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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Sep 26.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8)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요즘은 주방 가구가 참 예뻐요.

저는 요리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고

인테리어를 했지만 집 꾸미기는 취미가 없답니다.

그런데 왜 싱크대에 집착했을까요?

^^


잘 만들어 놓은 주방에

모두가 똑같은 스테인리스 싱크볼을 넣는 게

식상해 보였습니다.

우리 집은 콘크리트와 나무와 블랙이 메인 컬러인데

우드 상판에 차가운 스테인리스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싱크볼이 없을까? 찾아보았죠.

그러다 블랙 싱크볼을 발견했고

거기에 확 꽂히고 말았는데

글쎄 그 가격이 어마어마한 겁니다.

독일 수입이라나? ㅠㅠ     


유럽 애들 가구며 조명이며 하다못해 이불까지

어쩜 다 그렇게 잘 만들고 예쁜 건지….

그런데 이제는 싱크볼까지?

그래도 포기가 안 되어

다시 인터넷 서핑을 미친 듯이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냅니다.

블랙 싱크볼!!

심지어 가격도 저렴합니다.

독일 제품의 1/10!!

이 가격 현실? 하며 눈을 부릅뜨고 보는데….

허걱!!

메이드 인 차이나입니다.

에고 그럼 그렇지 역시 대단한 중국!   


  

포기하고 마음 돌리려는데

이놈의 블랙 싱크볼이

머릿속에서도 마음속에서도 눈 속에서도….

떠나지를 않는 겁니다.

히잉….

그래서 미친 척 하고 떡하니 주문합니다.

후기도 좋은 소리만 들어오고

나쁜 소리는 들어오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

사고를 치고 만 겁니다.     


해외 직배송 상품 구매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해외 배송 제품은 도착해야 도착하는 겁니다.

말은 2주 소요라고 되어있지만

더 걸릴 거란 건 짐작했습니다.   

  

싱크볼이 국산과는 좀 달라서

완전 매입형이 아니고

상판에 걸치는 타입이라

시공은 물건이 도착한 뒤 해도 무관합니다.

다만

인조대리석 상판과 우드 상판 모두

공장에서 구멍을 뚫어 와야 하는 특성상

싱크볼 사이즈를 정확히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싱크볼이 늦어도 너무 늦는 겁니다.

개수대가 두 개로 분리된 타입 하나,

개수대가 크게 하나로 되어있는 타입 하나,

이렇게 두 가지 타입을 각각 다른 회사에서 주문했는데

두 개로 분리된 싱크볼은 약속한 2주 만에 딱 도착했지만

하나로 되어있는 타입은 3주가 지나도록 무소식인 겁니다.

사정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하고

일단 싱크볼 하나라도 왔으니

싱크대 공장으로 바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빠른 시일 안에

싱크대 시공을 오겠다는 연락이 온 겁니다.

이사도 들어왔고

모든 공사가 끝났는데

싱크대와 붙박이장들이 없으니

계속 정리는 안 되고 집은 엉망이었어요.

싱크대가 온다는 소리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반갑더라고요.

그렇게 고대하던 싱크대가 들어왔습니다.

외부의 데크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던 날이었죠.

     

싱크대 업체 선정도 나름은 까다롭게 했습니다.

일단 춘천에서 제일 일 많이 한다는 업체에 방문해

디자인과 샘플을 검토하고

1차 견적을 받았습니다.

도면상 수치는 나와 있으니

가 견적을 받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금액이 또 어마어마한 겁니다.

물론 수납을 위해 키 높이 장을 여러 개 넣었고

신발장, 세면대 하부장과

아이들 방에 들어갈 붙박이장까지 포함 된 거지만

그래도 서울 못지않게 비쌌습니다.

^^;;

지방이라고 제가 얕본 모양입니다.  

   

한*이나 리*트만큼 비싸게 나왔습니다.

일부러 브랜드 안 쓰고

중소가구업체를 선정한 건데

이리 비싸면 노브랜드 쓴 보람이 없잖아요.

뭐 일단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일 때라

견적서를 받아들고

비교 견적 받을 업체를 물색했습니다.    

 

방법은 뭐 늘 같습니다.

인터넷 검색!

[춘천 싱크대]라고 검색했더니

몇 개 업체가 죽 뜨더라고요.

그들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공사례들을 죽 훑어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세련되게 시공한 사진을 찾았고

그 시공을 담당한 업체를 컨텍했습니다.

통화를 하고 직접 공장으로 방문하기로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주말 오후였는데

춘천 외곽에 있는 너무나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

나무 절단하는 소리가 윙윙 들려옵니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가니

넓은 공장에 선풍기 하나 틀어놓고

사장님이 직접 나무판을 자르고 계십니다.

그분의 성실함에 미소가 지어짐과 동시에

인건비는 확실히 저렴하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대신 퀄리티가 조금 걱정됐습니다.     


사무실로 들어가

사장님이 보여주신 샘플들을 보며

원하는 색상과 원하는 인조대리석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1차 가견적 받았을 때보다

더 디테일해진 도면을 그려드리며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사장님은 주말 지내고 견적을 주겠다고 하셨고

저는 월요일, 견적을 받았습니다.  


   

휴~

첫 번째 업체보다 절반이나 싼 가격의 견적이었습니다.

또 여기서 잠시 고민이 생깁니다.

분명 사장님이 주신 견적이 제가 예상한 금액은 맞는데

너무 비싼 업체 견적을 받고 난 뒤라 그런지

살짝 그분의 실력과 마감이 의심스러운 겁니다.

ㅠㅠ

사람이 참… 여러모로 간사하죠?  

   

그래도 가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저는 최* 싱크대와 계약을 합니다.

