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결정하니 당신은 까치, 저는 고양이 같았습니다.
까치와 닮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실제로 그들의 하루가 고되더라도, 사람의 눈에는 언제나 자유로워 보였으니까요. 그것이 머리에 굳어진 관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실은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마주하던 비둘기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왠지 의욕이 없어 보이는 녀석들은 당신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노랗게 메마른 잔디에서 까치를 마주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삼삼오오 몰려 다녔습니다. 익히 아는 지저귐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마지못해 사는 비둘기와 다르게 발랄했고 생명력도 넘쳤습니다.
당신이 꼭 그랬습니다.
고된 하루도 언제나 웃어 넘길 줄 알았습니다. 앞니를 들어내며 보이는 미소는 상대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즐거워 할 줄 알았고 스스로 심각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가끔 그 모습이 어려서 그렇다고 치부했지만, 곱씹어보니 자격지심이었습니다.
제가 고양이 같았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참고로 자동차 밑에서 잔뜩 긴장해 웅크린 길 고양이가 아닙니다. 친구가 10년을 넘도록 키운 밤이라는 고양이가 생각났습니다. 윤기가 흐르는 노란 털을 가진 밤이. 녀석은 보드라운 가죽 소파나 나무로 조립된 타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그시 뜬 눈동자나 널브러져 있는 꼴을 보자면 편안해 보였습니다.
마흔에 닿아갈 수록.
육신은 허약해지더라도 기억이 쌓아온 마음은 빈틈이 없었습니다. 무엇으로도 깰 수 없는 돌멩이 같았습니다. 가스 밸브를 잠근 것을 잊더라도 의연했습니다. 열러 있더라도 불이 날 일은 없었으니까요. 누군가 밉더라도 우선 용서했습니다. 그게 가장 편한 길임을 알았으니까요. 눈가에 그어진 주름이 지혜를 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에 실처럼 가느다란 생채기가 그어져도 괜찮았습니다. 흉터로 번지진 않았으니까요.
마음을 손으로 쥘 순 없더라도 제법 단단하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란 비용을 지불하고 담금질 된 무쇠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너무나 견고한 마음은 금이 갈 시간조차 없이 무참히 깨졌습니다. 무엇으로도 깨질 수 없던 마음은 그렇게 사랑으로 조각나고 흐트러졌습니다.
돌아갈 집이 있는 고양이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까치와 사랑할 순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