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인 줄 알았는데 1시였을 때

by 조무디


엄마가 된 나의 오전은 온전히 아기를 위한 엄마의 하루다. 분명 7시에 일어났는데 9시가 넘은 시간까지 등원준비가 끝나지 않고, 9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겨우 현관문을 나선 오늘이었다.


비단, 오늘 뿐만이 아닌 일이지만 오늘은 유독 집에 있고 싶은 날인지 기저귀 한 장부터 겉옷까지 한 컷에 이뤄진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기분 잘 달래가며 데리고 나오면 그래도 다행인 게 어린이집이 바로 옆 동이다. 나에게 있어선 발걸음이 살랑일 수 밖에 없는 육아 퇴근의 시간. 울며 들어간 아이가 마음에 걸리지만 나의 하루가 생겨야 아이와의 시간에 충실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나의 하루라고 해봤자 오전은 집안일에 묶이는 게 일반적이다. 어제 분명 먼지 한 톨까지 싹 치워둔 것 같은데 어쩜 이리 다른 집에 온 것 같은지. 무거운 외투에 짓눌려 옷 벗으러 방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주저 앉아 멍하게 보낸 날들이 적지 않다. 아까운 시간인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이게 번아웃인지 육아우울증인지 그냥 게으른건지 모를 공허한 순간을 나는 매번 이겨내지는 못한다. 그런 나에게 나는 싫증들이 스트레스로 쌓여 엄한 곳으로 불똥을 날리는 일도 지긋지긋하게 많았다.


오늘은 왠지 그러고싶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하늘이 나를 일으켜세워주시는 날들이 종종 있는데 오늘이 그 날인가보다. 외투도 벗지 않고 고무장갑을 꼈다. 어제 야심차게 만들었던 감자스프, 감자로 만든 음식 중에 가장 맛있다며 밤 8시에 빵을 듬뿍 찍어먹던 딸래미와 남편이 생각나는 좋은 추억의 잔해물들이 설거지통에 가득 담겨있다. 다소 기름지지만 부피만 커서 뭐 해놓고나면 별것도 아닌 설거지를 호다닥 끝내놓고나니, 내 몸은 본격 집안일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 외투를 벗고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운동 가기 전에 다 끝내놓아야지! 스스로도 뿌듯할만큼 내 생에 가장 기분 좋은 긍정의 말을 내뱉으며 식탁부터 거실, 놀이방, 안방을 차례로 치웠다. 치우다보니 아기 책장에 책도 갈아야하고 아기 빨래통을 보니 언제 빨래가 또 잔뜩 쌓여있다. 집안일의 8할은 아이의 흔적이다. 그래도 빤짝이게 치워 놓은 집에 돌아 온 아이는 그렇지 않은 날보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아이 뿐이겠나, 먼지 투성이에 소음 투성이였던 일터에서 돌아 온 남편에게 깨끗한 집은 천국의 쉼터일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청소에 대해 이런 저런 동기부여를 떠올려내며 드디어 끝낸 집안일. 아기가 먹다 남은 살짝 눅눅해진 과자를 담아 둔 반찬통을 들고 시원하게 눕는다. 2시는 되었겠지 싶었더니 1시 되기 10분도 더 전이다. 그 행복의 한 줄이 이 무수한 글을 끌어올렸다. 2시, 좋아하지 않는 시간이다. 뭘 하기도 애매하고 쉬기엔 좀 아쉬운 시간이지 않나. 1시간을 공짜로 벌은 것 같은 기분에 어떤 사치를 부려야할까 하다 끄적여 본다는 글이 한 제목에 담겼다.


그래서 오늘 운동은 갈 수 있을까? 기껏 입은 운동복이 등을 간지럽히며 눈치를 주는 것 같다. 오늘 욕심은 여기까지만 부려야할 것 같은데.. 집안일은 긍정의 파워로 끝내놓고서 이번엔 운동을 안 갈 이유를 찾는다. 그래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


그냥 딱 오늘의 1시간 만큼의 행복으로

오늘을 잘 마무리하자는 게 나의 오늘에 품는 마지막

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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