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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Sep 21.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7)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마당 정리로 정신없을 때     

시스템 창호 업체에서 방충망 설치를 위해 방문했습니다.   

  

이곳 화천은 해만 지면 무척 시원하거든요.     

도시에서의 열대야!     

이곳에는 없습니다.     

지난 9년 내내 그랬어요.     

그런데 방충망이 없으니 창문을 열어 놓고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어서 빨리 방충망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모두가 비수기라고,      

모두가 일이 없어 손가락 빤다고 난리인데     

시스템 창호 업체는 매일 매일 바쁘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었지요.     

뭐, 방법 있나요?     

돈은 다 주었지 업체는 경기도 광주에

뚝 떨어져 있지     

성실하신 사장님만 믿고 기다렸는데     

근 한 달여 만에 시공팀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비싼 시스템 창호와 너무 걸맞지 않게도     

허접한 방충망이 온 겁니다.     

동네에서 트럭 몰고 메가폰 틀고 다니는     

방충망 아저씨 제품보다도 더 못한!! ㅜㅜ    


사진으로는 방충망 상태가 잘 보여지지않네요.^^;

           

일단 시공하러 왔으니 어쩝니까.     

그리고 그들은 이 제품만 쓴다니 어쩝니까.     

그냥 시공하게 둬야지요.     

어떻게 온 방충망인데…. 흑!    

           

창은 모두 11개.     

한참 만에 시공을 마친 시공 담당이     

난처한 얼굴로 저를 부릅니다.     

이유인즉슨     

몇 개가 불량이라는 겁니다.               

딱 봐도 불량스럽게 생겼는데     

겨우 몇 개만 불량이려고?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데리고 다니며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불량이니     

방충망 업체가 와서 AS 해줄 거라고 하는 겁니다.               

시스템 창호를 하면서      

방충망까지 관리하기는 힘들겠죠.     

대부분 협력업체가 처리하는 시스템이고요.     

그래도 이건 좀 서운했습니다.   

당장 방충망 사용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와서 해준다고 하는데      

또 거기서 뭐라고 토를 달겠어요.     


그렇게 작업자를 돌려보내고     

남편과 저는 방충망 욕을 엄청 했습니다. ^^;;     

좋은 시스템 창호의 질이 훅 떨어지게 만드는 방충망이라고요.     

그리고 전 창호 대표님께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어쩌면 오지랖이라고 욕했을지는 모르지만     

제품의 질을 위해,     

제품의 프라이드를 위해서라도     

방충망 협력사를 교체하시라고요.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도

시스템 창호의 AS와 방충망 AS는

미처리 상태입니다.

시공이 끝나자마자 잔금을 치렀는데

AS가 다 끝나고 나서 잔금을 치렀어야 했나 봐요.

지금껏 여기만큼 속 썩인 업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방충망도 설치되었습니다.

그 덕에 창문 열어 놓고 지낼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요.

얼마 못 가 망가지게 생긴 방충망이래도

있으니 좋긴 합니다.    

 

마당 공사가 끝나고

남편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데크 시공에 들어갔습니다.   


농막에는 이렇게 시공했답니다.

  

역시 데크도 다섯 개 업체의 견적을 받았습니다.

우선 견적을 받기 전에

방부목으로 할지 합성목으로 할지

정해야 했습니다.     

오랜 농막 생활로 방부목에 질려 있던 차였고

우리 동네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미륵바위 쉼터에 깔린 합성목에

혹! 해있던 차라

고민도 하지 않고 합성목으로 시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합성목도 피스로 시공할지

클립형으로 시공할지 정해야 하는데

외관상 보기 좋은 클립형을 선택했고요.     


그렇게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았는데

이것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많게는 1,100만 원부터

적게는 650만 원까지.

방부목으로 바꿔도 금액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가격이 제멋대로이면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징크 업체를 선정할 때 가졌던 고민이

데크에서 또 저를 괴롭혔습니다.    

 

농막을 지을 때 농막 앞 데크는

남편과 J네 아빠의 합작품이었습니다.

목재로 틀을 짜고 방부목을 예쁘게 깐 뒤

엄청난 양의 피스질을 했고

스테인은 양쪽 집 아이들이 나서서 마무리했답니다.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었죠.     


이제 그 남편들은 나이 들었고

그 아이들은 다 커서 각자의 삶이 중요해졌고

자재는 눈부시게 발전했죠.     

남편은 그 옛날 생각하며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큰소리치는데

그 옛날처럼 허접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 옛날처럼 젊지 않다는 말도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런 제 맘을 알았는지

남편도 금속공사 경력자인 지인에게 부탁을 하더군요.

함께 하자고.

