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시는, 아니, 당시 도시를 다스리던 사람들은 바깥 세계에 만연하는 역병을 차단하기 위해 높고 튼튼한 벽으로 주변을 둘러쌌다. / 벽은 모든 종류의 역병을-그들이 생각하는 ‘영혼이 앓는 역병’도 포함해서-철저히 배제할 목적으로, 도시와 그곳 주민들을 새로 설정해 나갔다. (528-529쪽)
나는 과거에 군인이었네. /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었지. 그 시절, 전쟁이 일어났네. 어디와 어디의 전쟁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군. 뭐 지금 와서는 아무려나 상관없는 일이지. 그쪽에선 늘 어딘가와 어딘가가 싸우고 있었으니까. (98쪽)
그의 이야기에는 현실과 비현실이,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이 한데 뒤섞여 있어. /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신에게는 이런 이야기 방식이 지극히 평범한 리얼리즘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해. 그가 살던 세계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지극히 일상적으로 혼재했고, 그런 풍경을 보이는 대로 썼던 게 아닐까. (6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