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삭막했던 길 위에서 화려함으로 향하다.
글 · 사진 · 편집 김용성
이 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시작한다. 지금의 성수동은 젊은 세대들이 가득하다. 시대와 트렌드를 따라가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 모여, 그 거리를 걷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예전 모습을 어땠을까, 뚝섬에서 뱃놀이를 하며, 지금의 서울숲이 되기 전엔 경마장이 위치했었다면 믿기겠는가.
1950년대 후반에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뚝섬과 성수동에는 중소 규모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70년대 시기에는 산업 부흥기를 맞이하여 철강, 인쇄, 가발, 수제화 공장들이 성수동을 가득 채웠다. 그중 금강제화라는 곳이 금호동으로 이전하며, 흩어져있던 관련 업체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어 ‘성수동은 수제화’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구두 생산에서 구두 장인들이 만드는 수제화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즈음 서울시의 경제정책이 뒷받침되어 성수동은 수제화 특화산업 지역이 되었다.
수제화 거리로 자리 메김을 한 성수동은 주변 예술가들과 신진 디자이너들이 하나둘 모이게 되는 변화를 맞이했다. 비록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예술가들이었지만 오히려 회색빛 공장가를 바꾸기엔 더욱 알맞았던 것이다. 그렇게 공장지역은 예술적인 색을 가지며 변화했다. 노후된 주택들이 가득했던 거리는 음식 또는 공방과 카페, 때론 그 둘이 합쳐진 공간들이 탄생하며, 새로움과 기존 것을 존중하는 행위들이 동시다발 적으로 일어나면서 트렌디함이 가득한 지금의 성수동으로 변화한 것이다.
현재 성수동은 여러 가지 시도를 거치며 많이 변화하고 있다. 많은 명품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으며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그 하나의 과정으로 ‘디올 성수’가 오픈한 것이다. 디올이 한국에 들어와 작년 한 해 매출 6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가능성을 본 디올은 한국에서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디올 성수’는 정진을 위한 위대한 한 걸음인 것이다.
디올 성수의 외관은 프랑스 파리 몽테인가 30번지에 위치한 디올 최고의 부티크 외관을 그대로 가져왔다. 디올은 몽테르가 30번지를 지날 때 이곳에 꼭 들어와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우연히 길을 걷던 도중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을 느끼고 그 건물에 들어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이 건물에 들어와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몽테르가 30번 길에서 디올은 탄생했고 현존하는 최고의 부티크가 되어 자리 잡았다.
건물과 사람에게도 운명이 존재한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훅 다가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을 쥐어주곤 한다. 건물마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으며 그 사람을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건물이 존재하고 장소 역시 자신을 빛내줄 사람을 기다린다.
외부 마감을 금속 소재에 속이 비치는 그물망 디자인을 더하여 입면을 완성했다. 금속의 재질감은 디올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기엔 충분했으며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개방성 또한 확보되었다. 빛이 투과하는 유리와 빛을 반사시키는 금속은 햇빛을 받으면 그 자체로 조명이 되어 자리에 보석 같은 빛을 낸다. 기존 몽테르가 30번 길의 외관을 그대로 따라 형태를 잡고 입면을 빛이 아름답게 조합되는 재료를 사용함으로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다 고개를 돌리게 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디올은 에덴동산에서 다양한 향기와 색, 섬세한 꽃의 배치, 큰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흡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첫 오뜨 꾸띄르 패션쇼가 열리는 몽테르가 30번 길 디올 부티크를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가 꽃 중 가장 좋아했던 꽃은 장미라고 한다. 건물 주변과 입구에 들어서면 장미는 물론 프랑스 정원의 모습으로 함께하고 있다.
디올에게 정원이란 단순이 장소가 아닌, 영혼을 보듬어 주는 그 어떤 정신적인 상징이었다.
디올의 본토인 외관을 마주치고 화려한 입면을 즐긴 후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비로소 내부가 등장한다. 명품 스토어들은 어딘가 모르게 접근하기 힘든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부담감을 덜어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안내하시는 분이 각 팀마다 붙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며 돕는다.
어느 누가 성수동 공장이 가득했던 곳에서 젊음의 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인가. 회색 빛에 공장에서 화려한 명품이 채워지는 거리가 되리라고는 생각했을 것인가. 디올에서는 이곳은 만들면서 “지금의 사람들이 우리를 기대하지 않는 장소에 나타날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거리의 가치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낙후돼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고, 땅에겐 그 사람이 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수와 디올, 시간이 흐른 뒤에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기대된다.
_
위치 :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 5길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