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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혜정
Sep 05. 2022
산촌에 내 집짓기(24)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힘겹게 내부 벽돌을 쌓고
바로 그다음 날
바닥 타일 팀이 투입되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타일과 타일 접착제, 타일 메지 등은
벽돌 때문에 지게차를 써야 했던 날
모두 받아놓았습니다.
지게차 비 아껴보겠다고
작업일 보다 너무 일찍 자재를 받아
비 오는 내내 비 안 맞히려고
보양하느라
참 애도 많이 썼네요.^^;;
타일 팀 역시
두 개 팀 비교 견적
을 받았습니다.
두 팀이 같은 금액을 제시했는데
첫 팀의 부자재 물량 산출 능력을 보고 탈락!
부자재 양을 터무니없이 적게 뽑아서
시공 시 애 좀 먹겠단 생각이 들었죠.
두 번째 팀은 피드백도 빠르고
현장 체크도 성의 있어
큰 고민 없이 업체 선정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둘 다 똑같은 실수를 했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
지붕 이야기 먼저 해 놓고
타일 사장님과 저의 실수를 이실직고하도록 하죠.
그렇게 속을 썩이던,
물론 벽돌보다는 아니지만,
아무튼 날씨 때문에 그렇게 애를 태우던 지붕이
드디어 시공일을 잡고 투입되었습니다.
내부에서는 타일 시공이 한창이었고
밖에서는 지붕 시공이 진행되었죠.
단순히 시공 일정만 미뤄진 게 아니고
외부 피티 아시바 대여비도 짤랑짤랑 올라가고 있었죠.
기본 대여 한 달이 막 넘어가기 시작했거든요.
지붕만 완료되면
갑갑한 쇠 파이프 걷어내고
예쁜 집이 모습을 드러내며
숨 쉬게 될 터인데
지붕이 자꾸만 늦어져 그걸 못해
저 역시 답답했고
공사가 아직도 한참 남은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서
이 집이 아직 지어지려면 멀었구나….
인테리어 경력 20년 된 사람도
집 짓는 일은 처음이라 별수 없구나….
라는 평가를
남편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받는 것 같아
괜히 저는 속이 탔습니다. ^^
현재 실무 종사자도 아니면서
괜히 자존심을 챙겼던 거죠.
ㅎㅎㅎ
어쨌든
그렇게 어렵게 투입된 지붕 공사팀이 현장에 도착하자
거짓말 살짝 보태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비 많이 내리기 전에
해 두었던 하지 작업은
되레 비 오고 개고 비 오고 개고를 반복하며
합판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고
역시 비와 해에 노출된 합판은
휘어지고 틀어지기까지 해서
새집인데도 새집 같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차라
지붕 팀은 현장 상황을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그 많았던 염려와 걱정과 우려를
깡그리 씻어낼 일만 남았죠.
다행히 징크 시공팀은
추진력 있고 빠릿빠릿한
젊은 혈기
들이어서
3일 꼬박해야 할 분량을
2일과 반나절 만에 끝내주었습니다.
지겹도록 내리던 비가 그치니
쏟아지는 햇살이 장난 아닙니다.
그래도 지붕은 맑은 날 일 해야 하니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햇살을 온전히 온몸으로 받으며 일하는 지붕 팀을 보며
내내 야외에서 일한다고 미안한 마음 들었던
벽돌 팀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단 생각까지 들더군요.
더워도 너무 더워
결국 지붕 팀은
오전 6시부터 시작해
뜨거운 한낮은 숙소로 돌아갔다가
오후 4시에 다시 현장으로 나와 일을 이어갔습니다.
도시와 달리
시골의 한 낮은 정말이지
피할 곳 하나 없고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무덥습니다.
화천의 더위는
이곳에서 군 생활하신 분들은 모두 다 알만큼
지독하기로 유명하죠.
그래서 작업하시는 분들께
조심히 제안해드렸던 겁니다.
업무 효율
을 위해
낮 시간은 피하고
새벽과 해 떨어지기 전 저녁에
능률 높여 작업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요.
작업 팀장님은
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셨고
혹독한 더위를 피해
작업하실 수 있었습니다.
징크는 제대로 시공하면
누수가 생길 일 없는 자재입니다.
