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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Sep 19.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6)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바닥 타일 시공이 끝나고

참 바빴습니다.

그간 바닥이 완료 안 되어

미뤄두었던 잔여 공정들 때문이지요.


화장실 도기, 수전, 보일러, 에어컨은

즉시 시공했고

싱크대, 붙박이장, 신발장과

샤워부스와 드레스룸의 멋진 파티션이 되어줄

금속 프레임 및 유리

뒤늦은 발주를 해야 했습니다.  

바닥과 천정의 높이가 필요한 것들이니

바닥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린 거죠.  

   

발주가 늦은 이 공정들은

하필 휴가 기간에 딱 걸리어

2주가 걸린다고 해도

3주가 걸린다고 해도

하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4일로 이삿날은 잡혔지

싱크대와 각종 붙박이장도 없이 이사 했다간

집이 난장판이 될 것 같지….

휴~~~


남편은 이사를 좀 미루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삿짐이 들어오려면

마당의 땅이 단단하게 굳어 있어야 하는데

연일 계속되는 비로

땅이 또 질퍽해졌고

무거운 이삿짐을 실은 차가 들어오면

짐을 내릴 때도 차가 움직일 때도

여러모로 힘들겠다 싶더라고요.


   

이사를 미루려고 보니

태풍의 영향으로 비는 연일 잡혀있고

그 비 그치기를 기다리다간

하염없이 미뤄질 것 같고….

하여 전 연일 계속되는 빗속에

잠깐 소강기를 맞은 하루를 캐치해

그대로 이사를 단행했습니다.

모두가 말렸지만요.    

 

다행히 짐을 실을 때도

짐을 내릴 때도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땅이 살짝 질기는 했지만

짐을 내리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고요.   

  

이삿짐은 보통의 이삿짐센터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지방 이사이기도 하고

방배동 집을 정리하며

웬만한 것들은 많이 버렸기 때문에

큰 탑차가 필요치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시겠지만

우리 집은 탑차가 들어올 수조차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인터넷으로 지방 이사를 검색하니

원룸 이사부터 시작해

용달 이사까지 줄줄이

여러 업체의 이용 후기가 떴습니다.

그중 몇 곳을 골라 견적 의뢰를 했죠.

김치 냉장고, 양 문 냉장고, 침대 두 개….

뭐 이런 식으로 상세하게 문자를 남겼고

업체들의 견적이 우르르 쏟아졌습니다.


200만 원부터 120만 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했고

1t 2대면 된다는 업체부터

5t 1대는 가야 한다는 업체까지.

하여간 뭐가 다 이렇게 부르는 게 값인지….     


그러다 1t 두 대, 기사 아저씨 각 한 분씩

75만 원의 견적을 제출한 업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저렴한 업체를 고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제가 예상했던 금액에

딱 부합하는 업체가 나타났으니

통화해보고 문제없다면 계약하는 게 옳죠.


거품 싹 빠진 금액도 마음에 들었지만

통화해보니 명쾌하고 친절하기까지 한 겁니다.     

그렇게 그 업체와 계약이 성사되었고

비 때문에 이사를 하니 마니 할 때도 성의껏,

이사 날이 정해지니

이사 바구니도 알아서 척척 가져다 놓으시고.


아! 참고로 우리는 반포 장 이사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녀야 하는

남편의 살림이 일부 남아야 하고

이사 들어가는 집은 수납장이 하나도 없으니

굳이 포장이사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낮은 금액이니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치고

그다음 날 집중호우가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뒤집어 놓고 갔습니다.

재난지역이 선포되고 난리도 아니었죠.

고민하다가 서둘러 이사하기를 참 잘했지, 싶었습니다.


    

이삿짐이 모두 집안에 부려지니

그야말로 집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정리될 리 없었죠.

그래도 이삿짐이 들어오니

정말로 화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는 실감은 나더군요.

    

이사해놓고 큰비가 지나갔잖아요.

이번 비에도 집과 집 주변이 끄떡없다면

앞으로 큰 문제는 없겠구나….

나름 판단의 기초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 집과 집터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습니다.


너무 많은 비가 내려

마을로 내려가는 길가 냇물이

범람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물이 불었지만

동네 어르신들 말씀대로

여긴 수십 년 동안 물난리 한 번 난 적 없다는 말이

무척이나 믿음이 갔습니다.    

