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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 랄라 Feb 02. 2023

지금 이 시간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을 마지막 기회 

지금 이 시간. 애들 학원에 들여보내놓고 내가 좋아하는 책빵 자크르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아이들 여름 방학과 맞물려 시작된 육하유직은 돌...밥과 함께였다. 돌밥? 나도 처음엔 돌밥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돌밥은 돌-돌아서면, 밥-밥 말 그대로 애들 아침 차려주고 나서 설거지하고 나면 점심, 점심 차려주고 설거지하고 커피 한잔하고 나면 간식, 간식먹이고 잠시 쉬고 나면 다시 저녁준비!! 결혼 후 직장생활만 하던 나는 어설픈 요리 솜씨로 하루종일 아이들 밥때 맞추느라 바빴다. 직장 다닐 때와는 또 다른 바쁨이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돌밥과 씨름하며 보냈던 것 같다. 요리를 못하니, 반찬 하나 만드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에 유연하지 못했다.  


 그렇게 돌밥의 연속인 두 번의 방학을 보내고 아이들이 아침 8시 40분에 사라져 5시 들어오는 지금, 그나마 여유가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오니, 저녁 밥상만 차리면 되었다. 

거기에 오늘은 아이들 미술 학원 보강이라 학원 픽업 후 대기 중이고 저녁도 먹고 들어가기로 되어있다. 모처럼 밥상 차리기에서 해방된 지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경쾌한 키보드 소리와는 반대로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여 유연하지 못함을 깨닫는다.

쓰고 싶을 때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키보드를 두드리다 문득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졌다. 

책 읽기를 좋아해 여러 책들을 읽었고, 책을 읽다 보니 나도 그들처럼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그럼 책 읽기는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때 집에 고전 동화 및 세계 동화 전집이 있었다. 고전 및 세계 동화를 읽으며 나도 새로운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것 같은 소속감이 좋았다. 책을 읽고 나서도 책 속 세상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그렇게 책 읽기를 좋아했었지만, 중학교 때는 잠시 책과 거리를 두기도 했었다.


수업시간에 졸린다며 교과서를 가지고 교실 뒤편으로 나가, 책 속에 끼어둔 신간 만화책을 읽었다. 그 당시 가장 있기 있었던 만화책 이름은 언플러그드보이였다.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친구가 사 오면 그 책을 반 애들끼리 돌려 보았는데,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발찍하게 교실 뒤로 나가 만화책을 읽었었다. 가끔은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화장실에서 읽다 온 적도 있었다. 무모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을 어린 내가 해내어 뿌듯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공부가 하기 싫었다. 친구끼리 경쟁하는 대학입시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은 공부하기 싫은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율학습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던 인문계 재학생인 나는 자율학습시간에 신문과 책을 보았다. 고등학교 때는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모조리 읽었었다. 시간이 많아 책 읽는 시간도 많았다. 아들에게는 책을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며, 늘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책 읽기와 수학점수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대학교 때는 전공공부하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읽어내는 책의 권수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꾸준히 서점에 들러 신간을 사고, 시간이 나면 읽는 일들을 반복하며 책에 대한 애정을 지켜나갔다. 


도서관도 좋았지만, 신간 특유의 빳빳한 냄새가 나는 서점을 더 좋아했었다. 옷쇼핑을 하듯 신간을 둘러보고 사고 싶은 책을 샀다. 늘 가까이 한 책이지만,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는 자격증이 생기거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위로를 받았다. 


책을 가까이했기에, 글이 쓰고 싶어 졌고 글이 잘 쓰고 싶어진 지금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흘러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기어이 브런치에 글을 꾸역꾸역 쓰고 있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지만, 뭐라도 쓰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가까이 한 시간처럼 브런치를 가까이해보려 한다. 핸드폰을 보며 흘려보냈을 시간을 브런치 글쓰기로 보내며 더 나은 쓰는 이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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