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바라기 Nov 11. 2024

책들의 시간 110. 펀자이씨툰 & 나와 원일이 이야기

# 국제결혼, 장애인 가족, 만화책. 


* 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_나와 원일이 이야기_김나무 지음_위고

* 외계에서 온 편자이씨_엄유진 글, 그림_문학동네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두 권 모두, 만화와 글이 함께 실려있는 책이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좋은 책을 발견하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진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경험을 들려주는 많은 이들로 인해 나의 세상이 조금은 넓어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겪어보지 못한 일들 앞에 내 지식과 이해의 한계는 무지의 모습을 지닌 채 여지없이 드러나며, 그건 결국 나의 편견이 되어버리고 마는. 그런 부끄러운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는 국제결혼을 한 부부의 삶과 아이 양육에 대한 이야기이며, ‘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는 청각장애인을 동생으로 둔 누나의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 모두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떤 불편함, 또는 낯선 일상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은 다양한 삶의 한 모습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1. 사랑의 모습


멀고도 가까운 사이. 

문득 그녀와 내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나에게 고향의 맛인 똠양꿍, 팟타이가 그녀에게는 이국적인 맛이었을 때. 나에게 새로운 것이 그녀에게 당연한 것이었을 때, 나에게 당연한 것이 그녀에게 놀라운 것이었을 때, 그리고 서로가 가진 추억이 달랐을 때. 이런 걸로 투닥거릴 때. 

하지만 대부분의 이질감들은 작고 소소한 공통점들을 통해 생겨나는 끌림을 막지 못했다. (32쪽)    

 

  파콘의 스스럼없는 친화력을 통해서 나도 내 부모님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 파콘과 나는 언어도 국적도 다르고 자라온 가정환경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열린 마음과 웃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통한다는 걸 자주 경험한다. 

  국제결혼을 하고 태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가족 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이 많이 깨졌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사회가 정한 규범의 당위나 권위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중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3쪽)


  책을 쓴 작가는 영국에서, 태국 국적의 ‘파콘’을 만난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결심하고 파콘의 단호하고 빠른 결심으로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파콘의 한국 생활, 작가의 태국 생활에 대한 일화 및 아이의 양육에 대한 일화를 ‘파콘’의 시선에서, 때로는 작가의 시선에서 서로 교차하여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 중간중간 설명을 곁들인 수필이 있어 작가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었다. 


  국제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막상 실제로 일어난다고 한다면, 두려움이 들 것 같다. ‘파콘’ 또한 국제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이유를 많이 물어왔다. ‘단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서류를 작성할 때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했다.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태국을 오가면서 가족 문화에 대한 생각과 틀이 많이 깨어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과의 만남이다. 결국 세계와 세계의 만남. 그러니 국제결혼을 선택한다고 해서 그것을 특별히 달리, 이상하게 여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니까. 


  작가와 파콘의 결혼생활도 그러했다. 이해의 과정.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 세심해졌을 뿐, 서로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결혼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사랑의 본질은 동일하리라 믿는다.      


2.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들이 원일이에 대해 질문하거나 놀렸던 일들이 내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생기면 나와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가 나타나서 ‘너 그런 말 하면 안 돼’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개인의 선의와 도덕성이 심한 혐오나 차별을 막아주긴 했지만 장애가 무엇인지, 장애인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나 고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가족에게도 그런 개념은 없었다. 원일이가 장애인이라 안타깝고 그런 현실을 최대한 나아지게 하려고 발버둥 치는 노력은 분명히 있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 없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이란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호의를 가지고 그리고 때로는 타인의 호의를 기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갔지만 우리 가족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자주 고립되었다. 가끔은 동정심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동정은, 이해와는 다른 것이었다. (6쪽)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막연한 안타까움과 동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건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비열한 안도였으며, 가장된 위로였고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서의 우월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다. 책을 읽고 여느 일상의 가족의 모습을 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작가의 말처럼 개인의 선의와 도덕성, 현실을 나아지게 만들려고 발버둥 치는 가족의 노력과는 별개로 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편견 속에서 자주 고립감을 느꼈던 장애인 가족의 삶. 그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담임을 할 때 학급에 특수교육대상자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은 지금도 문자가 온다. 선생님 잘 지내시냐고. 그 학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 학생의 누나와 상담을 많이 했었다. 부모님은 나이가 많으셔 학교에 나오시는 것도 불편했고, 원서마저 인터넷으로 스스로 접수해야 하는 시스템을 이해하시기가 쉽지 않으셨다. 그래서 누나가 학교를 자주 방문했으며, 대학 진학이 필요한지, 어떤 과를 선택할 것인지, 다른 방안은 없는지,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학생 혼자서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가족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결론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학생 생각이 많이 났다. 그 학생에게도 이처럼 좋은 누나가 있었구나, 그런 생각. 


  이 책은 뇌수막염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청각장애인이 된 동생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나의 입장에서, 동생 원일이와 있었던 일화들을 만화로 그리고 있다. 나는 오히려 부모의 입장,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 더 몰입하여 읽었다. 

  성은이의 졸업식. 부모님은 원일이의 졸업식에 간다고 성은이 졸업식에는 오지 못한다. 온 가족이 장애인 동생에 대한 걱정과 관심으로 오히려 성은이는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끼며 살 때가 많다. 그 마음이 잘 전해져서 마음이 아팠다. 충분히 혼자서 잘할 수 있는 딸과, 청각장애인인 아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똑같겠지만, 장애인 아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더 컸던 건 사실이었다. 나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딸보다 도움이 필요한 아들을 더 돌 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선택.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엄마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원일이가 친구 집에서 갈치조림을 먹고 와서는, 갈치조림이 맛있다고 엄마에게 말하는 장면, 그리고 그 뒤 엄마는 갈치조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도넛도. 작가는 이 장면을 ‘노력하는 사람에게서 키워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순간 눈물이 났다.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기분. 

  한때 유행하던 ‘~는 처음이라서’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엄마는 처음이라서, 딸은 처음이라서, 육아는 처음이라서 등등. 살면서 처음이 아닌 경우가 거의 없겠지만, 성은이와 원일이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을 것이며, 장애인의 가족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엄마의 양육을 ‘노력하는 사람에게서 키워졌다’고 표현한다. 나는,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었을까?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일이 작가인 성은과, 그 부모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잘못된 방법도 있었을 것이며, 알게 모르게 원일이의 삶과 성은이의 삶에 긍정적으로 미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잘 모르지만 더 나은 방향을 향한 움직임. 그래서 노력하는 사람. 적어도 부모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든 책이었다.      


3. 정리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충분히 술술 넘어가는 만화책이기도 했지만,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좋은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국제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만 같구나, 장애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결국은 다 살아가는 일이구나, 우리 사회가 좀 더 동정보다는 이해가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이 든 책이다. 펀자이씨도 원일이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각각의 삶과 함께의 삶을 잘 누리면 좋겠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국제결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노력하는 사람’을 키워드로 나는 누구를 향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책들의 시간 109. 이중 하나는 거짓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