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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 랄라 Nov 13. 2022

꿈에 대해서

언제부터 꿈이 없는 삶을 살았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

얼마 전 우리 아이 친구 모임에서 피자를 맛있게 먹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갑자기 물어보았다. 너무나 급작스런 질문이었지만, 아이들 중 꿈을 자신 있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고, 자신의 꿈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중 두 번째 군에 우리 큰아이가 속했다. 선뜻 꿈을 말하지 못하는 큰아이와는 달리 둘째는 꿈이 수의사라고 말했다. 엄마의 꿈이 수의사인데 내가 대신 이루어 줄 거라고... 그 순간 딸아이의 그 말이 너무 고마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꿈을 대신 이루는 것 자체가 딸아이의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그 꿈은 우리 아이이 진짜 꿈이 아니라 나의 못다 이룬 꿈이다. 결코 우리 아이의 꿈이 될 수는 없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 아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꿈을 찾아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실패의 쓴맛도 보며 때론 슬픔이 아이를 집어삼킬 지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며, 그 또한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출처: 픽사베이

그날 비로소 나의 어릴 적 꿈이 수의사였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다. 가슴속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던 나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게 해 준 것이 우리 딸 아이다. 왜 수의사가 되고 싶어 했었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의 꿈이지만, 우리 딸아이의 말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내가 왜 그토록 수의사가 되고 싶어 했던 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고자 한다.

출처: 픽사베이


나는 어렸을 때 강아지를 너무나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강한 엄마의 반대로 강아지를 키우지 못했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다른 사람의 집에 살 때 그 집에서 놔두고 간 강아지를 잠깐 키운 것이 어릴 적 동물에 대한 나의 경험의 전부이다. 늘 돈을 벌기 위해 나가신 부모님, 동생과 나는  학교를 마치고 썰렁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어 동네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썰렁한 집에 도착한 동생과 나를 꼬리 흔들며 격하게 맞아주던 강아지가 너무 좋았다. 강아지는 얼마 키우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그만 죽고 말았지만 그 아이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가슴속 깊이 온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뒤부터였을까? 어렸을 적 동네를 걸어 다니다 마주치는 동물들에게 말을 걸로, 길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며 그렇게 잠깐이지만 나를 반겨준 그 아이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동물들을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결혼도 하지 않고 강아지만 키우며 살겠다며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스러운 아이 둘과 고양이를 돌보면서 살고 있다.


그래 단지 동물이 너무 좋아서 나는 수의사가 그토록 되고 싶어 했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고스톱처럼  나는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수의대가 아니라 내 성적에 맞는 아무 학과에 진학을 했다. 그리고 졸업하고 지금껏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도 나에게 나의 꿈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봐주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더 이상 꿈을 이룰 시간적 여유와 열정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바꿀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나의 꿈보다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나가며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에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상이었지만, 내가 꿈꾸었던 꿈에 대해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오늘 이상하게 가슴속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웃음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나에게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것 같다.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버텨낸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이 물음이 오늘 하루를 힘들게 살아온 당신에게 열정적이고 지금보다  풋풋하고 상큼했던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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