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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넛레터 May 20. 2022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도넛레터의 인생 조언을 배달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기록이 남기 싫어서 차마 다 풀지 못하는 가정사가 있지만, 어렸을 적의 상처가 커서도 남았는지 나이만 찼지 제가 아직 미성숙한 거 같아요. 어른이 된다는 건 남에게 쉽게 의존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감정과 행동, 말에 책임을 지고 다른 이의 버팀목이 되는 존재라는데 심리적으로 불안을 쉽게 느껴서 스트레스로 공황까지 겪다 보니 주위 지인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돼요. 누군가는 어른이 된다는 건 나 닮은 아이 하나를 낳아 독립된 성인으로 기를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그러고, 누군가는 경제적으로 자립했을 때 어른이 된다 그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이가 차면 어른이 된다 그래요. 주위에 의지할만한 어른이 없어서였나 싶은데 제정신적 성장은 고등학생 때로 멈춰져 있는 거 같아요.


안녕하세요. 어른이란 정말 어려운 말입니다. 성인이라면 아주 간단한데 말이에요. 그냥 만 19세가 되면 되잖아요. 술을 마실 수 있고, 담배를 필 수 있고, 혼자서 찜질방에서 잘 수도 있고요. 하지만 어른은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요? 어떤 게 어른일까요?


기준은 사람마다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의 정확한 개념 같은 건 없어요.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인 거죠. 각자 자기만의 어른에 대한 개념이 있고, 그것이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으면 된다고 봐요. 남의 생각을 빌려오든 스스로 만들어내든 말이에요. 그러니까 누가 어른은 이런 거랬어,라고 말했다고 해서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남의 말을 듣는 것 자체는 도움이 많이 되죠. 상대방이 이런 게 어른이야,라고 말해주면 그 이유까지 같이 들어보면 어떨까요? 근거를 듣고 나면 더 쉽게 이해가 되고, 납득하기 좋아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저런 게 아냐,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실지 모르지요. 정작 본인도 자기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뭔지 모를 수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동글이님께서 언급하신 어른의 다양한 정의를 보고 납득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글을 쓰러 얼른 달려왔어요ㅋㅋ 먼저, 어른이 남에게 쉽게 의존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감정과 행동, 말에 책임을 지고 다른 이의 버팀목이 되는 존재라는 말에 조금 뜨악했어요.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봐요. 그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죠. 어른은 특히 신경 써야 하는 거고요.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독립적인 존재이고(누구도 나는 아니라는 의미에서요), 또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사회적인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늘 단정하게 관리하면서 남들과 무던하게 섞여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남에게 쉽게 의존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다른 이의 버팀목이 되는 존재라는 말에는 조금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어른이란, 스스로를 책임지되 힘들고 어려울 때 남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의존하지 않고 모든 걸 자신이 떠안으려고 하는 것은 정말 외롭고 쓸쓸하고, 어쩌면 가장 상대방을 생각해주지 않는 행동인지도 몰라요.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걸요. 스스로를 책임진다는 것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되 할 수 없는 일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남에게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아야겠죠. 나 이게 너무 힘들어요. 도저히 할 수가 없는데, 당신이 이런 부분에서 나를 이렇게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게 현실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의존하지 않으면 우린 살 수가 없어요. 언제 무엇을 어떻게 의지하는지(정확히는 도움을 요청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동글이님께서 스트레스성 공황 때문에 주위 지인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을 의지하고 계신 거니까 어른으로서 적당한 대처를 하고 계신 겁니다. 그분들과의 관계 속에서 동글이님께서 예의를 다하지 못하시거나, 너무 지나친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시거나,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단 하나도 없었다면 자신을 돌아볼 필요는 있겠으나,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도 어른인 거예요. 무조건 참고 누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또, 우리가 반드시 다른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자기 한 몸 책임지고 살아가면 그걸로 된 거죠. 키워야 하는 아이가 있거나 서로 의지하기로 약속한 사이(결혼을 했다던지, 그게 아니라도 평생 서로의 삶을 지탱해주기로 서로 약속한 사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고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하면 하고, 그게 아니라면 일단 자신의 삶부터 지키고 봐야지요. 세계시민으로서의 인류애나 자연 감수성을 말릴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만 카페에 들어가면 커피를 꼭 시켜야 하는 것처럼 어른이 되려면 누군가를 지탱해줘야 하는 그런 체계는 아니라는 겁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서로 조금씩 아껴주는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죠.


