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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일근 May 18. 2022

명품 디자인 탄생

2. 그램의 디자인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 나갔다.  먼저 디자인 스케치를 여러 가지 그려보고  그중에서 괜찮은 것 2~3개를 골라서 모형을 만들었다.  모형들은 전시를 해서 다양한 피드백과 수정을 반복하며 완성품을 만들어갔다. 나는 주 단위로 디자인을 점검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그 당시 내가 특별히 주문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노트북 후면의 홀과 나사를 전부 없애는 것이고,  둘째는 화면의 테두리 부분인 베젤(bezel)을 줄이는 것이었다.


명품 디자인의 탄생


지시한 방향대로 디자인이 나왔고,  그것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아 바로 이것이다!’  심장이 뛰었고,  이 제품이 나오면 세상을 한번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노트북의 후면과 측면 디자인이었다.  이제까지 후면이 이토록 깔끔한 노트북은 본 적이 없었고,  매우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측면 단자에 또 한 번 반했다.  노트북 측면이 아름다운 여성의 눈매를 닮은, 유려한 곡선으로 흐르고 있었다.  미인을 봤을 때 사람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이 바로 눈매라고 한다.  새로운 노트북은 여자로 치면 눈매가 아름다운 미인이었던 것이다.  또한 제품이 얇으면서도 연결 단자들은 모두 들어있었다.  대개 얇은 노트북들은 단자가 없고  어댑터를 별도로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의 노트북도 연결단자를 줄여서 별도의 어댑터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램은 그런 별도의 장치 없이 노트북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


화면의 베젤 역시 훌륭했다.  테두리 폭이 극단적으로 좁아져서 화면이 13인치였지만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TV연구소장을 오래 하다 보니 TV 디자인의 흐름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대형 디스플레이 디자인의 트렌드는 화면의 테두리 줄이는 것이었다.  극단적으로 아예 없이 버린 디자인이 나오기도 했으니까.  이것을  줄이면 제품의 크기가 줄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대형 TV도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이젠 65인치, 75인치 TV 대부분이 좁아졌다.


디자인의 실현,  한계를 넘어서다


그야말로 내가 딱 원하던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이다.  그건 정말 큰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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