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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문학자소년 Feb 23. 2016

붉은 눈으로 우주를 보며(2)

목성(Jupiter)에 관해

태양계

정령의 신 머큐리, 시간의 신 새턴. 하지만 그중에서 빛나는 존재는 제우스. 바로 주피터(목성).

신들의 왕이라 불리는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새턴)를 물리치고 최고의 신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부르고 있는 Mercury(수성), Saturn(토성), Jupiter(목성)과 같은 행성들의 이름은 현명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가장 밝게 빛나는 행성은 금성이 아닌가요?
그믐달과 금성. 금성은 행성중에 가장 밝게 빛납니다.(겉보기 -4.4등급)

아시다시피 망원경이 나타난 시기는 1611년, 갈릴레이가 발명했습니다.(정확히 말하자면 최초의 망원경은 1608년으로 갈릴레이가 이를 개선해서 낸 것이 1611년에 나온 망원경입니다.) 행성의 이름을 지을 때만 하더라도 관측기술이 발전하지 않을 때라, 목성이 가장 큰 행성인지 몰랐으며 목성은 금성, 그리고 화성보다도 밝지 않았던 행성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미스터리하게도 가장 밝지 않은 행성에 Jupiter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바로 지금의 목성입니다.

그럼 이 미스터리한 행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성의 기호(좌), 목성에 뚜렷하게 보이는 대적점(우)
기호:♃
지름: 142,984km(적도) / 133,709 km(극)
표면적:6.1419 × 10^10 km^2
질량:1.899 x 10^27 kg(지구의 약 318배)
자전주기: 약 9시간 55분
자전축 기울기:궤도면 기준 3.13°
표면온도: 165 k (−108 °C)
대기 조성:수소 89.8%, 헬륨 10.2% , 메탄 0.3% , 암모니아 0.026%
중력: 2.36G(1G는 지구에서의 평균적인 중력을 뜻합니다.)
위성 수:67개

태양계를 이해하려면 목성을 보라.

위의 말이 나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구 내부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선 운석을 봅니다.

우리 태양계 행성들의 기원을 보면 같은 성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룰 '우주의 역사'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의 뜻은 지구에서 발견되는 원소나 다른 목성, 토성에서 발견되는 원소나 비슷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원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르겠지만요. 그렇기에 많은 과학자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날아오는 운석을 보고 '지구 내부에는 철과 니켈이 있을 것이다.'라고  예측하게 됩니다.

목성을 포함한 거대 행성계(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질량은 태양계 행성 전체 질량의 99.5%를 차지합니다.

그렇기에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목성은 우리에게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단서를 계속 보내오곤 합니다.


저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양계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질문을 받았었는데 목성에 관해선 크게 3가지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목성에도 땅이 있나요?
목성은 가스덩어리입니다.
언젠가는 목성에도 우주인들이 달처럼 깃발을 꽂고 오겠지!

제가 어릴 때 했던 생각들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미래를 그리라는 숙제를 내주 신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닐 암스트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었고 달에 미국 국기를 꽂는 모습을 본 저는 이렇게 위와 같이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행성에 깃발이 꽂혀있는 그림을 그렸었는데 당시 담임선생님이 그림을 보시고 웃으시면서 "그림에 무언가 잘못 그려진 게 있단다. 한번 찾아보지 않을래?"이 말 한마디가 저를 천문학으로 이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그림을 보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내가 그림을 못 그렸나 등등. 여러 고민들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계속 고민하고 책도 찾아보고 한 결과,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계에는 땅이 없기에 깃발을 꽂을 수 없다!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성은 거대한 기체 덩어리입니다.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수소, 헬륨처럼 (수소와 헬륨은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때, 수소와 헬륨의 비는 3:1이며 이 비율은 나중에 빅뱅을 입증하는 증거가 됩니다. 이 내용 또한 나중에 다룰 '우주의 역사'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목성 또한 수소,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말은 즉, 목성 표면에 에 깃발은 안타깝게도 꽂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다른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몸이 불타거나 죽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목성 표면에서 떨어진다면 목성을 통과할 수 있을까?(목성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을까?)
목성의 내부구조

목성 표면으로부터 떨어지는 우리는 목성의 중심부 방향으로 계속  추락할 것입니다. 계속 추락하던 중, 갑자기 어느 지점부터 무언가에 가로 막히게 됩니다. 바로 액체 금속성 수소. 이것에 의해 조금씩 가로 막히게 됩니다.

