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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달라도 변치 않는 '마음'

by 김성훈



부모와 자식과의 인생의 길은 달라 보이지만 그 깊숙한 본질에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 이 같이 자리한다. 부모 세대가 몸소 개척해 온 시대적 현실과, 자식 세대가 새롭게 맞닥뜨리는 도전들은 겉모습이 전혀 다를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두려움과 희망이 섞여 있다. 결국 부모와 자식 간의 공감은 서로의 간극을 인정하고, 상대가 걸어갈 길을 한 발 뒤에서 바라봐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부모 세대·자식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서로 다른 시각을 존중하는 성숙함, 섣부른 충고 대신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본다.


부모 세대·자식 세대 간 공감의 시작점

부모 세대는 종종 “우리가 어렵던 시절을 살아내며 이만큼 만들었다”라고 자부심을 갖는다. 반면 자식 세대는 “우리 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기회가 예전 같지 않다”라고 토로한다. 양쪽 모두 자신만의 경험과 현실을 말하지만, 대화가 어긋날 때가 많다. 왜냐하면 상대의 시대적 배경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감의 시작점은, 먼저 “내가 살아온 시대와 저들이 살아가는 시대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부모가 자식 세대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거나, 자식이 부모 세대의 노력을 폄하해서는 대화의 물꼬조차 트이지 않는다. 서로에게 조금 더 구체적 질문을 하면서, “그때는 어떤 환경이었고,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를 함께 얘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걸어온 길, 자식들이 걸어갈 길

부모가 걸어온 길은 대체로 산업화와 경제성장,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험난하게 펼쳐져 있었다. 한 푼 더 벌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했고, 때로는 거리에서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외치며 치열하게 살아냈다. 그 덕분에 어느 정도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고, 자식 세대가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식 세대가 맞이하는 길은, 빠르게 바뀌는 기술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부동산이나 일자리 문제, 다양한 사회 갈등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시대다. 게다가 정규직이나 안정적 직업만이 답이 아니며, 끊임없이 재교육과 적응을 요구받는 환경에 놓여 있다. 어른들은 “우리 땐 열심히 하면 됐어”라고 하지만, 젊은 세대는 “지금은 열심히 해도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부모 세대가 걸어온 길에 대한 존중과, 자식 세대가 새롭게 헤쳐나갈 길에 대한 신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서로 간의 간극이 좁아질 수 있다.

즉, “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똑같이 해”라는 지시가 아니라, “이렇게 해온 나의 이야기가 있으니, 네가 가는 길에 어떤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공유와 대화가 오가야 한다.



섣부른 충고보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기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조언을 하게 된다.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충고를 건네고 싶어 하지만, 자칫 의도와 달리 잔소리나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자녀는 “지금 시대와 많이 달라서 참고하기 어렵다”라고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필요한 때에 가볍게 도움을 주되, 자녀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게 옳으니 이대로 해”라고 밀어붙이는 대신, “내가 이런 경험을 해봤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그렇게 대화가 오가면, 자녀도 부모의 고민과 배경을 이해하게 되고, 부모 또한 자녀가 처한 상황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다른 세대를 존중하는 성숙함

가족 간에도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기성세대는 신기술이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아서, 자녀 세대가 왜 SNS에 빠져드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자녀 입장에서는 “우리 부모 세대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지?”라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서로를 비판하기보다는, ‘각자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가치관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존중해야 한다.


이 존중은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구나’를 수긍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하구나”를 알게 되면, 비판에서 벗어나 이해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성숙함이며, 서로를 인정해 주는 가족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이다.



시대가 달라도 변치 않는 ‘마음’

비록 시대 배경이 바뀌었어도, 부모와 자식 간에 변하지 않는 근본적 마음이 있다. 바로 서로를 향한 ‘사랑’ 혹은 ‘애정’이다. 다만 그 표현 방식과 대화의 언어가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지, 마음의 본질은 그대로다.


부모의 마음은 ‘내가 걸어온 길을 자식이 덜 힘들게 가거나, 더 잘 가길 바란다’는 염원이 자리한다. 절대로 자녀를 억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실패나 고통을 피해 주고 싶은 마음일 때가 많다.


자식의 마음은 ‘부모가 나를 이해해 주고, 나도 어른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 동시에 부모 세대가 소중히 여겨온 가치도 무시하고 싶지 않은 복합적 심정을 갖게 된다.


이처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 세대 간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거칠지 않게 표현하는 대화 기술이 중요하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몰랐던 부분이 있었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물으면, 자녀들의 마음에도 문이 열리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간극을 이해하기’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각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한 걸음 뒤에서 지켜봐 주며, 다른 세대를 존중하는 성숙함을 갖추는 일이다. 또한 시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애정의 마음을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부모 세대가 걸어온 길과 자식 세대가 걸어갈 길을 연결할 때, 서로의 거리는 좁아지고, 공감과 협력이 생기게 된다. 섣부른 충고나 일방적 간섭보다, “네가 살아갈 시대는 이렇구나. 내가 걸어온 길은 이랬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태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가족이란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과 세대가 함께 부딪히고 소통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공동체다. ‘내가 너무 참견하는 건 아닐까?’ ‘아직은 모자라니 좀 더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 등의 고민이 든다면, 오히려 그 망설임 자체가 자녀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의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진정성 있게 전달될 때, 우리는 ‘내일을 향한 다짐’을 가족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결국 이 다짐은, 각 세대가 자신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서로 다른 미래를 향해 가는 여정을 인정하며, ‘우리는 여전히 함께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렇게 기나긴 세월의 간극을 이해하고 다리를 놓아가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가장 값진 가르침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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