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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Feb 09. 2023

50.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은?

 하고 싶은 것은 해보자는 것이 인생 모토가 되었다, 티브이에서 맛집이 나오면 찾아가고, 멋진 장소를 찾아서 여행을 갔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갔고, 시간이 안 맞으면 혼자서라도 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내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제주도의 거문오름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그곳은 제주의 360여 개의 많은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오름이었다. 유산 보존을 위해 하루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고, 음료수나 음식, 긴 우산도 가져갈 수 없었다. 그곳이 너무 가보고 싶어서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했다. 거문오름은 유네스코에 지정된 자연유산답게 정비가 잘 되어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탐방 해설사님이 시간대에 입장하는 그룹을 가이드해주셨다. 덕분에 나무 이름이나 오름의 유래와 역사 등을 알게 되어 더 재미있었다. 

 거문오름은 수풀이 우거진 거대한 산숲이었는데, 제주도 말로 그런 숲을 곶자왈이라 불렀다.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보는 새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무가 얼마나 울창한지 햇빛이 강한 맑은 날이었는데도, 오름 안으로 들어가자 어둡고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숨을 깊숙이 들이마시니, 상쾌한 피톤치드가 폐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3시간의 거문오름 탐방은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순천이다. 기차를 타고 순천역에서 내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순천만 습지까지 갔다. 순천만은 티브이에서 보던 것보다 더 광활한 습지였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갈대밭은 끝이 없었고, 조그만 참게가 습지에 숨어 나를 쳐다보았다. 지평선까지 이어진 누런 갯벌을 붉은 태양이 적시고 있었다. 자연은 참 아름다웠다. 인간은 그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과 번뇌를 잊을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아팠다는 기억까지도. 

* * *

 코로나가 터졌을 때에는 쉽지 않았지만, 그전까지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일 년에 세 번 정도 갔다. 인생은 짧고 아름다운 곳은 많다. 아플 때 못 갔던 여행을 분풀이라도 하듯이 많이 가려고 노력한다. 멋진 여행지에서 사진도 예쁘게 찍고, 소문난 맛집도 찾아다닌다. 맛집의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찾아간 보람을 느낄 때에도 역시 희열을 느낀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했던가.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 건강하게 걸어다닐 수 있을 때, 어떤 것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될 때, 오늘이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고 여행하기 좋은 날이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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