액체도 뚫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뚫는다고 가정해도 결과적으로 고체상태로 이루어진 핵(얼음/암석 핵)에 의해 가로 막히게  될 것입니다.

즉, 목성을 뚫고 나오기는 힘들것 같네요. 뭐 깃발을 목성 내부에 세울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두 번째.

목성도 토성처럼 고리가 있죠?
고리가 아름다운 토성.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한 가지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고리는 토성에만 있다.'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늘 봤던 사진들을 본다면 토성을 제외한 목성, 천완성, 해왕성은 고리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의 주인공인 목성이야말로 아주 희박합니다.

주황색 선으로 보이는 것이 목성의 고리입니다.

사진을 보시더라도 목성의 고리는 뚜렷하지 않게 나타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성 고리의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광학적 깊이 10^-6) 관측하기가 힘듭니다.

목성고리의 구조.

목성 고리의 구조를 나눈다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안쪽에 존재하는 뿌연 무리로 이루어진 헤일로 고리, 중간에 주 고리, 그리고 가장 바깥에 있는 얇고 희미한  고리. 이 세 부분이 모여 목성 반경의 3배가 되는 거리에 고리로 존재합니다. 이 고리들은 쉽게 말하자면 먼지입니다. 이 먼지들은 고리 내의 작은 위성(위의 그림에 보이시는 위성들)에 충돌하는 미세 운석에 의해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 고리는 보이저 2호가 목성을 관측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성은 고리가 없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보이저 2호를 통해 목성에는 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죠.

토성: 내 훌라후프는 어떻게 생긴 거야?!

하지만 목성뿐만이 아닌 토성, 해왕성, 천왕성의 고리의 형성에 대해선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운석 충돌, 조석력등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기에, 토성의 물음인 "내 훌라후프는 어떻게 생긴 거야?!"라는 질문은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목성 표면에 큰 점은 뭔가요?
대적점. 지구보다도 큽니다.

바로 붉은 눈. 대적점입니다.

대적반(Great Red Spot)이라고도 불리는 대적점은 너비와 길이가 지구 지름의 두배에 달합니다. 대적점을 지구의 환경에 비교해 보자면 일종의 폭풍(고기압성 폭풍)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폭풍은 지난 3세기 이상 관측되고 있습니다.

목성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띠.

대적점에 대해 좀 더 알기 전에 또 다른 목성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목성뿐만이 아닌 거대 행성의 대기에서 관측할 수 있는 것인데 일정한 위도를 따라 띠를 이루는 구름입니다. 이 구름이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다르며 특히 대적점을 사이에 둔 두 구름의 이동방향이 다르기 때문에(위:시계방향, 아래:반시계 방향) 대적점 내부의 회전현상은 반시계로 회전하게 됩니다.(회전주기는 가장자리의 외류가 7일에 한 바퀴를 돕니다.) 이때, 대적점 내부의 풍속은 초당 100m로 아주 빠르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이 광활한 붉은 눈은 영원할 수 있을까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매서운 폭풍은 비록 3세기 이상  관측되었지만 언젠가는 폭풍 또한  잠잠해질 것입니다. 마치 1989년에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도착했을 때, 남반구의 대 흑점을 발견했었습니다.

해왕성의 대 흑점.

하지만 1994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다시 해왕성을 관측했을 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 후 1995년에 다른 흑점이 북반구에 나타났죠.

즉, 불멸과 영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목성의 붉은 눈 또한 사라질 것이고, 다시 새로운 붉은 눈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목성 또한 사라질 것이고 태양계라는 작은 섬이 다시 우주의 바닷속으로 하나하나의 먼지가 되어 흩어질 것입니다. 제우스의 불멸의 꿈은 안타깝게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를 지켜주는 목성.

목성은 고독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지구의 생물 중 하나였던 인간이 목성의 아픔을 알아주고,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고 살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목성의 붉은 눈, 대적점이 왜 생겼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을 붉은 눈으로 보며 위험을 무릅쓰면서 지켜주기 위해서 입니다."

인류는 목성의 붉은 눈을 기억할 것입니다.
 -천문학자 소년-



오랜만의 글이다보니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잘못 썼거나 틀린 내용이 있다면 꼭 댓글에 남겨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좋은밤 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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