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정 Jul 14. 2022

산촌에 내 집짓기(19)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이른 아침.

세 대의 차량이 약 2, 30분 간격으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차는

창호와 유리를 실은 차였고

두 번째 도착한 차는 시공반장님의 차

세 번째는 작업자들의 차였습니다.


특공대원들처럼

이른 새벽부터 각자의 집에서 출발해

헤쳐 모이는 분위기가 비범하기까지 했답니다.



고대하던 창호가 도착했으니

저는 또 얼마나 설렜게요.

창문이 달린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제 후속 공정들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시공반장님의 표정에 그늘이 가득합니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여기 기밀 시공 안 되겠는데요."


뜨악!!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입니까?

기밀 시공을 위해 3주간을 통으로 비우고 기다렸건만

그게 안된다니 말이 되나요?


"왜요? 왜 안 되나요?"

"기밀 시공을 하려면 외부 단열재를 까놨어야 하는데 이대로는 어렵습니다."


디테일을 첨부하기는 하겠지만...

이런 것까지 여러분에게 이해를 시켜야 하는 저의 심정이

참으로 암담하고 슬픕니다.



이런 디테일로 시공이 되려면

스티로폼을 절단해서 떼어내야 한다는 건데

초반 공사 과정을 살짝 더듬어 설명하자면

우리 집은

콘크리트와 단열재를 한방에 시공하는

일명 [일체 시공법]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거푸집을 떼어낸 지금

콘크리트와 단열재 스티로폼이

아주 딱! 아주 단단히! 붙어있다는 소리지요.

껌딱지처럼.... ㅠㅠ


그걸 잘라내려면

땀나게 톱질을 하거나

장비를 이용해 열을 가해 녹이거나

무식하게 뜯어내는 방법 등이 있는데

모두 다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창호 시공팀은

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시공을 해야

오늘 안에 모두 끝날 일인데

스티로폼 떼어내기 작업을 기다릴 여력이 안되었고

그런 시공 조건 설명을 듣지 못한 저는

한숨만 푹푹 쉬었습니다.


만일 창호 업체에서 직접 찾아와 실측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화천까지 멀어서 오기 힘들다는 업체의 말에

그냥 실측만 해서 주면 된다 여기고

열과 성의를 다해 실측해 넘긴

우리 부부는 한마디로 새가 됐습니다.


기밀 시공하자고 3주를 기다리는 동안

벽돌 시공을 못해 지붕도 덮지 못했는데...

창문을 시공하고

벽돌을 붙이고

벽돌 마감에 맞춰

지붕을 덮어야 하는 공정 순서였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장마는 와버렸고

고대했던 기밀 시공은 날아가버렸습니다.


사전 점검도 하지 않고

시공팀을 보낸 업체에 책임을 묻자니

상세 시공법을 확인 안 한 저의 책임도 묻게 되고

책임 소재를 차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밀 시공을 우기자니

시공팀은 돌아간 뒤 재 방문해야 하고

창호 시공 일정에 맞춰 후속 공정은 죄다 잡혀있고

ㅠㅠ

참으로 난감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화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업체 사장님과 수차례 통화하고

결국 시공반장님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후

저는 기밀 시공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기밀 시공 테이프는 단열재도 방수재도 아니라는

시공반장님의 말이 저를 위로했습니다.

그저 기밀 시공 테이프는

열의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직포 같은 것이라며

기밀 시공을 모두가 하는 건 아니라고...

그렇게 사고의 방향 전환을 유도하시더군요.

바보도 아닌데

그냥 그 말이 믿고 싶었습니다.

장마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는데

공사를 더는 미룰 수 없었던 현실에

저는 비겁하게도 타협점을 찾았던 겁니다.

ㅡㅡ;;


그렇게 우리 집 창문은

기밀 시공도 하지 못한 채

콘크리트 위에 떡하니 놓이게 됩니다.

우레탄 폼만이 우리 집 단열을 책임지게 되었고요.


그래도 창문이 설치되고 나니

마음은 뿌듯합니다.

뭐라도 하나씩 되어가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난관은 지금부터였습니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65세.

경력 평균 35년쯤?

모두 오래전부터 시공해오던 방식에

길들여져 있고 익숙해져 있는 분들이죠.


"거꾸로 됐어! 창문 먼저 시공하는 건 내가 이 일 하고 처음이야."

"창문은 제일 마지막에 시공해야지. 일을 왜 이렇게 했어?"


공사를 하다 보니

참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접하게 됩니다.

후속 공정으로 들어오는 업체들은

열이면 아홉! 전 공정을 욕합니다.

먼저 공정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열이면 열! 모두 자기네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현장소장은,

건축주는,

양쪽 귀 모두 화알짝 열어놓고

뇌를 거쳐 필터링 후

후루룩 내보내야 합니다.

그러니까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는 말이죠.

꼭 점집에 갔을 때와 똑같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모두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고 한다는 거죠.

어찌 보면 참으로 합리적입니다.

그걸 욕하거나 비난할 수는 없다는 소립니다.

결국

선택과 판단, 그리고 그에 따르는 책임은 건축주의 몫일뿐입니다.

ㅎㅎㅎ


시공팀에 현관문 시공도 요청했습니다. 추가비용을 좀 챙겨드렸고요.


후속 공정들을 진행하면서도

저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과연 시스템창호에서 제시한 디테일로 시공하는 일에

시공팀이 단 1회 방문으로 가능한 것인가?

만일 기밀테이프를 던져주며


"벽돌 업체에게 기밀테이프 시공 후 쌓으라고 하세요!"


라고 한다면 1회 방문으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럴 경우

창호 사이즈는 벽돌이 다 쌓이고 난 뒤

실측해서 나오는 사이즈로 발주해야 맞고요.


일체 시공이 아닌 분리시공이면

비싸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단열용 스티로폼을

애써 시공한 후 잘라내어 버리는 일 없이

기밀 시공과 창호 시공이 모두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만일 다시 집을 짓는다면

일체 시공이 아닌 분리시공을 택할 것이다!라는 말이죠.

ㅠㅠ


큰 공부를 했습니다.

이번에도요.


그리고 벽돌 시공 3일 만에

장마가 시작되며

결국 우리 집은 18편 대문사진처럼

비닐을 뒤집어쓴 채

긴긴 장마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




<19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산촌 #귀촌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철근콘크리트




작가의 이전글 산촌에 내 집짓기(1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