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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벗밭 Jun 17. 2022

[4화] 농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2월 4주 벗밭 회의록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벗밭입니다. 


이번 벗밭의 회의록은 지난 회의록보다 조금 더 다양한 색으로 채워졌어요. 가장 큰 이유는 펭귄의 1분 지각으로 인한 ‘사유서’인데요. 지각의 사유가 궁금하시다면 마지막까지 놓치지 말고 읽어주세요!
이번 주의 안건은 ‘농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입니다. 친구 농부 ‘논밭상점’의 박푸른들 생산자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질문의 답 일부를 전해드려요. 


벌써 2월의 끝자락이네요. 흘러가는 시간보다 지금의 순간에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담다 보면 또 새로운 장면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아쉬움과 봄을 기대하는 마음이 함께 있는 이 시간, 여러분의 시간도 따뜻하길 바라요 :)


벗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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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 논밭상점 박푸른들 생산자님의 이야기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언제부터, 어디에서, 왜 농사를 지으셨나요?


푸른들 :: 논밭은 5년 전부터 구상했고, 4년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전엔 서울에 살다가 집 계약이 끝나서 잠시 내려와 있었죠. 마침 덕자(강아지)가 이집 저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살고 있어서 제가 챙겨주며 지내고 있었어요. 농민들과 당사자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뭘 할지 고민하다 내가 농사를 직접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7년 전부터 아버지 농산물을 직거래로 직접 팔긴 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제가 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버지께선 계절 작물인 고구마를 농사지으시는데 시장 단가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라, 저는 고소득 작물 중 특수채소 분야를 선택했어요. 저기 어디에 허브 농사 지어서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 해서 시작했어요. 판로도 확보하면 아버지께서 허브 농사를 하실 줄 알았는데 당신은 노지 농사만 짓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맡아 계속하면서 늘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10평에서 시작했다가 다섯 동으로 늘었고 올해는 7에서 10동까지 늘릴 계획에 있어요.


아버지 농사를 돕기 위함이었는데 본인의 농사가 된 거네요. 그런데 논밭을 5년 전에 구상하셨는데 1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으셨잖아요. 처음 농사 지으실 때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푸른들 :: 하우스를 구역으로 나누고 나면 가장자리에 남는 부분이 있어요. 다른 농장을 보고 '허브로 삽목을 좀 해볼까' 하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애플민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잘 팔린다고 했고, 키우기 어렵지 않다고 해서 시작했죠. 100g으로 시작해 삽목해서 늘리게 되었어요. 바질은 같은 시기에 시작했는데 예민해서 중간중간 실패도 맛봤어요. 애증의 작물은 더는 기를 수 없겠다고 판단했고,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해서 다른 농가와 함께하기로 했어요.


농민 당사자 운동에 왜 함께하고 싶으셨나요? 직접 농사를 지으신 후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푸른들 :: 저는 농민들 주변에서 자랐어요. 딱히 뭐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농업을 전공했고 일을 계속했어요.기록 관련 일을 했었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짠 프레임에 맞춰서 그들을 대상화하고 해석하는 게 쉽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접하지 않고 당사자가 많은 곳에 가보려 가톨릭농민회에서 일했어요. 나와 동료가 되어야 할 농민, 내가 응원하고 지지해야 할 농민은 누구일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봐야 했고, 크게 뭔가 느끼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억척같은 농민들이 왜 저렇게까지 하나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요즘 보면 제가 그래요.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욕심껏 해내려고 하는 걸 보면서 한국사회의 농민들은 억척같아야 밥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겠다고 생각했어요.


논밭상점의 자랑은 무엇인가요?


푸른들 :: 젊은 사람들이 농사지어서 소득 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3, 4년 만에 소득으로 전환되면서 안정적으로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농사를 짓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자랑스러운 점인데요, 이렇게 농사짓고 판매하고 마케팅을 하다 보면 가장 보이지 않는 것부터 놓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농사인 것 같고요. 농산물을 판매하는 사람 중 잘 된 사람 가운데 농사를 놓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는 그래도 놓지 않은 것이 자랑스럽죠.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푸른들 :: 계절마다 다르지만, 여름 기준으로 가장 일을 많이 할 땐 5시 정도에 일을 시작하고 수확을 하다가 8시 반부터는 더워서 포장하거나 화분을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해요. 저처럼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은 5시부터 일과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은 9시부터 와서 포장이나 다른 일을 시작해요.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오후 4시 반부터 다시 수확을 시작하고 6시~7시 사이에 퇴근해요. 한쪽에서는 짬을 내서 이야기나 홍보 게시물을 SNS에 올려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있으신가요?


푸른들 :: 봄을 좋아해요. 허브가 잘 자라기도 하고 찾는 분들도 많아지고요. 고구마도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냉해도 적고 종이박스로 보낼 수 있죠. 새로운 걸 시도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계절이거든요. 그래서 3월이 너무 기대돼요.


 쉬는 날에 주로 뭘 하시나요? 농부님에게 ‘쉼’은 무엇인가요?


푸른들 :: 토요일마다 쉬기로 했는데요, 직원들은 쉴 수 있어도 농사꾼은 쉬는 날이 없어요. 하우스라 특히 그렇고요. 저는 밭을 천천히 돌아보는 편이고 문제를 정리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마케팅 준비, 사이트 관리 등 평일에 못 했던 일들을 몰아서 하고 있어요.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쉼’은 무엇인가요?


푸른들 :: 제 일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거예요. 그래야 직원분들의 일이 정확하게 생기거든요.



[벗밭의 이야기 소감]


이번에 논밭상점에서 여러 농사꾼을 만나고 포장요정이 되어 일손을 도우면서 농사의 다양한 이면을 보게 되었어요. 작물, 규모, 시기, 판매 방법 등 여러 가지 기반 환경에 따라 농사일의 형태가 상상했던 것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모든 이들의 삶이 다 다르듯 농부의 삶도 다 다르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건데, 왜 우리는 ‘농부’라고 하면 특정한 이미지(밀짚모자를 쓰고 낫 혹은 삼지창(?)을 든 사람…정도?)를 떠올리고 일상의 모습도 섣불리 상상하는 걸까요? 그 다양함을 앞으로도 계속 비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벗밭의 탕비실 :: 고구마 라떼

생강 라떼, 단호박 라떼, 고구마 라떼, 조청 가래떡!

벗밭이 홍성에 길게 머무르는 동안 귀한 카페를 한 곳 소개받았어요. 홍성에서 자라는 생강과 고구마를 사용해 라떼를 만들고 계셨는데요. 그 밖에도 생딸기를 갈아 넣은 딸기라떼와 향긋한 쑥이 가득 든 쑥라떼 모두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어요.


때마침 카페에 벗님께서 추천해주신 구운 가래떡과 조청 메뉴가 있더라고요. 냉큼 주문했죠. 포크로 가래떡을 푹 찍어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한 조청과 함께 벗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동시에 감돌았어요. 이 맛있는 걸 못 먹었으면 아쉬워 어떡했을까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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