층이 두터워졌고, 그는 이 과정이 더 재밌어졌다.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두 번째,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녹기 전에'라는 브랜드를 이번에 처음 본 사람도(나도 처음이다) 손님이 끊기지 않는 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면 '성공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의문이 들 것이다. '왜 확장하지 않지?', '프랜차이즈는 안내나?' 등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문이다. 그는 이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어느정도 성공한 가게에 가맹 요청이 무수하게 들어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금까지 그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물론 프랜차이즈화를 시키며 성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스트레스 또한 받았으리라. 지금도 그는 아이스크림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욕심' 대신 '재미'를 추구한다. 그는 말한다. '딱 필요한 만큼만', 이 철학이 그를 행복하게 해준 중요한 요인이다.



저는 성장보다는 ‘생장’을 하고 싶었어요. 확장을 하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하자는 주의죠. 저는 가게의 크기보다, 사람들이 얼마큼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의 이야기는 나 스스로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매번 '현재를 즐겨야지', '너무 큰 욕심은 부리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실천하지 못했다. 물론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그와 비슷하게 시도할 수 조차 없지만, 조금이나마 그의 철학을 느껴보고 싶다. 진정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 내가 가려는 길이 과연 '행복한 삶' 이라는 목표에 도달 할 수 있는 것인가. 빠른 시일 내에 '녹기 전에'를 방문해 그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고민해보는게 좋겠다.



*인용 - 박정수 대표 롱블랙 인터뷰

*사진 -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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