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정 Sep 18.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5)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대문 사진은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화천대교의 밤 풍경입니다.


오늘도 잡다한 소식으로 문을 열겠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올해 5월입니다.

토목공사를 시작한 건 작년 가을이었고

집 짓기를 시작한 건 올 4월이죠.

집짓기 한 달여 만에

집 짓고자 하는 분들 모두가

감히 엄두 내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지난 8월 어느 날

잡지사 기자님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에 남편이 장난으로 제안 메일을 보내왔던 적 있어

이번에도 남편의 장난인가 싶었는데

정말 기자님이시더라고요. ^^     



제 글을 읽고 인터뷰 요청을 하신 겁니다.

잡지 제목이 [전원생활]이고

귀농 귀촌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주 소재로 담고 있다는 설명에

귀촌 8년 만에 집을 짓는다는 내용의 글이

구미에 당겼겠구나… 싶었죠.   

  

아직 미완인 곳들도 있고

정원이나 주변 땅 정리가 덜 되어

이 상태로 인터뷰가 가당키나 할까 싶었는데

기자님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살짝 고민하다가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죠.   

  

오늘 기자님과 사진작가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인터뷰를 하며

인터뷰의 주인공이 이 집이 아닌 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우리 집이 아니고 저요?”

딱 이렇게 물었습니다.


2시간여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 안과 밖, 농막 주변과 진입로 등을

사진에 담으셨습니다.

물론 모든 사진 앵글에 제가 있었습니다. ㅠㅠ;;

이렇게 난감할 수가….

어색하고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나, 원, 참!     


서울에서의 생활과 이곳에서의 생활,

인테리어회사 직원으로서의 삶과

드라마 보조 작가로의 삶과

그리고 지금,

로맨스 웹소설을 쓰는 작가로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신나게 얘기한 것 같아요.     



이 집과 이 땅이 저에게는

참으로 신통방통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마음에 안식을 주고

삶의 여유를 주고

새로운 인생의 서막을 열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 앞에 서는 게 참으로 어색해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포즈를 취했는데

사진작가님이 알아서 잘 찍어주시리라 믿으며

즐거운 인터뷰 시간을 마쳤습니다.     


브런치에 기고를 하니

이런 즐거운 일도 생기는구나 싶어서

좋은 소식(?)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봅니다.    




지붕에 바닥 타일공사까지 끝났으니

이제 주요 공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바닥이 마무리되어야

실내의 다른 공정들도 마무리됩니다.

에어컨도 설치해야 하고

보일러 및 욕실 도기들도 설치해야 하고

싱크대와 붙박이장들도 발주할 수 있게 되죠.    


 

이런 게 되어야 농막 생활을 접고

새집으로 살짝 들어와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준공이 떨어지기 전에 기거하면 안 되니까

살림은 옮겨 놓아도 안 사는 척(?) 해야 합니다. ㅎ

서울과 수도권은 준공 전 입주를 철저히 관리하는데

지방은 좀 느슨하게 관리한다고 해서

저는 준공 떨어지기 전에

살림을 슬슬 옮겼습니다.     


이제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갑니다.

일정들 조율하며

서울 이삿짐을 화천으로 들여올 날도 잡았습니다.

8월 4일이 D-day입니다.

이삿날까지 잡고 보니

이제 정말 화천 살이를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공사하던 내내 농막에서 살았으면서도 말이죠.   

  

집도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고

당장 들어와 살아도 문제없게

모든 시설이 갖추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무더위에 에어컨 설치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남은 공정은 헉헉거리며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몰래 지내는 동안도

시원하게 있을 수 있고요.     


남아 있는 잔여 공정들도

별문제 없이 잘 처리되어야 하는데

보일러가 좀 말썽이었습니다.     


우리는 기름 아닌 가스보일러로 난방하기로 정했습니다.

기름이 더 적게 드냐, 가스가 더 적게 드냐….

말도 많고 의견도 많았지만

난방비 많이 안 들게 집을 든든히 지었으니

애초 계획했던 대로

가스보일러로 가기로 확정합니다.     


설비업체가 정해져 있으니

당연히 그분이 보일러 설치도 해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초반에 말씀드렸듯

좀 비싸게 섭외된 공정이 설비였잖아요.

그러니 그분이 할 수 있는 모든 설비를 맡기는 건

아주 당연한 수순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보일러 설치비는 별도라는 겁니다.

허걱!!

보일러 설치가 뭐 어렵다고?

가스 배관은 가스 업체에서 할 거고

그저 보일러 벽에 달고

흡기 배기 연통만 설치하면 되는 것을.     


“설비업체 버젓이 두고 보일러 설치업체 부르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라고 슬쩍 그분 자존심을 긁으니

“에이, 그럼 보일러 사 오세요.”

하십니다.     


우리는 그 길로 보일러를 검색했습니다.

집은 35평이지만 천정이 높아서

난방 면적은 45평이라 생각하고

열량과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아보았습니다.


귀*라미, 경*나비앤, 린*이…

여러 개의 보일러 회사가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린*이 보일러를 선호했습니다.

서울살이 하는 내내 어찌하다 보니 린*이를 계속 썼는데

문제 한 번 일으킨 적 없고

간혹 오래된 빌라에

그 나이만큼 된 보일러의 AS를 신청하면

즉각 처리되는 것으로

나름 만족했던 터라

이번에도 동일 회사 제품으로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화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린*이는 선정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이유인즉슨

AS센터가 춘천에 없다는 것!!    

 

막상 입주해 살아보니

모든 전자제품의 관리 및 AS를

화천이 아닌 춘천에서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정수기, 비데, 음식물 처리기….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많은 제품은 항상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죠.