싱크볼과 수전은 직접 사드리기로 하고

빠지는 것 없게 꼼꼼히 체크해 발주했습니다.     

바닥이 마감되었을 때

한 번 더 방문해 실측하시는 모습에

또 믿음이 갔습니다.

춘천에서 화천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30킬로는 넘고

시간상 4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인데

정확한 제작을 위해 중복되는 실측도 마다하지 않는 그분이

정말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모든 게 다 좋았는데….

이놈의 블랙 싱크볼이 문제였습니다.

먼저 도착한 싱크볼로

일단 인조대리석 상판 타공은 마쳤는데

두 번째 도착해야 할 싱크볼이 연락 두절인 겁니다.     

업체에 문자도 남겨보고 전화도 해보았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거 사기당한 것 아닐까?

그래봐야 돈 16만 원이긴 한데

겨우 16만 원 가지고 이런 사기를 칠까?

별생각을 다 하며 조금 더 기다리다

결국 물건 판매 사이트 인터*크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제야 업체의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운송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환불해주겠다는 겁니다.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싱크대 시공 초읽기인데.

이제 와서 환불해준다고?

헉!     


서둘러 종전의 것과 같은 제품을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그나마 그 아이는 2주를 지켜 도착했으니

최소한 더 늦어지지는 않을 거란 기대가 있었죠.     

결국 싱크볼 한 조는 나중에 설치하기로 하고

싱크대 설치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젊은, 아니 젊다 못해 좀 어려 보이는 젊은이들 넷이

멋지게 트럭을 몰고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사장님은 따로 오시나? 했는데

사장님은 안 오신답니다.

그러니까 이것 역시

제작과 설치가 따로였던 겁니다.     


기억하시죠?

지붕도 심사숙고해 고르고 골라 업체를 선정했는데

오더 딴 분, 하지 작업하는 분, 징크 작업하는 분이 모두

따로따로였던 거!

이렇게 하청에 재하청이 빈번하니

단가가 오르고 비싸질 수밖에요.     

더 전문적이니까 좋지 않냐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분담된 일은 마무리가 늘 문제가 됩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이렇게 업무가 분담되면

하자에 대한 책임 소지도 불분명해집니다.

그거 우리 하자 아닌데요? 하면 끝난다는 거죠.     

돈 낸 건축주는

이리저리 핑퐁 당하다

결국 일도 하지 않은 다른 업체 불러

돈 들여 하자처리 해야 하는 겁니다.

참… 문제죠.


장인정신도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이런 식의 시장구조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소비자를 울리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런 식의 구조가 되도록 만든

이 나라의 구조도 문제이긴 하지만요. ㅜㅜ     


성실하신 사장님은

싱크대가 거의 다 설치 완료될 무렵 얼굴을 비추셨습니다.

인조대리석 상판과 함께 나타나셨다가

잘못 제작된 인조대리석을 들고 조용히 사라지셨죠.

예상보다 일찍 시공하러 오셨으니까…

하루 이틀 더 늦어진다고 나쁠 것 없다고

스스로를 달래봅니다.   

  

주말이 끼어 이틀을 보내고

성실하신 사장님과 인조대리석이

다시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싱크대다운 싱크대가 설치되는 날이죠.

검정 싱크볼을 보니

저는 또 괜히 흐뭇했습니다.

중국에서 만들었으면 어때? 색만 예쁘고만.

막 이러면서 최면을 거는 거죠. ㅎ     


그런데 싱크볼 설치하는 기사님을 보고 있자니

어째 좀 찜찜합니다.

     

“왜 그렇게 조심하세요?”

“이게… 좀… 약해 보여서요.”

“네?”     


기사님이 마치 물어봐 주길 기다렸다는 듯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하십니다.    


 

“이런 철제는 본 적이 없어요.

뭐로 만든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도 물건 보고 좀 찾아봤는데

도대체가 재질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뜨거운 물도

바로 버리시면 안 될 것 같아요.

배관이… 플라스틱 살짝 들어간 비닐 같아요.”     


허걱!!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요?

직접 주름 관을 만져보니

정말 아이들 장난감처럼 생긴 플라스틱입니다.

게다가 수전은 가관입니다.

어떻게 수전이 플라스틱일 수 있죠?

호스를 잡아 빼려다 그 플라스틱 수전이

똑! 부러지고 맙니다.     

빌어먹을 메이드 인 차이나!!     


심지어 싱크볼 규격도 국산 싱크볼과 달라서

교체해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게 생겼습니다.

남편의 비난이 쏟아지고

업체의 조롱이 느껴지고….

흑!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죠.     


그래도 설마 주방에서 쓰는 싱크볼인데

써먹지도 못하게 만들었겠어?

라고 또 나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어찌 됐든 사용은 해야 하니까요.

사용하다 문제 생기면

그땐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최소 16만 원의 값어치는 하지 않을까요?  

   

일단 부러진 수전은 과감히 버리고

국산 싱크대 수전을 서둘러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올 싱크볼도 생각해

아예 2개를 구입했어요.


조금 허접하긴 하나 그래도 물은 새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물까지 샜으면 우리 남편,

아마 죽을 때까지 놀려먹었을 겁니다.     

힘들게 공들여 집 잘 지어놓고

중국산 싱크볼 때문에

허접한 주방을 만들게 생긴 저는

얼마나 속이 탔겠습니까.     



그래도 깔맞춤은 딱 좋았습니다.

원목 상판과도 싱크대 색상과도

우리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아주 잘 어우러지거든요.     

휴~~~

대형 사고를 치고 나니

진이 다 빠졌습니다.     


싱크대 및 붙박이장 견적은

다음글에서 공개하겠습니다.





<29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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