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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꼭지 글쓰기 루틴

by 김성훈


20년 전 나는 은퇴 후의 삶을 떠올리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을 했을 때, 내 마음속에 오래 묻혀 있던 한 가지가 뚜렷하게 떠올랐다. 바로 글쓰기였다.


2000년, 밀레니엄 새천년이 시작되던 해였다.

그 무렵 나는 오랜 시간 공부하며 준비해 온 기술사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그다음의 계획으로 “이제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을 했었다. 그때부터 나는 글감을 모으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꿈과 희망, 성공과 행복, 배움과 성장에 관한 책과 자료들을 20년 넘게 읽고 기록을 해왔다.

사실 글쓰기와 책읽기는 젊은 시절부터 내 일상의 루틴이었다.

공학도였지만 세계문학전집과 한국 현대문학전집을 대부분 읽어냈고, 그 영향으로 문장력과 어휘구사력이 또래보다 남달랐다. 그 시절 직접 써 내려가 만든 나만의 문집을 세 권이나 가지고 있었으니, 글쓰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 삶과 함께한 습관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기획서·계획서·보고서를 쓸 때 서론–본론–결론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잡히는 것도 그때 읽었던 책들의 덕이었다.

그러나 바쁘게 살아온 세월 속에서 글쓰기는 잠시 잊혀 있었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문장 구성도 전개도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마음만 앞섰지 글이 정리되지 않는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해 나는 중앙대학교 ‘내 이름 박힌 책 한 권 쓰기 과정’을 수강했고, 진순희 작가 교수님의 강의와 가르침을 통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기도 했고, 오랫동안 미적미적 모아두었던 글감들을 정리하며 대학노트 10권이 넘는 ‘나만의 글쓰기 기본서’를 그때 3년 동안 시간이 날 때 조금씩 만들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많은 이야기들로 지난해 가을부터 비로소 내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주제를 잡아 놓고 시작–전개–마무리, 서론–본론–결론 흐름을 정해놓는다. 글쓰기는 결국 사고의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쓰는 것보다 깊이 고민해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깊이 고민하는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나의 글에는 세 가지 구성요건이 있다.

객관성, 정당성, 명확한 출처.

그리고 글짓기가 어렵지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글은 읽기 쉽고, 초등학교 5학년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고 기대되는 글이어야 한다.

시작과 전개, 마무리가 명확하게 살아 있고, 제목만 보아도 메시지가 눈에 들어오는 글을 써야 한다.



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네 가지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 독자의 마음에 와닿는 글.

둘째, 친숙한 스토리 전개.

셋째, 감정의 진실성과 표현의 절제.

넷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흐름.

친숙한 스토리는 공감하기 쉽지만 과하면 자극적인 글이 되기 때문에 절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주제를 먼저 선정하고, 실제 개요를 잡는다.

70%는 팩트와 자료, 30%는 나만의 이야기로 구성하기로 기준을 정했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은퇴 후 30년은 또 다른 청년기의 시작이며, "미국의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붓을 들어 101세까지 그림을 그렸고, 미켈란젤로는 70세에 성베드로 성당을 완성했으며, 다니엘 디포는 59세에 로빈슨 크루소를 썼다."

내 가족과 주변에서는 왜 글을 쓰려고 하냐고 묻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이었다. 글쓰기는 성장과 변화의 다른 이름이며, 박사학위나 전문 자격증 이상의 역량을 펼칠 수 있고,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는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나는 믿는다.


피터 드러커도 “나의 전성기는 60세부터 90세까지 30년이었다”라고 말했다.


글의 주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제를 잘못 잡으면 글은 흐트러지고, 주제가 명확하면 글은 쉽게 써진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고, 리마커블 한 주제·강한 전달력·흡인력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완성도가 높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글을 써야 한다.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은 다르다.

독자는 단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써야 몰입할 수 있다.

수시로 나에게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하며 쓰는 것이다.

한 꼭지의 글에는 주제가 8개를 넘어서는 안 되고, 분명한 하나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글쓰기에 가장 나쁜 것은 조바심이며, 좋은 글에 대한 집착이다.

진정성이 먼저고, 문장력과 테크닉은 그다음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특한 작품을 쓸 수 있었다”라고 했고,


마크 트웨인은 “20년 후에는 했던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한다. 꿈꾸고, 항해하라”라고 말했다.


글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만든다.

내가 살아온 여정 자체가 원고이며, 쓰다가 막히는 이유는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정리할 마음의 여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글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기억을 꺼내 붙이는 과정이다.

이제 나는 나만의 루틴을 정해놓고 글의 방향만 분명하면 밤새워 쓸 이야기들이 내 안에 충분히 있음을 안다.

내가 걸어온 시간과 경험들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의 장이 되고, 앞으로 은퇴 후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에 한 꼭지씩 글을 쓰고 있다.

그저 글이 좋아서, 멋있어 보이려고, 혹은 시간이 남아서 쓰는 것이 아니다.

하루 한 꼭지씩 글을 쓰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결심이 있다. 우선, 글을 쓰는 시간은 나의 하루를 가장 정직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나는 하루 한 꼭지를 쓰면서 오늘을 정리하고, 어제를 반성하고, 내일을 설계한다.

글쓰기는 나에게 하루를 낭비하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삶을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또한, 글을 쓰는 시간은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순간이다.


백세시대 은퇴 후 남은 시간들은 또 하나의 긴 인생 여정이다.

이 시간을 막연히 보내고 싶지 않다. 내가 살아온 경험과 깨달음을 글로 남긴다면, 그 글은 누군가의 삶을 움직이는 작은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 불씨가 한 사람의 마음에 닿기만 해도 나는 살아온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하루 한 꼭지를 쓰는 것은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나의 인생 전체를 기록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를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행동이다.



나는 이제 남의 이야기를 옮겨 적는 사람이 아니라, 나만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쓰는 사람, 인생을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게 가치를 전하는 사람,

진정한 의미의 ‘자기 혁명가’로 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한 꼭지의 글을 쓴다. 그리고 내일도 쓸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로 시간을 여행하며 세월을 기록하는 사람, 그 루틴으로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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