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무디 Jan 07. 2024

아기가 잠에 들면


출산 이후 처음으로 글을 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제 제법 여유가 생겼나 보다. 육아의 바쁨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적응이 된 몸은 힘이 있든 없든 바쁜 하루 속에서 군말 없이 분주히 움직여준다.


엄마는 함부로 아플 수 없다는 걸 처음 느꼈다. 내 팔뚝 절반만 한 아기를 내내 안고 살며, 나 없이는 누워있는 자세도 바꿀 수 없는 아기를 두고 나는 함부로 아플 수 없다. 내가 아프면 어쩌지, 아파도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아파야지. 늘 그렇게 생각했다.


12월 한겨울이 찾아오고 나는 아팠다. 요즘 독감은 피해 갈 수 있는 겨울의 필수 코스 아니던가. 잘 나가지 않는 편임에도 떨어진 면역력은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도 유난을 떨며 발버둥을 쳐댔다. 몸살 한번 목감기 한번, 얕은 두통을 짧게 자주. 그래도 우리 아기는 괜찮으니 다행이었다. 무거운 몸 이끌고 새벽수유도 하고, 아침 7시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일어나는 아기의 하루도 밝게 반겨도 주고. 나는 내 역할에 늘 최선을 다한다는 맘으로 육아를 한다. 할 일은 해야지. 그게 육아라서 다행이기도 하다.


200일이 갓 넘은 우리 아가, 첫 감기에 걸렸다. 6개월이 지나면 엄마에게 물려받은 면역력이 점차 줄어든다는 말을 얼핏 듣기는 했다만. 이렇게 6개월 되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와 준 감기에, 당연하게 외출하던 우리가 미워졌다. 좀 조심할걸. 아프지 않은 게 특별한지 몰랐다.


덕분에 나는 며칠째 신생아 때 세우던 밤을 새우듯이 한다. 6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어야 하고, 자다가도 연신 기침을 해대는 아기 소리가 들리면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지는 게 계속 선잠을 자게 된다. 사실 아기를 낳고 계속 새벽 수유를 해왔기 때문에 한 번도 푹 자본 적이 없긴 하지만. 아픈 아기를 간호하는 불침번은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아기가 잠에 들면 오늘을 돌아본다. 감사하다. 잠든 아기는 내 맘속에 모든 악을 녹여준다. 매일 보는데도 부쩍 커있는 모습에 생명의 신비함을 느낀다. 뱃속에 품었을 때와는 또 다른 신비함. 얘가 내 뱃속에 콩알만 할 때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어떻게 자랐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해준 건 고작에 불과한데 말이다.


참 잘도 잔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눈을 꼭 감고서 꼼지락꼼지락 움직여가는 잠버릇도 생기나 보다. 너무 뒤척일 땐 조그만 볼에 내 볼을 살짝 데어주면 숨소리가 편안하게 만들어주는지 새근새근 다시 잠든다. 내가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구나, 내 존재가 이 아기에겐 편안함이 되는구나. 그 사실이 나를 엄마로 만들고 엄마를 강하게 만든다.


잠든 아기 옆에 슬쩍 눕는다. 전엔 있는 듯 없는 듯 인형크기만 하더니 이젠 제법 존재감이 있다. 아기의 손을 내 손 위에 얹어본다. 그새 컸다. 내일은 더 재미있게 놀아줘야지. 아기가 잠들면 나는 벌써 내일이 시작된다. 엄마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17kg짜리 배낭을 메던 나를 보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