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문사진은
흉물스럽고 애처롭게
비닐을 뒤집어쓴 우리 집입니다.
심지어 비계에 둘러싸인 모습은
흡사 감옥에 갇힌 것 같기도 하네요.
흑!
왜 이 장마가 오도록
지붕을 못 씌웠는지 궁금하신가요?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ㅠㅠ
콘크리트 타설 후
보통은 7일에서 10일 양생 후
후속작업을 시작하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정상 20일 이상 양생을 하게 됩니다.
이유 인즉은...
시스템창호 때문인데요.
콘크리트 타설 후 거푸집을 떼어내야
개구부의 정확한 치수가 나오죠.
물론 사이즈를 정해서 틀을 짰지만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 과정에서
사이즈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W1800*H1200의 창문을 설치하고 싶다면
거푸집 틀은 50mm 정도의 여유를 두고 짜야합니다.
W1850*H1250의 거푸집 틀이 생겨야 한다는 거죠.
가로세로 수직 수평이 안 맞으면
창문 프레임이 안 들어가겠죠?
모습을 드러낸 개구부들입니다.
그래서 거푸집이 떨어지고 나서야
개구부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었고
그 길로 발주를 했지만
밀려있는 오더들로 3주나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애초 계획은 발주 2주 후 시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바로 외부 벽돌을 쌓을 수 있고
7일 정도 작업하면
지붕 리얼징크 시공을 할 수 있으니
얼추
장마 직전에 지붕이 완료되겠구나...
하는 계산이 섰었죠.
그런데 3주라니요.
3주 동안 웬만한 공정들을 끝내 놓으면 되겠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죠?
우리 또한 그러고 싶은 마음 굴뚝이나
그런데 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우리는 [기밀 시공]을 꼭 하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기밀 시공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니
어찌 그걸 포기하겠습니까.
하여 우린 3주를 고스란히 기다리기로 합니다.
장맛비를 마주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겼으니까요.
집 잘 지어놓고 창문 잘못 끼워
단열 안 되는 추운 집에서 살 수는 없잖아요.
요즘 하이샤시가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도 가격 비싼 독일식 시스템창호를 원한 건
디자인이 더 고급져서이고... ^^ ㅎ
당연히 단열이 월등하기 때문이고
슬라이딩 도어가 싫어서이고
이중창 구조 또한 싫어서였습니다.
게다가 훌륭한 하이샤시는
웬만한 시스템창호보다 비싸니
그럴 바에야 차라리 시스템창호로 하자! 싶었죠.
수많은 전시장을 다니며
남편과 내가 중점적으로 본건
단연 시스템창호였습니다.
하도 많은 업체를 방문하다 보니
눈만 높아져서.... ㅠㅠ
웬만한 시스템 창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ㅋ
그래도 호화주택을 짓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자꾸만 좋은 것으로 눈을 돌렸다간
딱 거덜 나게 생겨서... ㅎㅎㅎ
적당한 수준에서 업체를 선정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러다 가장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건축자재 박람회에서
독일식 창호업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나 구조는 다 비슷해서
거기가 거기 같고 그 제품이 그제품 같은데
견적을 의뢰하니 예상보다 저렴한(?) 견적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또래로 보이는 여자 사장님의
열과 성의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전시회를 다녀온 지 2주 만에 견적 의뢰를 했던 겁니다.
전시장에 방문해 다시 상세한 의논을 하고
견적을 체크해보니 훨씬 믿음이 갔습니다.
시스템창호의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기밀 시공을 제안하셨고
인터넷으로 이미 정보를 들어봤던 우리는
'와! 이러면 정말 단열 하나는 확실하겠다!'
라고 감탄하며 계약서에 사인하고 돌아오며
먼길이지만 찾아오길 잘했다며 참으로 만족스러웠답니다.
그렇게 기초도 다지기 전에 선정했던
시스템창호였습니다.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아시겠죠. ^^
여기서 살짝
창호 공사금액 오픈합니다.
