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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볼말 Apr 19. 2024

메시지와 프레임 전쟁, 선거

#3. 메시지가 프레임이고, 프레임이 메시지다


*정치적 입장을 피력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정치 선거만큼 메시지가 중요한 분야가 있을까?

후보자의 이력서와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나 역시도 이번에 우편함에 도착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하루하루가 바쁜 생활인들에게 선거란, 머리로는 중요하지만 정작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그런 이벤트다. 그래서 '선거'에서의 대표 메시지, 프레임은 강력하고 중요하다. 그게 전부다. 정치 영화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이 결국 연설(메시지) 장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누군가는 이겼고, 누군가는 졌다. 선거결과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메시지와 프레임 설계로 밥 먹고 사는 입장에서 왜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방구석 평론가가 되어보았다.


@Glen Carrie, 출처 Unsplash


예상보다 진보진영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2가지의 관전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첫 번째는 민주당의 정권심판 vs 국힘의 민생안정 메시지의 차이다.


'정권심판'메시지의 작동원리는 심플하다. [거시경제, 금리 이런 거 난 잘 모르겠고요. 요즘 먹고살기 팍팍해 → 지금 정권 별로야 → 정권심판하자] 왜 그럴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사환상의 오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 누군가 도사 같은 사람이 짠 나타나서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거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선거 이후 우리네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도사환상은 이내 마녀환상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내 월급만 제자리고 물가가 이렇게 오른 건 다 XX 때문이야] 대부분의 대중은 현상의 원인과 원리를 찾기보단 쉬운 방법을 택한다. 비난의 대상(마녀)을 정해서 화살을 돌리는 건 쉽고 편리하다. ‘정권심판’ 메시지는 이러한 대중의 본능에 기대어있다. 사실 이 프레임은 특별할 것도 없다.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야권이 취할 수 있는 필승전략인 것이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이번에 보수정당이 취했던 ‘민생안정’은 정책에 기인한 메시지이다. 국힘 스스로도 정책선거라고 자신들의 선거전략을 자평했다. 현 정권이 가진 네거티브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대중들은 정책을 비교하고 꼼꼼히 따질 만큼의 삶의 여유가 없다. 아니 누가 당선되더라도 자신들의 삶에 후보자들의 공약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반복된 실망으로 인해 대중이 즉각 반응하는 남은 정책은 퍼주기 정책뿐이다.


두 번째 관전포인트는 ‘탄압의 프레임’이다. 이번에 유권자들을 괴롭혔던 것 중 하나는 아마 비례대표 정당 투표였을 텐데, 너무 긴 투표용지와 패러디 제목 같은 정당이름이 한 몫했다고 본다. 어쨌거나 이 비례정당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은 3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1, 2위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나는 여기서 탄압의 프레임이 작동했다고 생각했다.(유죄 여부 또는 잘했냐 잘못했냐를 따지는 접근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내가 이야기하는 ‘탄압의 프레임’은 일종의 영웅 서사다. 힘든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고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이런 영웅 서사는 인간이 흥미를 느끼는 원초적인 이야기 구조이자 프레임이며 우리는 이미 이런 영웅서사를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고대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라이언킹의 심바, 배트맨의 브루스웨인, 듄의 티모시 샬라메까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와 소설이 이런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다.


고귀한 혈통

비정상적인 잉태와 탄생

시련과 성장

비범한 능력

위기극복과 성공


@Marek Piwnicki, 출처 Unsplash


현실에서는 정치인도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지를 얻게 되는 면이 있다고 보인다. (좌우와 상관없이)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과거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이런 서사구조와 탄압의 프레임은 정치전략이자 기회로 사용된다. 특히 정이 많은 우리나라의 측은지심 때문에 그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내가 어릴 적 우리 할머니는 박 전 대통령이 TV에 나오면 '아이고 가여워라'를 입에 달고 사셨다). 다시 돌아와 조국 전 장관 가족이 겪은 고초와 일련의 과정들이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며 오히려 지도자로서의 영웅 서사로 팬덤이 결속된 것은 아닐지 방구석 망상을 해본다.


이번 총선 결과를 떠나 '선거'라는 대국민 오디션에서 어떤 메시지와 프레임으로 각자의 정당과 후보를 바라보고 있는지, 선거를 선거로만 보는 전통적인 시선을 조금 비틀어 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이 꽤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동전의 양면처럼 닮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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