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도 때론 인사받고 싶은 날이 있다
2024년이 시작되었다. 1월 1일 아침엔 세 식구가 모여 어른들께 전화를 돌렸다.
“아꿀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해야 해~!”
어서 아빠 엄마와 놀고 싶은 아이에게 새해 인사를 몇 번이고 시켰다. 이 전화들이 끝나야 놀 수 있다는 걸 알기에(멋지다 7살~~) 아이는 우리가 시키는 인사를 반복한다. 네 번째 전화부터는 아이가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랩을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만하면 꽤 성공적인 안부전화 돌리기군 하고 생각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이와 병원에 간다. 이 놈의 지긋지긋한 기침감기는 낫지를 않는다.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에게 말했다.
“아꿀아 오늘은 진료실 들어가면서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는 거야~~?”
아이가 이내 내 손을 꽉 쥐더니 말한다.
“아니 엄마, 근데 왜 다들 나한테는 새해 복 안 줘? 왜 나만 줘야 해?”
그러고 보니 아이에게 새해인사를 받은 어른들은 오냐~라고 답했을 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아이에겐 하지 않았다. 멋쩍은 안부인사의 오프닝을 위해 아이에게 도움만 받고 새해 복을 챙기지 않은 스스로가 멋쩍은 순간이었다. 병원진료 마치고 아이와 외가로 향하며 엄마에게 몰래 문자를 보낸다.
‘오늘 아이 만나면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아 인사 좀 해주세요’
할머니는 오랜만에 본 손자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먼저 건네고 이내 아이의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드디어 받았다!
새해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