그런데 화천 자체 해결이 안 된다는 겁니다.    

 

보일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 AS센터 없는 제품은

과감하게 제외하는 게 맞겠죠?

결국 경*과 귀*라미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보일러가 이렇게 싸?

인터넷 가격을 보고 예상한 금액보다 싸서 신났었는데

막상 자세히 들어가 보니

설치비 별도인 건 차치하고

제품 판매만은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똭!! 쓰여 있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사이트는 또 다르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서핑을 열심히 했는데

찾아내는 족족 판매 조건이 같은 겁니다.

심지어 화천은 설치 불가 지역이기까지 한 겁니다. ㅜㅜ



이거 좀 그러네?

우린 설치할 사람이 있는데

그래서 물건만 사면 되는데

30만 원이면 살 물건을

시공 별도로는 살 수가 없답니다.     

보일러 시장이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각 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보일러 값은 어마어마합니다.

일반 소비자는 그 어마 무시한 가격을

다 주고 사야 하는데

인터넷에 보일러 판매 도배를 한 업체들은

대체 얼마에 물건을 가져오기에

설치비만 준다면 물건을 그리 싸게 준다는 건지.

설치비에 바가지를 씌운다고 하더라도

다들 아시겠지만

보일러 달리는 위치에서 외벽까지 나가는 거리는

사실상 그리 길지 않으니까

기본이 넘는 거리라 하더라도

설치비는 부자재 포함해

2, 30만 원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아! 보일러만 싸게 산다면

설치는 그냥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에

인맥을 동원해 보일러 싸게 사기를 시도해봅니다.

^^;;

하지만 그 또한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설비 사장님께 소개받은 춘천 대리점에 가서

설비업자에게 주는 가격이라는 믿기지 않는 금액에 수긍한 채

인터넷가 보다 20만 원은 더 비싸게

원하는 보일러를 구입하게 됩니다.     



보일러는 설치시공 자격증을 보유한 업체에서만

시공이 가능합니다.

준공서류에 보일러 설치확인서

가스 필증이 첨부되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자격 업체에서만 가능합니다.

다행히 우리 설비업체는 자격을 보유한 업체라서

필증까지 모두 잘 알아서 해주셨습니다.


요즘은 환경 문제로 콘덴싱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이건 물 빠지는 배수구가 필히 있어야 합니다.

참고하세요.

     

여기서 가스에 관해 짚고 가겠습니다.

가스는 각 지역 가스 업체를 섭외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 지인의 소개로 춘천 업체에 의뢰했습니다.


가스 업체에

신축주택이고 난방을 가스로 하려고 한다! 고 말하면

우선 현장 답사를 나옵니다.

물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미리 섭외해서

사전에 현장 답사까지 마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았습니다.   

  

답사 오는 분은 자사의 가스탱크 트럭이 진입할 수 있는지,

겨울철 진입이 가능한지,

거리가 수지타산에 맞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체크하신 후

설치 가능 여부를 알려주십니다.

다행히 도로를 좍 포장해 놓아

공급할 수 있겠다는 답을 얻었죠.  


   

그렇다면 가스통 설치와 배관 설비가 문제인데

공급만 가능하다면

자사 LPG를 주문하는 조건으로

무상 설치입니다.


와우!!

내내 공짜 한번 없이 죄다 돈 나가는 일만 하다

공짜로 해준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설치 가능 판정이 떨어지면

가스통 놓일 자리와 배관 설치 계획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잘 모르면 가스 업체의 의견을 잘 들으면 됩니다.   

  

우리 집의 경우

외벽 마감이 벽돌이므로

가스통이 벽에 근접하게 붙어도 괜찮다고 해서

큰 어려움 없이 위치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보일러가 설치될 곳 가까운 곳 외부에

가스통을 설치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외관상 보기 싫은 곳은 피하면 좋겠죠.

우리는 실패했지만요.    

  

처음 설비 배관작업 때 설명해 드렸지만

수도 인입도 보일러 설치 위치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수도 인입과 가스 인입

모두 보일러 위치에서 시작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집 설계를 할 때

보일러 위치 잡기가 참 중요하겠죠?

    

가스통 놓일 위치는 가로세로 1m 크기,

높이 15cm 이상으로

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합니다.

정화조도 콘크리트 타설을 했듯이

가스통 지지를 위한 콘 타설도 있다는 점.    

 

집 마당 한쪽 편에 주차장 자리를

콘크리트로 타설 할 거라서

가스통 위치 콘 타설은 그때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때 진동을 일으키는 에어컨 실외기와 가스통은

한 바닥을 쓸 수 없다는 점! 유의하시고

가스통 설치는 별도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을 위한 것이니

지켜주는 게 좋겠죠? ^^     


서울은 도시가스가 설치되어있어

사용한 만큼 알아서 청구서가 딱딱 날아오지만

LPG는 매번 사용량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가스통이 크기는 하지만

특히 겨울철은 잔여량 체크도 해주어야 하고요.   


       

이렇게 사진 찍어서 LPG 회사로 보내면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도시에서의 삶이 얼마나 편했었는지 새삼 깨달아갑니다.

ㅎㅎㅎ


올겨울을 나 봐야

난방비가 얼마나 들지 알 거예요.

집이 잘 지어졌으면 적게 나올 것이고

단열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면

많이 나와 또 후덜덜 떨겠죠.

뭐, 성능 좋은 난로까지 설치했으니

장작과 가스를 잘 이용해

난방비 절감에 성공해보도록 할 생각입니다.







<26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산촌 #귀촌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철근콘크리트 #셀프인테리어

작가의 이전글 산촌에 내 집짓기(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