그렇게 데크 시공을 셀프로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인에게는 1톤 트럭도 있고

오랜 세월 금속공사 업체를 운영했던 경력도 있으셔

여러모로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춘천에 가서 각파이프와 데크목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지인의 권유로

합성목이 아닌 방부목으로 시공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합성데크 시공은 자신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난간 설치도 하지 말라는 권유로

높이 약 70㎝의 데크에

난간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분체도장 한 검정 스틸과 평철의 난간이

일하기 번잡스럽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뭐로 하든 바가지만 쓰지 않고 시공하면 다행이지 싶었습니다.

뭐로 하든 허접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싶었고요.

합리적인 금액으로 할 수만 있다면

합성목이 아니어도, 난간이 없어도

감내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   

  

직접 자재와 부자재를 사서 운반하고

몇몇 장비는 지인이 직접 들고 와서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앞뒤 데크 다 해서 3일이면 넉넉할 거라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분 꼼꼼하십니다.

꼼꼼해서 우리에게 해될 건 없습니다.

땡볕에서 일하시는 분이 힘들어 그렇지.

피스는 촘촘히, 납땜은 꼼꼼히,

각파이프의 절단면도 일일이 면처리 해주시고

시공하는 내내 남편도 저도

그분의 섬세함에 여러 번 감탄했습니다.

내 집 일처럼 해준다는 표현이 딱 맞지, 싶었습니다.

그러나 공사 기간은 상대적으로 길어졌죠.

3일 예상했던 일이

5일 걸렸으니까요. ^^;;     



두 사람이 각파이프로 틀을 짤 때

저는 데크목에 스테인 작업을 했습니다.

보통은 시공 완료 후 도색하는데,

9년 전 농막 데크 시공 때도 그랬고요. ㅎ

그렇게 되면 아래쪽과 측면은 도색이 안 되어

데크목을 보호할 수 없다며

미리 도색 해 놓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제안에

제가 서둘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마당이 잘 정비되어 있으니

도색작업도 즐거웠습니다.

     

햇볕과 정면으로 승부하며

물과 이온 음료, 간식과 그늘 휴식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루틴이

길고 지루하게 계속되었습니다.

5일이나요.     

데크 전문 시공팀이었다면

일은 3일 이내에 완료되었겠지만

비용도 비싸고 정성도 덜했겠죠.

매일 밤 남편은 땡칠이가 됐지만

그래도 내 집에 내가 직접 만든 무언가를 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공된 데크는 얼마가 들었을까요?

각파이프   500,000원

데크목   1,200,000원

부자재     300,000원

기타경비   500,000원

지인 인건비  2,500,000원     

이렇게 해서 총 500만 원이 들었습니다.

남편의 인건비는 제외입니다.     


인건비를 예상보다 많이 부르셔서

-참고로,

인건비 가장 높은 목공 반장 하루 인건비가

장비 포함 38만원입니다.-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웠는데

정성과 시간, 그리고 들고 오신 장비들을 생각해

그럴 만 했다고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싸게 하고 싶어서 지인 찬스 써 놓고

그 찬스에 감동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면서

예상한 금액에서 벗어나지자

잠시 욕심에 눈이 멀어

스스로 값싼 인간 되기를 자처하더라 이거죠.

^^;;

저도 인간인지라….    

 

결론은 좋은 분 만나

큰 도움 받고

예쁜 데크까지 획득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데크 시공이 한창일 때

뜻하지 않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싱크대 시공을 오겠다는 연락이요.

발주가 너무 늦어져 휴가 기간 겹쳐

언제 시공될지 모른다고 으름장을 놨었는데

글쎄 예상보다 1주일이나 빠르게

시공 일정을 잡았지 뭡니까.    

 

처음 업체로 방문 갔을 때

휴일인데도 홀로 그 넓은 공장에서

선풍기 하나 틀어놓고 묵묵히 일하는 모습 봤을 때부터

이분이 참 성실한 분일 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감동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싱크대 시공에도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주방은 메인 주방과 보조 주방이 있죠.

요즘은 다들 그렇게 만드는데

냄새나거나 김 많이 나는 요리는

되도록 보조 주방에서 하라는 의미로

그렇게 설계하고 시공하는 겁니다.


하지만 저의 설계 계획은 좀 달랐습니다.

싱크대가 두 곳이기는 하나

거실에 설치되는 싱크대는

간단히 컵이나 씻고

혼자 밥 먹을 때 간편하게 데워 먹고

정리할 수 있는

그야말로 회사 탕비실 싱크대 같은 수준의

주방이었습니다.

거실은 저의 작업공간이자

휴식공간이기도 하니까

감성도 좀 있고 디자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살짝 카페 같은 분위기의 싱크대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메인 주방은

별도 공간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거실 싱크대에는 2구 전기레인지를

메인 주방에는 3구 전기레인지를 설치했고

거실 싱크대는 우드 상판을

메인 주방에는 인조대리석 상판을 넣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흑!

예쁜 거실, 예쁜 주방,

집과 어울리는 검정 싱크볼에 꽂힌 저는

크나큰 실수를 하고 맙니다.





<28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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