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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Nov 24. 2022

어쩌면 여행할 때보다 여행 가기 '전'이 더 좋은 이유

여행 가기 전, 설렘과 기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출국 1시간 전, 나는 지금 공항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드디어 오늘, 나는 약 1년 3개월 만에 한국에 나가게 되었다. 원래는 내년 초에나 나갈 셈이었는데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와 남자 친구의 휴가 기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처음 계획보다 일찍 나가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나가는 주된 목적은 '결혼'이다. 나는 내년에 남자 친구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이제 막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일이 마냥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시차가 다른 한국 시간에 맞춰 업체에 연락하는 일부터 직접 찾아가 발로 뛸 수 없기에 제한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론 '오히려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핑계(?)로 강력한 명분을 갖고 한국에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 출국을 앞둔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는 즐기고 있는 중이다. 아무쪼록 이번 한국에 나가 상견례, 베뉴 투어, 플래너 상담 등 결혼식과 관련된 굵직한 것들을 결정하고 매듭을 짓고 올 계획이다. 약 2주 반이라는 짧은 시간을 누구보다 바쁘고 알차게 보내고 올 생각이다.


두 달 전쯤,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니 '정말 가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때부터 한도를 초과한 설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평범했던 나의 미국 일상에 한국 방문 계획이 추가되자 매일의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출국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진해지는 기대와 흥분으로 매일 아침, 설렘과 기대로 눈을 뜨며 하루를 준비했다.



나는 매년마다 연초에 다이어리를 사는 습관이 있다. 한해의 결심을 다짐하며 스스로를 응원하기 위한 일종의 나만의 새해 의식이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써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오색찬란한 색깔의 팬 글씨로 빼곡했던 처음의 몇 달과 달리, 넘기는 달력의 수가 늘어날수록 다이어리의 내용은 미지근해지곤 한다.

그런데 한국 방문 계획으로 한가하던 나의 다이어리는 오랜만에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국에 나가 만날 사람들, 가보고 싶었던 장소, 먹고 싶었던 음식을 빼곡하게 적으며 혼자 자꾸만 웃음이 피식피식 났다. 또 출국 일주일 전부터 집안에 캐리어 3개를 잔뜩 늘어놓고선 어떤 걸 가져갈까, 가져가지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며 몸무게보다 무거운 짐을 싸면서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가져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 출산한 친구 2명의 아기를 위한 선물부터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는 순간마저 즐거웠다. 선물을 사기 위해 주말엔 하루 종일 아웃렛과 마켓을 누비고 꼼꼼하게 선물을 고르며 그들이 행복해할 표정과 언어를 상상하며 행복해졌다. 그렇게 나는 한국을 가기 훨씬 전부터 이미 기뻤다.


어쩌면 막상 여행을 가서 여행을 즐기는 순간보다, 여행을 가기 '전'이 더 좋은 것 같다. 여행을 가서 실제로 마주하게 될 사람과 장소, 장면을 머릿속으로 맘껏 그리고 상상하는 시간. 어떤 옷을 입을까, 무얼 먹을까, 어딜 갈까를 고르는 즐거운 고민. 설렘과 기대로 다가올 여행을 준비하는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야들 거리는 이 두근거림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이 느낌 이 감정 그대로, 이번 한국에 나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고 와야겠다.


매번 느끼지만 나는 탁 트인 공항의 유리창이 참 좋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선물이 나의 캐리어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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