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무디 Jan 10. 2024

감정적인 사람


나는 너무도 감정적인 사람이다. 눈물도 많고 쓸데없는 의미부여도 잘하고 쉽게흔들리고. 새벽엔 더욱 예민해지는 감정선에 어릴적에 밤도 많이 셌었다.


아이를 낳고 나는 강해져야했다. 24시간 붙어있는 아기 옆에서 감정을 억눌러야하고 좋게 생각해야하고, 긍정에 힘을 내야했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나만의 노력과 어려움이 종종 벅찰 때면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고, 다시 정신 차리고의 반복.


나는 감정적인 사람인데 아이 앞에선 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릴적 생각해보면 엄마는 우리 앞에서 눈물을 잘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순간에 어떻게 견디셨나 싶을 정도의 상황에서도 엄마는 더 무섭고 강해보이셨다.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컸는데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원래 새벽에만큼은 안깨고 잘 자는 아기가 오늘은 새벽 1시부터 깨더니 두시간을 내내 울다 잠들었다. 같이 울었다. 하루종일 빡쎘던 육아에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는데 잠도 잘 잘 수가 없다니. 그래도 기관지염에 고생하는 아기를 보며 미안하다, 엄마가 미안하다 속삭이며 분유를 더 먹여보고 안아도보고. 겨우 겨우 잠들어주었다.


내일 아침엔 7시반부터 소아과에 다녀와야하는데 막막해진다. 생각이 많아진다. 감정이 올라온다. 감은 눈에 분주한 머릿속, 어디에 말할 곳 없을 때 나는 글을 써본다.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길 바라며, 좋은 감정이 조금이라도 올라오길 바라며.


나도 감기에 걸려 꽉 막힌 코에 으슬으슬한 몸 컨디션이 나았다 심해졌다를 반복하는 하루였다. 병원갈 시간도 없이 하루가 갔다. 내일에 자신을 내야하는데 두렵다. 아이를 안고서 나는 자주 불안하다. 다들 이럴까, 엄마아빠도 이러셨을까.


바쁜 남편이 옆에 있지 못하는게 밉다가도 다행이다.내 예민함에 다툴 일 없어서, 그래도 이 힘듬은 나만 겪으니 한 사람이라도 육아에 힘을 낼 수 있을테니.


나는 감정적인 사람인데 감정에 귀기울일 여유가 없다. 하루에도 할일이 쏟아져 쌓이고 나는 쉬지 않는 공장 챗바퀴처럼 움직여야한다.


감정적인 사람이라 마음을 또 추스려본다. 내 감정에 더한 감정으로 다독여본다. 잠든 아이의 손, 발, 얼굴을 쓰다듬어 보며 제법 커있는 걸 느껴보고, 건강함에 감사하다 말해본다.


오늘의 고비도 잘 넘겼다.



작가의 이전글 아기가 잠에 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