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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일근 May 18. 2022

킬로그램을 깬 비밀

가벼움이란

가볍게!  더 가볍게!



딸아이가 가볍게 만들라고 했을 때, 가벼움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을 했다. 대모산을 산책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소고기 한 근(600그램) 정도는 되어야 가볍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타스크 룸에서 애플 맥북, 삼성, HP, Dell  노트북의 무게를 측정해보니 거의 모두가 2Kg 이상이고, 애플 맥북은 2.4Kg가 나왔다.  한 근(600g)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함으로 킬로그램을 깨자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  이것이 그램을 만든 결정적인 생각이었다. 



1Kg 이하 노트북 즉 그램 노트북. 



 단순한 목표였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일은 무척 어렵고 방대했다.  먼저 베젤이 좁은 13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내야 하고 무게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난제였다.  다행히도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도움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LG의 노트북은 HP나 델에 비해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LG 전용 디스플레이를 따로 만들어준다는 건 원칙적으로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개발실장과 함께 헬기를 타고 구미로 날아갔다.  사정을 설명하고 특별히 부탁하자 서로 알고 지내던 계열사 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LG디스플레이는 LCD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특별히 유리를 깎아내는 공정을 추가해서 얇은 유리를 만들었다. 덕분에 제품의 무게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노트북을 무겁게 만드는 대표적인 부품이 바로 배터리였다.


  

그것의 무게를 줄이지 않으면 목표인 1Kg은 달성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배터리는 노트북의 사용시간과 직결된다.  무게를 줄이면 사용시간이 줄 수밖에 없다.  사용시간은 제품의 중요한 스펙이기 때문에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는 것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심했다.  많은 토론이 이어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총대를 멨다.  사업부장인 내가 책임을 질 테니 사용시간이 줄더라도 무게를 줄이자고 결론을 내렸다.  노트북이 1Kg의 벽을 깨게 만든 결정적인 의사결정이었다. 다행히 출시 이후에 배터리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에 정답은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고민한 뒤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결론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내리는 것이다.  가벼운 배터리 생산도 계열사인 LG화학이 있어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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