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by 인프피아재

당신을 처음 만난 건, 10월에 가로등 하얀 빛무리 아래였습니다.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에 가느다란 눈동자. 거기다가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 나이를 쉽게 가늠하긴 어려웠지만, 확실한 것은 저보단 어려 보였습니다.


"아저씨도 여기에 밥 주세요?"


당신은 등 허리를 가득 채운 커다란 가방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일회용 그릇에 사료를 담아냈습니다. 능숙했고 처음 하는 솜씨가 아니었습니다.


"네."


대답 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낯가림이 심했던 저는 괜히 목덜미를 긁었습니다. 어리더라도 처음 보는 이성과 말을 섞은 건 오랜만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당신의 눈동자가 제 손에 쥐어진 캔으로 향했습니다.


"그건 염분이 높아서 아이들 건강에 안 좋아요."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처음 듣는 말이었으니까요. 되짚어보니 그럴 만 했습니다. 애초에 편의점을 가득 채운 음식은 허기진 배를 채울 순 있어도, 썩 건강에 좋진 않았으니까요. 제가 주춤거리며 겨우 고개를 끄덕이자, 되레 당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그래도 챙겨 주시는 게 어디에요."


당신이 지은 미소는 거짓이 없었습니다. 팀장이란 명패가 달린 자리에서 가식이 섞인 웃음은 많이 봤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눈치도 빨랐던 저는 그것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미소를 보니, 입꼬리는 괜히 올라갔습니다. 당신은 주변에 널브러진 종이 조각이며, 정체 모를 플라스틱 따위를 주우며 말했습니다.


"잘 됐다. 제가 앞으로 사료는 챙길 테니, 아저씨가 물 챙겨오세요."


그즈음 나이를 물었고 당신은 흔쾌히 알려주었습니다. 나이 차이는 손가락 열 개로도 부족했고, 눈동자를 끔뻑이며 겨우 12살 차이가 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라면 한껏 예를 갖춰 고개라도 숙였겠지만, 당신은 도리어 당찼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순식간에 타인과 친숙해지고 업무도 나누는 모습. 회사에서 일도 곧잘 할 것 같았습니다.


그날이 당신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9시에 당신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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