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우리 가족들은 남산 기슭에 자리한 신라호텔을 찾아 하루를 보냅니다. 어느새 몇 해째 이어진, 우리 집안의 따뜻한 겨울 풍경이 되었습니다. 호텔 멤버십 회원으로서 계절마다 한 번씩 이곳을 찾으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남산 기슭을 배경으로 한옥 양식의 영빈관이 어울리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주색의 본관동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매번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나라 1호 오성급 호텔답게 오래된 역사와 품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언제 방문해도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이 듭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와 방을 잡기조차 어려웠고, 호텔 안이 꽤 소란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차분하고 정숙한 분위기가 훨씬 두드러져, 오롯이 여유를 누리기 더없이 좋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전망 좋은 16층 코너 디럭스룸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아, 남산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을 구경했습니다. 10년 넘게 신라호텔을 찾았지만 코너 디럭스룸은 처음이라, 가족 모두 창밖 풍경에 즐거워했습니다. 널찍한 응접 공간과 깔끔하게 정돈된 침대, 그리고 큰 창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야경은 그야말로 최고의 전경이었습니다.
신라호텔은 1960년대 후반, 국빈급 손님을 맞이할 영빈관 기능을 갖추고자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세운 곳입니다. 그만큼 삼성의 역사와 브랜드 가치가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호텔 뒤편의 남산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잔디정원 한편에 세워진 이병철 회장의 전시 동상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얼마 전 그 앞에서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역시 평생 삼성에서 근무하였기에, 이곳은 단순한 호텔이 아닌 제 삶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연말이 가까워지면 그립고 정겨운 마음으로 이곳을 다시 찾게 됩니다.
매년 여름이 오면 손주들과 함께 호텔 야외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이 훌쩍 자라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나이도 그만큼 더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지요. 그래도 자식과 손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연말 신라호텔 가족모임은 바로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더 각별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줍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새해에 대한 소망을 나누는 자리이니까요.
올해는 로비의 피크뷰 뷔페 예약이 연말이라 일찍 마감되는 바람에, 룸서비스로 호텔 요리를 다양하게 주문해 먹었습니다.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 삼아, 손주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흐르는 방 안에서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니 세상 어디에도 부럽지 않은 휴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 해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돌아보고, 내년에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 가족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랍니다.
어느덧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신라호텔에서 보내는 연말 하루는, 우리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이자 희망 가득한 새 출발의 첫걸음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는 이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이곳을 찾아, 매번 새로운 추억을 쌓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늘 곁을 지켜주기를 바라며, 이 특별한 연말 호캉스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