 

다만 공사하는 동안 정비하지 못했던

보강토 쌓은 부위의 흙이

비로 많이 유실되었고

준공검사 전에 포장한 도로 경계 면에

흙벽을 쌓기도 해야 하고

질퍽해서 비만 오면 발목 잡는 앞마당과 뒷마당도

시일 넘기지 않고 정리해야 해서

포크레인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땅속으로 물 빠짐 배관을 묻고

빗물받이통으로 내려온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오수통 설치와 그에 따른 배관 설치도 해야 했으니

공사가 끝난 게 아닌 셈이었죠.

큰비를 맞고 보니

일거리가 보여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해야 할지…. ㅎ   

  

남편은 못 썼던 여름휴가를

몰아서 잡았습니다.

배수 공사와 마당 정비공사,

그리고 데크 설치 작업까지 직접 나설 계획이거든요.

    

작년 가을 토목공사를 도와주신

포크레인 사장님이 등판합니다.

이번에는 골리앗이 아닌

조금 작은 포크레인을 끌고요.    

 

먼저 마당 전체의 배수로 파기 작업을 했습니다.

사 온 배수관을 묻고 물길을 터줍니다.

그리고 빗물이 내려오는 관 아래

오수통을 묻었습니다.

묻은 오수통 역시 배관에 결합시킵니다.

배수가 되지 않으면

마당은 계속 질퍽할 겁니다.

주차를 할 수도 없고

집 꼴은 아주 우스워지겠죠.  

   

공사하느라 힘들었는데

그런 건 내년 봄에 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경험상

해야 할 일은 미루면 안 되더라고요.

‘공사는 할 때 해야 한다!!’

저의 철칙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귀한 휴가도 이렇게

내 집 마당 일구는 일에 쓰도록 한 거고요.  


   

포크레인과 남편이 배수로를 파고 묻을 때

15t 덤프트럭은 파쇄석 4차와

마사토 4차를 열심히 실어다 날랐습니다.

파쇄석은 1차에 18만 원

마사토는 1차에 20만 원이었습니다.

다만 마사토는 운임이 포함된 가격이고

파쇄석은 덤프트럭을 별도로 불러 진행했습니다.

15t 덤프를 쓸 수밖에 없었던

우리 집 상황 아시죠?

여건 되시는 분들은 25t 덤프를 이용하시면

훨씬 저렴합니다.

참고로 15t 덤프는 하루 사용료 60만 원입니다.

물가 상승, 원자재 상승과 함께 유가가 상승하며

각종 중장비 사용료도 5만 원에서 10만 원씩 상승했습니다.


첫날은 이렇게 일을 마쳤고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마당 가꾸기에 들어갔습니다.     

받아놓은 파쇄석을

남편의 놀이터가 될 뒷마당에 좍 깔았습니다.

찰흙처럼 찐득찐득하던 땅 위에

파쇄석이 깔리니

여느 캠핑장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받아놓은 마사토는

내년 봄 잔디를 심게 될 앞마당에

좍 펼쳐 깔았습니다.

역시 질퍽하던 땅에 마사토가 놓이니

바닷가 모래사장처럼 훤해지더군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집이 더 예뻐 보였습니다.

역시 돈이 들어야 뭐든 되는가 봅니다. ㅠㅠ

    

마사토도 파쇄석도 깔리지 않은 입구 쪽 땅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다졌습니다.

승용차 네 대는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지만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돈 들인 파쇄석과 마사토가

죄다 빗물에 쓸려 내려갈 테니까요.   

  

레미콘은 더는 싼 가격에 받지 못했습니다.

미리 대금을 지불해 놓은 콘크리트는

이미 집 지을 때 다 썼으니까요.

루베당 83,000원씩 받던 것을

96,000원에 받으려니

배 아프더라고요. ^^



레미콘 2대, 12루베의 콘크리트를 받아

남편과 포크레인 사장님이

진땀 흘리며 마무리 작업까지 했습니다.     

비전문가가 그 어렵고 힘든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덤볐으니

당연히 그날 밤 남편은 녹초가 되었고요.

포크레인만 운전하면 되는 분이

직접 연장 들고 콘크리트를 정리하시는데

정말이지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원래는 콘크리트 타설 전문 인력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불발되어

애꿎은 남편과 포크레인 사장님만 잡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마당을 보는데

저는 왜 또 흐뭇할까요. ^^;;


    

다음 이야기에서는

셀프 데크 시공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27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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