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까지 그 골목에 도착하는 일은 쉽진 않았습니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버스까지 타야 했던 회사. 환승 하는 시간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늦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당신의 연락처도 모르니 구구절절 설명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미안해요. 좀 늦었네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뭐."
묻지도 않았지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회사가 먼 덕분에 야근하는 날에는 제시간에 올 수 없다고 말이죠. 그러자 당신은 손으로 제 어깨를 툭 치며 말했습니다.
"아. 그럼 연락처 알려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톡 하시면 되겠네."
쉽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라면 그리 쉽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흉흉한 일이 예전부터 많았는지, 유독 자주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낯선 남자였으니까요. 뒤통수를 긁적이며 괜찮냐고 묻자,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습니다. 되레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작은 일회용 그릇에 물을 담아내곤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당신은 핸드폰으로 통화 버튼을 꾹 누르더니 저장하라며 이름까지 알려줬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지원. 성은 따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를 물을까 하다가, 굳이 그럴 관계까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껏해야 길고양이 밥과 물을 챙겨주는 사이일 뿐이었으니까요.
"혹시 내일 늦으시면 톡 주세요. 제가 물 챙겨야 하니까."
"그럴게요."
"아 혼자 챙겨주기 심심했는데. 잘 됐다."
잠시 서로를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신은 경상남도 밀양에서 올라왔는데, 이 동네에서는 1년 정도 살았다고 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타지에서 홀로 지내니 여간 심심한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랑 친구 하실래요?"
"친구요? 나이 차이가……."
"아저씨 꼰대예요?"
모처럼 입가에 번진 웃음에 거짓이 없었습니다. 오랜만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표정 관리에 힘써야 했으니까요. 저는 친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되짚지 않아도, 당신이 가장 어린 친구라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커다란 골목길을 두고 서로의 집은 반대편이었습니다. 당신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내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