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시작된 혼인
남자 쪽에서 이상하게 혼인을 서둘렀다
오라비가 임관되어 간 곳이 너무 멀고
빨리 휴가를 올 수가 없어
어머니랑 둘이 우물거리는 사이
중매인이 벌써 날을 잡고 예물을 보내고
신랑집에서 다 준비해 혼례를 치르겠다고 해
어쩌다 보니 일사천리로 혼인하게 되었다
신랑은 혼례청에 섰을 때 잠깐 봤는데 눈을 내리뜨고 기쁜 얼굴이 아니었다
밤에 꾸벅거리고 졸다가 깨니 혼자였다
시부모님 인사를 가니 신랑이 과거시험 준비 때문에 어제 학당으로 공부하러 떠났단다
며칠 동안 혼인 때 데려온 소꿉친구들 길상이와 복순이가 여러 정보를 듣고 왔는데 기가 막혔다
신랑이 기생에 빠져있는데 부모님이 혼인하면 돈을 준다고 해서 억지로 혼인했다고 한다
한양 옆 시골에서 자라 약초농사를 지으며 혼인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머니의 간곡한 소원에 어쩔 수 없이 혼인해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다
우선 생각을 해야 했다
어떻게 이 곤경을 벗어날까
내가 죽어야 해결될 문제인데
어떻게 죽을 건가
매일 정화수를 떠놓고 서방님의 장원급제 기도를 열심히 했다
집안 하인들은 불쌍해하고 시부모는 기특하다고 했다
머리를 짰다
한 달 뒤부터 장마인데 북한산 주변 절에는 계곡 물이 엄청 불어 굉장히 위험했다
길상이에게 남장옷과 육포 미숫가루 비를 피할 모자 비옷 돈과 금붙이를 계곡에 숨겨두라고 지시했다
시부모님께 북한산 절이 시험운이 강하다고 소문이 나있으니
장마 전에 빨리 가서 백일기도를 하겠다고 간청드려 돈을 얻어
길상이와 복순이를 데리고 새벽에 떠났는데
옷을 숨겨둔 곳에 도착하자마자
벌써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남장을 하고 비옷을 입고는 여자옷들을 계곡물에 떠내려 보냈다
최대한 빨리 한양을 벗어나려고 장대비 속에 북으로 향했다
여관에서 만난 장사꾼들 틈에 끼어 오라비가 있는 평양 근처로 쉬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걸었다
보름 만에 도착해 장터 끝에 있는 주막에 방을 빌렸다
친척을 찾아왔는데 못 찾았다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하고 주막일도 도우며 할 일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