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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 랄라 Dec 28. 2022

[책 리뷰] 앨저넌에게 꽃을

찰리의 선택에 존중을 표한다

대니얼 키스 지음

한 해의 끝자락에 있는 지금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물론 귀찮아진 것에도 계기가 있었겠지만, 실은 이왕 귀찮아진 김에 그 자리에 앉아 쉬고 싶었나 보다. 책 리뷰 조차 할 수 없는 읽기 쉬운 책들만 골라 보았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앨저넌에게 꽃을 이란 책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에게 독서회 참석을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었고,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독서회라는 끈으로 다시 글쓰기를 이어나가 보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될 수 없다.


한 줄 요약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해 행복한 IQ 70의 찰리가 뇌수술을 받고 IQ 180이 되면서 겪게 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찰리가 실험을 위해 뇌수술을 받기 전부터 뇌수술을 받은 후까지  매일 작성한 보고서를 모아 놓은 것이다. 단순 찰리의 보고서만 엮은 것도 소설이 되는 것이 신선하고, 보고서 형식이지만 딱딱하지도 전혀 지루하지도 않았다. 어떤 글이든 형식보다는 작가의 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줄거리

부모에게 버림받은 32살의 IQ 70의 찰리는 큰아버지 친구의 도넛가게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찰리는 도넛가게의 직원들의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해, 그들과 자신이 친구라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찰리는 비크맨대학 지적장애 성인센터 교사인 앨리스 키니언 선생의 추천으로 똑똑해지는 뇌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앨저넌이란 생쥐가 이미 뇌수술로 다른 쥐들보다 똑똑한 지능을 갖게 된 것을 인지한 비크맨대학 연구팀은 인간인 찰리에게도 뇌수술을 시행한다.

찰리는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여동생 노마의 삶을 지키기 위해 엄마 로즈로 부터 철저히 버려졌다.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찰리는 어린 시절 엄마의 학대로 정서적 상처를 가지게 되었다.

뇌수술을 받은 찰리의 IQ가 점점 높아져 180까지 되지만 예전에 몰랐던 사람들의 마음을 표정, 눈빛을 통해 읽게 되었고 그것이 찰리를 화나게 만들었다. 친구라 생각했던 도넛가게 직원들은 실은 자신의 멍청함을 비웃었던 것이었다. 지능이 높아진 찰리는 수술 전보다 불행해진 것은 확실하다.


앨저넌과 자신을 동일 시 하며 앨저넌을 동정하게 되고, 비크맨대학 연구팀 연구 발표회에서 연구결과의 산물로 발표될 자신과 앨저넌의 쓸모에 분노하며, 앨저넌을 우리에서 탈출시킨다.


정서적으로 찰리는 여전히 IQ 70의 상태였지만, 지능은 IQ 180으로 글도 쓰고 노래도 작곡도 하고 비크맨대학 연구팀이 풀지 못한 연구과제를 해결하고 논문도 작성한다. 수술하기 전의 찰리로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일들을 경험하고 이루게 된다.


뇌수술을 받은 앨저넌이 급속도로 지능이 다시 퇴화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도 언제 다시 지능이 낮아질지 모르는 불안에 사로잡혀 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데...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  P.70  (뇌수술 후 로르샤흐 테스트를 하고) 어쩌면 처음부터 그림 같은 건 없는지도 모른다. 있지도 않은 것을 찾는 바보인지 아닌지 시험해보는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  P.209   매트는 찰리의 방에 가서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혔다. 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지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두 사람이 현관을 나갈 때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아마 그녀는 그가 이제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  P.225 정신지체자도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되기를 원한다. 유아도 자기 몸을 부양하는 방법이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몰라도 배고픈 건 안다.

-  P.275 " 지난 몇 달 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찰리 고든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인생과 인간에 대해서요.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어요. 찰리고든이 백치인가 천재인가 하는 것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러니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까? "


지능이 낮아 친구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조차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찰리가 외과적 뇌수술을 통해 IQ 180이 된다. 뇌수술 후 지능은 높아졌지만, 찰리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과거 사람들의 웃음이 비웃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불행해진다. 지능은 외과적 수술을 통해 높아졌지만, 아직 정서는 IQ 70의 상태의 찰리로 머물며 혼돈을 겪게 된다. 과연 찰리에게 똑똑해지기 위한 뇌수술은 결과적으로 이로운 것일까? 해로운 것일까? 그러나 자주적인 선택이 힘든 찰리에게 뇌수술을 시킨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지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 앞서, 인간이기에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진=게이티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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