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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혜정
Jul 19.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0)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모처럼 맑고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
창호 설치가 끝났으니
이제 남은 모든 공정을 진행할 때입니다.
바로 다음날
외부 비계 설치 업체가 투입되어
집을 빙 둘러 비계를 설치합니다.
일명 아시바!
^^
갑갑한 갑옷을 벗어던졌는데
다시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드네요.
완성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운명입니다.
ㅎㅎㅎ
아시바는 가설 업체에서 대여하고
아시바 설치 해체 업체가 정갈하게 설치합니다.
한 달간 대여하는 비용을 내고
한 달이 초과하면 추가 비용을 내면 됩니다.
하지만 한 달이 초과되지 않도록
계획을 잡으면 좋겠죠?
아시바를 설치한 바로 다음 날
벽돌 시공업체가 투입됩니다.
물론 벽돌과 몰탈은 공정이 없었던 그 3주 중에
미리 현장에 받아놓았습니다.
총 9천 장이 소요되는 것으로 물량 산출을 하였지만
진입로 문제로 큰 차는 들어올 수 없으니
한 번에 현장까지 들어올 수 있는
5톤 트럭으로 자재를 받기로 해서
우선 1차 물량 8천 장을 받았습니다.
소운반으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운반비를 조금 더 내는 게
낫겠다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탁월한 선택이었고요.
벽돌 받는 날
지게차를 써야 하는데
지게차는 일단 출동하면 기본요금 8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단, 기본 출장 거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우리 집은 기본 10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출동과 동시에 1시간은 기본.
시간이 초과되면 1시간당 7만 원!
어차피 출동과 동시에 1시간이 주어지니
벽돌만 받으면 손해겠죠?
그래서 저는 바닥 마감재인 타일과 그 부자재들도
함께 받기로 했습니다.
장비 사용은
건축공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지난가을 토목공사 때를 기억하시죠?
포클레인, 덤프트럭, 지게차, 25톤 자재 트럭...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는
크레인과 펌프카에 레미콘!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통에
모든 장비 이용료가 덩달아 상승했습니다.
그나마 필요할 때
딱딱 불러서 쓸 수 있었던 게 어디인가 싶고
기사님들이 속 썩이지 않고 일해 주신 게 어디인가 싶습니다.
집을 다 지어가는 지금
소소한 많은 것들에 감사하게 되네요.
^^;;
그렇게 집 외벽에 벽돌 쌓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벽돌은 미리 벽돌 회사에 들러 골랐습니다.
마감재들은 시간 날 때
틈틈이 방문하고 살펴보며 골라두는 게 좋습니다.
시공 기일에 닥쳐 준비하면
재고가 없어서 사용이 불가할 수도 있고
자재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창고에 있거나 다른 회사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리 선정하고 계약하고 잡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
이번 공사를 진행하며
구하기 힘들었던 공정이 설비와 벽돌(조적) 업체였는데요.
춘천 여러 곳에 문의를 해도 구해지지 않다가
화천읍 가는 길에 벽돌 시공하는 모습이 똭!! 띄어서
바로 차 세우고 섭외를 했답니다.
내 집처럼 시공합니다!
라는 말에 너무 고마워,
그리고 업체도 구해지지 않던 차라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섭외를 했죠.
그런데 도급으로는 안 하신다고 딱 잘라 말하시더군요.
날일을 하면 건축주는 불안합니다.
하루하루 날짜가 흐르면
돈이 짤랑짤랑 소리 내며
계속해서 올라가는 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모든 공정을 도급으로 계약했는데
조적과 목공 계약은 도급계약에 실패했습니다.
ㅜㅜ
결국 그분들의
실력과 양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입장
이 됩니다.
헐벗은 채 있는 집을 보며
어서 빨리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었는데
드디어 벽돌 작업을 시작하게 되니
예뻐진 집이 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ㅠㅠ
일이 엄청 늦습니다.
나름의 현장 경험으로 유추했을 때
8일이면 완료할 수 있을 거라 계산했는데...
초반 3일 작업하시는 걸 보며
대략 난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집처럼 해주신다는 말에 혹해
인건비도 기분 좋게 3만 원 올려 책정해드렸는데
아뿔싸!!
섣부른 판단이었던 거죠.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380만 원을 들여 아시바 시공까지 해놓았는데
이분들...
