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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Song Jun 02. 2022

연구교수에서 엄마로만 살기로 한 용감한 엄마의 도전기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

아이만 바라보는 엄마로 사는 삶이란.. 아이들에게 죄책감은 아주 깨끗하게 사라졌지만, 나는 사라졌다.

내 이름 세 글자는 누군가에게 불린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내 이름 좀 불러주라 .."

주부로만 살고 있는 이 삶이 너무 낯설다.


어이없게 나는 너무 바쁘다. 분명히 직장을 다니고도 주부의 역할도 하며 살았는데.. 주부로만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너무나도 바쁘다. 한 군데씩 잡아 뒤집어 정리하고 치우면 하루가 금방 사라진다. 못 만났던 지인들과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아이들 다니는 원에 쫓아다니며 아이만 바라보며 사는 바람직한 엄마인 척 해보기도 한다.


원래 나는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다. 나는 집순이고 가만히 앉거나 누워 쉬는 걸 너무 좋아하지만, 내가 스스로 안주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진다. 계속해서 밀린 집안일들과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가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엄마로서만 지내게 되는 이 이 시간 .. 이 시간이 생각보다 짧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퇴직으로 느렸던 내 아이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느낀 이상.. 다시 일을 하며 아이가 조금이라도 발전이 더뎌지는 모습을 견뎌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시작해 보고 싶어졌다. 시작을 하며 느끼는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고민해 봤다. 연구 말고 나 뭐 잘하지? 사실 일을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한번 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다. 처음으로 생각해 본 것 같다. 실효성을 따지자면.. 음.. 부동산중개업이나 공부해 봐?  아니면 손해사정사 공부해 볼까?..  지치는 일상 속에서 실효성만 따진 공부는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뭔가를 당차게 시작했다가 중도 포기하게 되면 내 스스로가 너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냥 내가 지겹지 않고 재밌어할 만한 것으로 골라보자 결심했다.


나란 여자 요리를 꽤나 한다. 동생 둘 딸린 첫째로 자라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먹는 것도, 요리를 해주고 상대가 잘 먹어주는 것도 모두 좋아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요리에 소질이 없지 않다. "요리는 하다 보면 늘어 관심만 있으면 돼"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발전 속도가 다르다. 이건 아쉽지만 팩트다. 물론 나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곤 한다. 명인처럼 내가 레시피를 개발해서 착착 해내는 정도의 고수는 아니다. 하지만 간을 보거나 맛을 보면서 뭐가 부족한지 뭐를 더 넣으면 이 맛이 좋아질지 이 정도의 감이란 게 있달까? 결혼 10년 차이기도 하지만, 요리 좀 하시는 친정엄마도 나에게 요리에 대해 물어보고 상의하고 부탁한 지 꽤나 되었다. 그만큼 요리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 이거야 요리" 다음날 바로 자격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결과물이 있어야 자존감도 높아지고 그만큼 목표의식도 생기니깐!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은 필기와 실기 두 차례 통과를 해야 취득할 수 있었다. 필기는 스스로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실기는 학원을 다녀봐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합격률은 필기 약 30% , 실기 약 20% 정도라고 한다. 쉽진 않겠지만 어려운 걸 해내면 성취감도 더 높을 것이다. 우선 나는 바로 필기시험 등록부터 하였다. 나는 맘 먹으면 하는 여자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으로 검색하면 시험 일정이 나온다.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상시 시험이 있다. 필기시험 원서 접수는 한국 산업인력공단(http://q-net.or.kr)에서 하면 된다. 응시료는 14500원이고 6개월 이내 촬영한 JPG 파일의 사진이 필요하다. CBT 형으로 시험장에서 컴퓨터를 통해 시험을 보게되고, 결과는 잔인하지만 결과제출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알게 된다.


나는 한식 조리 기능사 책을 구매해서 2주 정도 아주 빡세게 공부를 하였고, 60점만 맞으면 합격하는 시험을 89점을 맞아 합격하였다. 적당히 좀 하면 나도 좀 적당히 편해질텐데 나는 항상 이렇게 피곤하게 산다.


조리기능사 자격증은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복어 5가지로 나눠지고 기시험은 공통부분 52문제이고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복어 중 8문제가 출제된다.

공통부분 비중이 아주 높기 때문에 한식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실 예정이라면 필기시험은 한 날 시간 때만 다르게 하여 시험을 하루에 다 같이 보는게 좋다. 나는 잘 몰라서 한식만 시험 봐서 결국 다른 종목들 다시 시험 봐야 한다. 필기시험 합격 유예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그 안에만 실기시험 통과하면 되니,이왕이면 공부한 김에 필기시험은 한꺼번에 보는 게 좋았겠다. 다시 공부하려니 매우 많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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