그리고 또, 나 닮은 아이 하나를 낳아 독립된 성인으로 기를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경제적으로 자립했을 때 어른이 된다고도 하셨고요. 나이가 차면 어른이 된다고도 말씀하셨네요. 아이를 낳는다고 꼭 어른이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닐걸요. 세상에 못된 부모도 참 많답니다.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아이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이를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직장이나 모임에서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사람의 자식에게는 어른이 아닐 겁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면 어른이 된다고요? 저는 돈이 많고 남을 헐뜯고 못살게 굴고, 아주 잔인한 말만 골라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나이가 차면 어른이 된다고요? 그건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건 어른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아주 절대적인 기준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조차도 안타깝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지요. 물론 경제적인 독립, 많은 나이, 육아 등등이 어른이라는 걸 나타내는 기준들이 되지만, 그게 항상, 매번, 모든 경우에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러니까 동글이님께서 이 모든 기준들을 만족하려고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저는 제일 중요한 건 맨 위에 말씀드렸던 스스로의 감정, 행동,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책임이란 것 안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적절하게 요청하는 것도 포함돼요.


주변에 의지할 만한 어른이 없었다니, 그것은 분명 즐겁거나 좋은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망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나 조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나는 왜 내 주변의 어른들을 의지할 수 없었나? 그들의 무엇이 내게 상처를 남겼고, 무엇이 내가 그들을 참된 어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나? 그리고 그 반대도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어른이 아니어도 되니까요)이 되고 싶은가?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옳을까? 돈을 어떻게 벌고 사용해야 좋을까? 친구와 이웃과 세계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어떤 말은 하고, 또 하지 말아야 할까? 어른이라는 거창한 말이 갑갑하고 막막하시다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반대를 목표로 하거나, 어렸을 적(물론 지금 당장도 괜찮아요) 기대했던 어른의 행동을 떠올려도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스스로의 감정, 행동,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동물과 식물과 친구와 이웃, 모르는 사람이든 길가에 민들레든 비둘기든 모든 살아있는 것들(무례하고 폭력적인 것들 빼고)에게 정중하고 친절한 사람.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적절하게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매사에 감사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준들 역시 절대적인 건 아니죠. 참 어렵네요.


어려운 가정사를 안고 계시군요. 그것들이 둘둘 뭉쳐서, 삐죽삐죽 가시를 세우고, 아직도 동글이님의 가슴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 때문에 스스로가 미성숙하다고 느끼고 계시는군요. 좀 웃긴 이야기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저는 스스로가 미성숙한 걸 깨닫는 것이 가장 어른다운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갖다 붙이는 위로는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진짜예요. 어른은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하는데, 거기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겁니다. 동글이님은 지금 그게 되는 거잖아요.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미성숙하면 어때요? 엄청나게 괜찮아요. 미성숙하지 않은 것 이콜 어른은 아니니까요. 어른도 당연히 미성숙해요! 우리는 키만 멈췄지 계속 성장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내면의 성장을 결코 멈추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탈고란 무엇인가? 글의 완성인가? 그렇지 않다. 더 이상 고칠 수 없을 때까지 고치고 포기하는 것. 그것이다.라는 말인데요. 사람도 이야기입니다. 아주 긴 이야기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성숙한 결말 같은 건 웬만해선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얼렁뚱땅 왔다가, 긴 글을 쓰고, 다듬고, 지우고,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고, 더는 다듬을 수 없을 때 포기하는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성숙은 동글이님께서 추구하지 않으셔도 되는 목표입니다. 만족스러운 미성숙을 목표로 하면 되죠.


저 역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글이님, 우리는 언제나 우리 자신일 뿐입니다. 고등학생으로 머물러있으면 어때요. 어떤 고등학생인지가 더 중요해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걸쩍지근하시다면, 어떤 내가 될지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맛있는 밥을 드시고, 부드러운 이불을 덮고 주무시고, 따뜻한 햇살 아래 산책을 해보세요. 요즘 날씨가 아주 좋더라고요.

그럼, 자주 응원하겠습니다.



From. 호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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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레터는 누구나 익명으로 질문하고 조언할 수 있는 경험지식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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