징크의 인기가 상승하며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징크 시공에 나서고 있지만
하지 작업도 하지 않고 징크를 붙이는 업체도 있고
목재로 틀을 짜고 그대로 징크를 붙이는 업체도 있으며
포스코 징크 유사품을 들고 와 시공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시공비가 저렴하다면 할 말 없지만
견적은 오리지널로 내놓고
유사품으로 대체하거나
엉터리 시공을 하는 업체들이 있으니
반드시
견적 의뢰 시
시공 방식을 물어야 하고
하지에 쓰이는 각 파이프의 두께와 크기
내수 합판인지 일반 합판인지
그 두께는 어찌 되는지
방수 시트는 붙이는지 안 붙이는지 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지붕의 경우
건축물 골조도 올라가기 전부터 업체 수배를 했고
열 곳 정도의 견적을 받았습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해 시공 방법도 공부했고요.
받은 견적은 위에서 말씀드렸듯
천차만별
이었습니다.
적게는 500만 원짜리 업체서부터
많게는 3천만 원까지.
폭이 너무 커서 믿기지 않죠?
막상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에 투입되는 과정을 지켜보니
이 업체 역시 세부 공정별로
재 하도급을 주는 형식
이었습니다.
자재 사 오는 곳,
하지 작업하는 팀,
마지막 징크 작업하는 팀.
시공해 본 분야였다면
훨씬 원가에 가깝게 발주할 수 있었겠지만
이 역시 처음 해보는 공사라
눈물을 머금고 공사비의 약 30%는 날렸구나…
라고 생각하며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지붕 징크 공사비는
2,200만 원입니다.
집을 짓는 모든 공정 중
골조 공사를 제외하고 가장 큰 비용이 나간 공정입니다.
그러니 견적을 받아 들었을 때
손이 후덜덜 떨렸겠죠?
ㅎㅎㅎ
그래도 비용이 든 만큼 만족스러운 지붕이 생겼습니다.
색상 선택도 잘한 것 같고
징크를 선택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박공지붕과 빨간 벽돌이 그레이톤 지붕과 썩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드디어 답답한 감옥에서 벗어납니다.
지붕보다 하루 먼저 투입된 타일은
예정대로라면 지붕보다 하루 전에
일이 끝났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현장을 답사했던 업체 사장님도
현장을 설계하고 계획한 저도
35평에 600각 바닥 타일을 까는 일
에
이틀이란 시간밖에 할애를 안 했다는 겁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거실과 각 방에
온 장 타일만 붙이는 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잘라서 붙여야 하는 테두리 쪽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말입니다.
사장님은 조용히 저를 부르시더군요.
‘아무래도 하루는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렴요.
종일 붙어있으며 일하는 거 봤는데
물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말이지 열심히 타일만 붙였거든요.
그런데도 일양이 줄지 않아
저도 적잖이 놀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네…. 그러셔야 하겠어요.’
나도 내 실수를 인정하고
그분도 그분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비용이 드는 건 접니다. 흑.
그래도 별수 있나요.
시공은 깔끔하게 마무리해야죠.
하루를 더 달라고 하셨지만
이틀이 더 필요한 상황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 예감은 틀리지를 않죠.
결국 이틀을 더 작업하고서야!
우리 집 타일공사가 마무리되었답니다.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건
단연 욕조
였습니다.
남편이 유일하게 희망하고 원했던 곳
넓은 창으로 밖이 내다보이는
감성 만점 욕조요.
마음이 급했던지,
시간이 쫄렸는지,
시공 끝난 욕조는 물매가 제대로 안 잡혀서
지금도 샤워 후 헤라로 물을 박박 긁어서 버려야 하지만
그래도 그날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물매를 눈에 띄게 확 잡았다면
요즘은 아주 미세한 물매로 물을 잡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이곳 분들은
옛날 방식으로 물매를 잡더라고요.
제가 아주 살짝만 해달라고
붙어서 사정을 했건만
공용 욕실은 물매 때문에
턱이 사라져 물이 부스 밖으로 흘러나오고
겨우 약하게 물매 잡은 안방 욕실은
물이 하수구가 아닌 중앙으로 모이고….
대략 난감이지만
그래도 시공하느라 고생한 거
모르지 않으니
또
재시공이 얼마나 까다롭고 힘든지 알기에
후~~~
이 악물고 넘어갑니다.
그렇게 진행된 타일 공사비는
본 견적 250만 원에
추가가 90만 원 되어서
합이 340만 원이었습니다.
자재는 300만 원, 부자재는 80만 원.
타일 전체 720만 원 들었습니다.
<25편에서 계속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주세요.
모두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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