16.500.000원!
드디어 거푸집을 떼어내고
경기도 광주에서 화천까지 방문하는
수고와 경비를 덜어드리기 위해
제가 직접 남편과 실측을 했습니다.
가로 맨 위에서 한 번,
중간에서 한 번,
맨 아래에서 한 번.
그렇게 창 하나당
가로로 세 번, 세로로 세 번을 자질하며
가장 좁은 폭을 기준으로 창의 크기를 맞추었습니다.
창 프레임은 휠 수 없으니
당연히 가장 좁은 폭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설명 안 해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ㅎ
나름은 업체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직접 실측까지 해서
정보를 넘기고 발주하고 나니 뿌듯하더군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 사이 다른 공정들을 진행하면 되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거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제일 먼저
내부의 노출 콘크리트를 위한
면처리 업체와 현장 미팅을 했고
건축 목공팀이 천정 거푸집을 떼러 온 날
데크가 놓일 자리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했습니다.
싱크대 및 붙박이장의 견적을 위해
춘천 싱크대 업체에 방문했고
에어컨 실외기 배관이 건물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불러 외부 벽돌 시공 전에
단열재를 까내고 묻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왜 집집마다 건물 밖으로 줄줄이 길게 늘어선
하얀 실외기 배관들 보셨죠?
정말 보기 싫잖아요. ^^;;
집 잘 지어놓고 그런 거 죽 늘어지면 속상할 것 같아서
미리미리 묻었습니다.
장마 오기 전에
우물도 집을 지어주어야 해서
샌드위치 패널로 소담한 집도 지어주고
내장 목공을 맡아주실 목공 반장님과 현장 미팅도 진행했습니다.
이제 바닥에 보일러 배관을 해야 할 때인데요.
설비업체를 불러
현관 바닥을 제외한 모든 바닥에
보일러 배관 깔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화장실도 보일러를 깔았습니다.
이제 추운 겨울에도 욕실만 싸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참고로 전 결혼하고 13년간
40년이 넘은 구옥에서 살았답니다. ^^
보일러 배관작업이 끝나면
몰탈 작업을 해야 합니다.
몰탈은 레미콘 회사에서 부르고
방통 작업은 전문 미장업체에서 합니다.
또 오랜만에 현장 용어 나왔습니다.
'방통 작업'은 방바닥 통 미장이라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말 줄여 쓰기는
건축, 인테리어 현장에서 많이도 쓰였던 것 같네요.
사실 바닥은
콘크리트 폴리싱 작업으로 마감을 할까? 생각했었답니다.
요즘 카페나 전시장 등 각종 상업공간에 많이 쓰이는 바닥 마감인데요.
집 전체를 요거로 하면
카페 같은 분위기도 나고
일반적인지 않아 좋고
청소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욕실과 욕조 포함 모든 바닥을
콘크리트 폴리싱으로 하려고 했죠.
ㅜㅜ
그런데 요 녀석이 열에 약해서
보일러를 가동하면 금이 간다고 하더군요.
일부러 그렇게 시공한 곳을 찾아가
현장 답사를 핑계로 휴식을 취했던 저입니다.
^^;;
그래서 참 오래 고심하다 포기하고
타일을 깔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어떤 마감을 하든 보일러는 깔아야 하니
방통 작업은 필수입니다.
이번에도 춘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몰탈 업체를 섭외하는 데 성공합니다.
생각 바르고 일 잘하는 분을 만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바닥 몰탈을 멋지게 마무리했습니다.
더욱 다행스러운 건
레미콘 회사가 바로 다음 날부터
파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휴~~~~
하마터면 바닥 보일러 배관만 한채
파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공사가 중지될 번한 위기였습니다.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
이렇게 여러 공정을 진행하고
여러 업체와 미팅하는 사이
약속한 3주가 다 되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스템창호를 영접하는 날이 되었어요.
모든 공정을 뒤로 미루고
창호가 도착하는 날 아침
전 정말 설레었답니다.
<19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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