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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Mar 06. 2023

55.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010년에 개봉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한 문장 안에 인생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티브이를 틀면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맛있는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나온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먹는 행위는 사람과의 친밀감도 높여준다. 우리나라 말 중 ‘식구(食口)’라는 말은 가족을 뜻할 정도로 식사를 함께 한다는 의미는 크다. 내가 생각하기에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음식은 영양소 섭취의 근본이고, 건강을 챙기는 사람치고 아무거나 막 먹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술도 마찬가지다. 아프기 전에는 술을 엄청 좋아했다. 친구들은 내가 만약에 아프지 않았더라면 술로 인해 금방 세상을 하직했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을 이식한 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요즘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서 마시지 않는 것도 있고, 취하는 게 싫은 것도 있다. 

 암이나 백혈병을 치료받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폭음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백혈병의 경우에는 이식을 받고 5년 정도 지나면 술을 취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만 마시라고 권고한다. 술이 백혈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건강에 대한 마음가짐의 문제일 것이다. 나는 병에 걸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나의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지금은 매우 건강하지만 건강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가급적이면 좋은 음식을 먹으려하고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병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무작위로 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 * * 

 기도는 종교적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광범위하게 우리의 희망을 간절히 바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유무와 신을 믿고 안 믿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종교가 있으면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하면 되고, 종교가 없으면 희망에 기대어 간절히 바라면 된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겸손하고 겸허한 삶의 태도를 가진다. 자신의 상황이 힘들고 어려워도 기도를 통해 잠시나마 고통을 잊고 밝은 미래를 희망하며 긍정적으로 사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보다 위대한 행위가 있을까. 골수검사를 받을 때, 무균실에서 홀로 치료를 받을 때 나를 지켜준 것은 하느님에 대한 기도였다. 우리 집과 성당에서는 많은 교우분들이 기도해주셨다. 기도가 아니었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해보시기를 추천한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것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신께서 지나가다 당신을 굽어살피실지도.

* * *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살면서 많이 보는 단어이지만 정작 입에서 나오기는 참 힘들고 쑥스러운 말이다. 나도 아프기 전에는 그랬다. 군대 갔다 온 다 큰 아들이 부모님이나 여동생한테 ‘사랑합니다‘ 말 한다고 생각하니 어색했다. 하지만 죽을병에 걸리고 나서야 사랑한다는 말은 머릿속에 가두지 말고 입 밖으로 말해야 더 큰 의미가 있고 잘 전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가족도 아마 그것을 깨달은 것 같다. 나도, 우리 가족도 내가 아프고 난 후에 ’사랑한다‘라는 말을 잘하는 편이다. 말로 그치지 않고, 포옹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나는 내일 모레 마흔을 바라보지만 부모님과 헤어질 때 손가락 하트를 한다. 고령의 할머니를 매달 찾아 뵐 때면 손을 잡고 걷는다. 헤어질 때에는 할머니의 작은 몸을 꼭 안아드린다. 죽으면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 건강하고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앞으로도 많이 할 생각이다. 


- 아픈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신 부모님, 두려움을 무릅쓰고 오빠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준 동생, 그리고 나의 아픈 과거까지 이해해주고 받아준 와이프, 다시 한 번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세상에는 감사한 일이 참 많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지> 끝.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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