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매몰되는 순간, 다시 광고 취급 받을 것
사람들이 광고를 보지 않기 시작한 이후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아이템은 여러 마케터들에게 좋은 ‘보고거리’가 되었습니다. 허나 요즘들어 ‘브랜디드 콘텐츠 = 웹예능’으로 정형화된 것 같아 조금은 식상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콘텐츠를 보면, 분명 조회수는 100만을 훌쩍 넘지만 댓글이나 좋아요는 100개가 채 되지 않거나 심지어 무플인 경우도 많아 과연 효과적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곤합니다.
웹예능 브랜디드 콘텐츠의 대표격인 삼성 갤럭시의 ‘프로덕션’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슈몰이에 성공했습니다. 무한도전 중 무한상사가 연상되는 내용으로, 셀럽으로 구성된 마케팅팀이 업무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제품 홍보가 내용의 주를 이룹니다.
전년 진행한 ‘프로덕션Z’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시즌2인 ‘프로덕션 522’를 진행했습니다.
에피소드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인 1편을 보면 조회수는 약 350만회, 댓글은 154개, 좋아요는 1,60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2.05 기준)
해당 성적을 객관적인 지표로 보기 위해 다른 콘텐츠들과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다른 콘텐츠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해보기 위해 인게이지먼트(소비자 활동지수 : 여기서는 댓글수로만 비교)를 조회수로 나눈 수치를 계산해보면 0.0044% 수치를 나타납니다.
프로덕션 522(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타 브랜드에서 진행한 브랜디드 웹예능 콘텐츠도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자 상호작용이 발생합니다. 휠링캠프(현대차), 열일사원(11번가)를 보면 조회수 대비 댓글 비율이 소수점 세자리에서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온라인 상에서 자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웹예능 3편과도 함께 비교해보면 브랜디드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이 꼭 마케팅 성공의 척도는 아니지만, 일반적 콘텐츠에 비해 너무나도 낮은 비율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회수 또한 자발적으로 찾아서 본 오가닉 비율보다 비용 투입해 노출시켰을 것으로 판단해보면 인게이지먼트 수치는 더욱 초라해집니다. 등장한 유명 연예인, 스탭, 촬영장비 비용까지는 굳이 이야기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가 광고에 비해 형식 상 더 자유롭고, 소비자와 길게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허나 그 효과가 그리 그치 않고, 소비자에게 광고로만 치부된다면 굳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진행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 상기 3개의 브랜디드 콘텐츠의 인게이지먼트 성적은 조금 아쉽습니다.
사람들과 대화에서 처음듣는 예능 제목들이 늘어갑니다.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 이유는, 콘텐츠의 절대량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에선 정말 매일 콘텐츠가 추가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상파, 종편, 케이블 가릴 것 없이 TV에선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무리 곡물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하루에 4~5끼를 먹지 않는 이상 소비량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의 콘텐츠 소비 또한 하루가 25시간이 되지 않는 이상 정해진 한계를 넘을 수 없습니다.
퇴근 후 부터 자기 직전까지 약 3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제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는 자명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저에게 의미있는 콘텐츠를 볼 것입니다.
혹자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가진 숙명이라고 합니다. 브랜드가 콘텐츠에 붙는 순간 소비자는 절대 찾아 보지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콘텐츠는 어떤 사람의 일정 시간을 점유할 때 의미를 가집니다. 그런 점에 있어, 브랜디드 콘텐츠가 ‘콘텐츠’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순간 이들과 경쟁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반향을 일으켰던, 그로 인해 인게이지먼트가 우수했던 브랜디드 콘텐츠들을 보면 콘텐츠 자체가 ‘찾아보고 싶은’, ‘궁금한’ 이라는 요소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레드불이 도전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전례 없는 스카이다이빙을 우주에서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비용 투입이 없더라도 성공한 콘텐츠도 있습니다. 참이슬(진로)의 ‘이슬라이브’는 평소 보기 어려운 가수들의 취한 모습과 그 과정에서 ‘쌩 라이브’를 전달한다는 심플한 컨셉으로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콘텐츠를 생산했습니다.
‘레드불 SPACE JUMP’의 댓글/조회수 비율은 0.064%, ‘이슬라이브 -원더걸스’ 편은 0.071%를 나타냅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도 우수한 인게이지먼트를 나타낼 수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물론 브랜디드 콘텐츠에는 많은 제약이 존재합니다. 필터링 없는 내용이 자칫하면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가져다 줄 수 있기도 하며, 등장인물의 사건사고로 영상을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KPI 미 달성에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브랜디드 콘텐츠 또한 단순히 광고보다 나은 방법이라는 위로에서 벗어나 조금 더 과감하고 이목 끌 수 있는 고민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앞선 사례로 볼 때, 성공을 자신하기 어려운 콘텐츠 시장에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너무 자세한, 많은 브랜드의 설명은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는 재미난 무엇을 하는 브랜드라는 것만 남겨도 오랜 시간동안 기억해주고 회자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