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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Feb 06. 2023

49. (번외) 우린 할 수 있어요!

* 어머니의 이야기(3)

- 우린 할 수 있어요! (2014년 7월 X일)


 이날을 얼마나 기다리며 마음 졸이며 살아왔는지 정말 우리 환우들도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이 글을 올려야할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환우분들이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문제이기도해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 아들은 군 제대 후 25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병원 세 군데를 전전하며 마지막에 형제로부터 반일치 이식을 받고 3개월 후면 5년이 됩니다. 

 다른 환우분들처럼 어려운 난관에 여러 번 부딪히기도 하고, 가슴 철렁한 적도 많았지만 나이 서른에 학생신분이고, 취업 걱정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아플 때에는 건강하게 살아주기면 하면 아무 걱정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취업공부에 매진하는 아들을 보며 마음이 정말 짠했습니다. 친구들은 결혼한다고 청첩장 날아오기 시작하고요. 

 이 사회는 아픈 사람에겐 정말 냉정하고 절대로 배려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취업을 하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한편으로는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기업만 골라서 넣었는데요. 준비도 부족하고 몇 년 공백기가 있다보니 다른 지원자보다 나이도 많아서 마음이 급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일이 많은 대기업은 체력적으로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안정적인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드디어 한 회사의 인턴채용에 합격했고 첫 관문인 신체검사가 마음에 걸려서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여기저기 문의도 해보았습니다. 과거 병력을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완치는 되었지만 만약에 면접에서 떨어져도 떨어진 이유를 우리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다행히 문진은 하지 않고, 혈액검사 결과만 봤는데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에 신체검사는 합격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 * *

 인턴생활을 마치고 최종 임원면접까지,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눈치만 봤습니다. 아들은 얼마나 떨리던지 겁나서 전화기도 꺼놓았습니다. 인턴사원 중 일부는 탈락이어서 얼마나 조마조마한지요. 발표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확인해보니 ‘축 합격’이라는 단어가 보이더군요. 우리 가족 부둥켜안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이런 날이 우리에게도 오는구나. 정말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 동안의 투병과정과 취업준비하면서 마음 졸였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더욱 감격스러웠습니다. 이제부터 체력보강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우리 환우분들께 조금이나마 기쁨과 희망의 소식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 글을 썼습니다. 우리도 건강만 되찾으면 할 수 있습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의 끈을 꼭 붙잡으세요.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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