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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사랑하고 싶다

by 김여너

아무나 사랑하고 싶다. 목덜미에 벤 깊은 체취마저도 추억으로 느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듣는 후진 음악도 경청하며 같이 들어주고 싶다. 소금이 왕창 뿌려진 음식을 내색 않고 먹어주고 싶다. 색 바랜 네 청바지를 좋아하고 싶다. 셔츠의 얼룩도 못 본척 넘어가고 싶다. 못난 버릇을 안쓰러워하며 끌어안아주고 싶다. 자꾸 씹는

손톱 끝을 품고 싶다. 하루의 수고를 털어놓을 때 해결책 따위 덮어놓고 네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위로하고 싶다. 작은 침대에 누워 천장의 어둠을 헤아리며 함께 하루를 저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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