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때려잡는 것에 관하여

작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

by 서은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그중 한 명이 모기를 때려잡지 않고 컵으로 가둔 후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귓가를 욍욍이며 우리의 피를 빨아먹을 기회를 엿보다 적절한 손사래에 지쳐 벽에 붙어 쉬는 모기를 컵으로 가두어 잡은 후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를 직접 본 나는 부드러운 충격을 받았다. 몸에 익은 듯한 그의 동작은 품위 있고 우아했다. 모기가 이렇게 까지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순간이었다.

모기에 대해서는 언제나 당연하게 살의만을 품어왔다. 손바닥으로 때려잡아 뭉개진 모기의 몸, 모기가 눌린 곳에 모기의 모양대로 찍힌 자국, 모기가 빨았던 피가 터져 퍼진 핏자국. 내 공간을 침범하고 새벽시간에 단잠을 방해하는 불쾌한 경험만을 주었던 모기. 그런 모기의 삶의 방식을 존중할 수 있다니! 공존을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다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직접 보았던, 모기를 컵으로 가두어 잡은 후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검질(잡초를 의미하는 제주방언)을 맬 때 달려드는 모기는 서식지가 무자비하게 파괴된 애잔한 존재라는 것을 합리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모기의 날갯짓 소리가 귓가에 들리면 원초적인 짜증과 살의가 솟구칠 수밖에 없다. 미안하지만 이 작은 생명들의 공격은 인간의 검질매기를 멈추게 할 힘이 없다. 여기서 이 안도감 섞인 ‘미안하지만’이라는 감정을 스치듯 느끼는 것은 보편적인 경험일까? 어쨌든 방으로 침범한 모기에게는 더욱 엄격해진다. 자동적으로 저 새끼를 잡아 죽이고야 말겠다는 집요한 살의가 일어난다. 3n 년 간 쌓아온 수많은 모기와의 관계는 그러한 살의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도록 프로그래밍된 듯 즉각적이다. 내 손을 더럽히지 않는 방법으로 홈매트 리퀴드를 사용했었는데 전기 모기약에 약해진 모기는 비실비실 날아다니다 방바닥에 떨어져 죽어있었다. 도구를 이용한 죽임은 간편하고 편리했다. 모기를 이렇게 대해 온 나도 모기가 생태계의 일부이고 나름 존중을 받아야 하는 생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최재천 씨도 모기에 시달리더라도 모기와 함께 사는 지구가 좋다고 그랬었나 암튼 모기에 대한 호의를 표현한 적이 있고 나도 자연스레 동의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모기를 죽이는 것은 정정당당한 정당방위이고 합당한 응징이었다. 이러했던 내게 그 친구의 모기를 때려잡지 않고 컵으로 가둔 후 밖으로 내보내는 동작은 스스로의 모순을 확 와닿게 했다.

나는 좋아 보이는 남의 행동을 잘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모기를 때려잡지 않고 문 밖, 창 밖으로 내보내는 행동을 실천해보았다. 의외로 때려잡았을 때의 쾌감이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고 터진 모기의 시체를 마주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또 유도하는 바람을 타고 순순히 밖으로 나가 주는 모기의 부드러운 동선은 그동안 모기에게 쌓아온 살의가 부당한 것이라고 느끼게 했다.

언제까지 이 행동을 따라 할 수 있을까? 다행히 모기 시즌은 한정이 되어 있다. 이후로 모기를 서너 번 내보냈고 그보다 곱절은 때려잡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깜빡하고 때려잡는 빈도가 잦았고 마지막 만남에서도 때려잡았다. 에어컨으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니 방으로 이끌려 오는 모기가 줄어든 것도 같다. 출입할 때 열린 문으로 나와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최근에는 자주 보던 크고 다리가 긴 모기가 아니고 아주 작고 날쌔고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피를 빨려고 달려드는 모기를 만났고 오랜만에 익숙한 짜증과 살의를 느꼈다. 이 감정은 때려잡는 행위를 다시 정당한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새벽 잠결에 모기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몇 번의 실패 후 본능적으로 거리를 가늠하여 어둠 속에서 뻗은 손으로 모기를 쥐고, 주먹에 한번 더 힘을 주어 모기를 뭉개고 머리맡에 던져둔 모기의 시체는 불편한 동거 중인 개미들이 부지런히 치워 주었다. 나는 되도록 모기를 내보내고 싶지만 자주 그러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동네에서 가끔 마주치는 친구는 마주칠 때마다 흉내 내고 싶은 행동을 보여줬다. 개 앞에서 개가 들을까 봐 말조심을 한다던지, 몸에 올라 탄 개미를 튕겨내거나 물에 씻어 버리지 않고 안전하게 떼어 낸다던지. 어쩐지 나는 이런 행동들이 좋아 보인다. 계속 좋아하고 더욱 좋아하게 되어서 저절로 흉내 내어지게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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