작업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시바를 풀어 이리로 저리로 옮기고 조이며
단 한 줄도 불편한 자세로 쌓기를 거부하십니다.
한참 필 받아 쌓아 올려도 모자랄 판에
아시바 옮기느라
귀하디 귀한 시간이 째깍째깍 흘러가고 맙니다.
기껏 아시바는 아시바대로 돈 들여 설치하고
인건비 비싼 작업자들은
다시 그 아시바를 옮기느라 반나절은 다 쓰고...
이러다 벽돌 쌓기 전에
속이 타서 죽어버릴 것 같아
결국 전 쓴소리를 한마디 합니다.
"안전 생각해 비싼돈 들여 비계 튼튼하게 설치해드렸는데 이걸 그렇게 풀었다 옮겼다 하시면 이 얼마나 손해 되는 일인가요?"
내내 잔소리 않다 와다다다 내뱉은 말에
연로하신 두 어르신 잠시 열받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도급은 안 하시겠다 하시고 날일로 하시겠다면서 아시바 옮기느라 시간 다 가면 저는 여러모로 손해가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입이 삐죽 튀어나오십니다.
"다음에 공사하실 때는 이런 불합리한 일 없도록 아시바 설치 때 현장 방문하세요. 그래야 사장님들 전공분야도 아닌 아시바 설치 해체 안 하셔도 되고 오롯이 조적만 하시면 될 테니까요. 그래야 발주하신 분도 속 덜 타고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고...
나름은 중심을 잡고
작업자들에게 쓴소리 한 번을 안 하고 버텨온 저였습니다.
더운데 땡볕 아래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싫은 소리는 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하지만 도를 넘는 그분들의 행동에
결국 전 폭발하고 말았던 겁니다.
그래 놓고
저도 그분들도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대신 그다음 날부터는
더 이상 아시바에 손대지 않으셨고요.
그 덕에 총 9일 만에 조적이 끝나기는 했습니다.
그냥 뒀다면 11일은 했을 겁니다.
ㅠㅠ
그나마 장마와 겹치며
일을 띄엄띄엄 들어오셔서
일이 되는 건지 마는 건지...
참 길고 지루하게 17일간
그분들의 행각을 지켜봐야 했답니다.
자기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연세쯤 되시면
나름의 철학과 노하우가 있고도 남음인데...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인연이었습니다.
심지어
마무리하지 못한 일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며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 나오셔서
ㅠㅠ
아... 내가 업체 관리에 실패했구나...
라고 자책했더랍니다.
캐노피 하단부 높이 60cm 길이 9m 가량의 벽돌 시공 부위입니다.
내 마음처럼 일해주지 않는 업체 때문에
내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내 피부는 새까매졌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
속 썩인 그분들이 떠난 자리에
예쁜 옷을 입은 우리 집만 남았습니다.
줄눈 간격 하나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분들이지만
벽돌을 모두 붙여놓고 보니
그래도 마음은 뿌듯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바보입니다.
ㅎㅎ
벽돌에 받은 상처 때문에
잠시 본분을 잊었습니다. ^^
밖에서 벽돌을 시공하는 동안
내부에서도 바빴습니다.
사실, 벽돌 시공과 지붕 시공이 급했는데
벽돌 시공이 더디니
지붕은 기약 없이 미뤄야 했고
오롯이 실내 공사만 진행할 수 있었죠.
미장과 방수 전문가를 모시고
욕조를 완성하고
욕실 두 곳과 욕조까지 방수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창호 설치 부위에 사춤 작업도 마쳤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남편과 내가 해볼까?
하고 잠시 허튼 생각을 했었는데
안 하길 참 잘했습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보니 우린 어림도 없었겠더라고요.
미장과 방수를 마친 뒤
노출 콘크리트 면처리 업체를 투입했습니다.
이른 아침 현장에 도착하신 면처리 업체의 말이 참 웃겼습니다.
"현장이 강원도 화천이라고 해서 주소를 잘못 받은 게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왜요?"
"강원도 화천에서 노출 콘크리트 시공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서요."
ㅠㅠ
그러니 노출 콘크리트를 하기 위한
저의 노력이 얼마나 눈물 났겠습니까.
낡은 유로폼과 사이즈 제멋대로인 유로폼을 보며
전 쏟아지는 한숨을 속으로 삼켜야 했답니다.
^^
<21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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