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w Feb 17. 2023

미국 사는 일본인, 콜롬비아인, 한국인이 나눈 대화

어디든, 누구든 결국 우리는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English Conversation에 참여했다. Zoom으로 진행되는 모임이기에 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영어 대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모인다. 오늘 만나 대화를 나눈 사람들만 해도 벨기에, 중국, 일본, 밴쿠버, 샌프란시스코 등등 사는 도시도, 출생 국가도, 사연도 다양하다. 


Zoom을 통한 첫 만남, 어김없이 첫 질문은 항상 비슷하게 시작된다.

Where are you from?

Where do you live?


그렇게 서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끝나면 다음으로 가볍고 캐주얼한 대화가 이어진다.

What do you do?

Why are you living in there? 

How long have you been there?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3-5명의 소그룹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하나의 특정한 '주제'로 대화의 흐름이 모아진다. 오늘 내가 대화한 소그룹의 사람들은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단기 연수를 온 일본인, 남편의 직장 이동에 따라(아마도 주재원 발령으로 미국에 온 듯싶었다.) 미국으로 온 한국인, MBA 시험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온 콜롬비아인이었다.


사는 곳도 직업도 출생 국가도 달랐지만,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다른 나라에 건너와 이방인으로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렇게 하나의 강력한 공통점을 갖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완벽하게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각자가 지닌 고민과 생각,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누었던 대화 주제 중 흥미 있었던 주제는 'Are you going back to your country? or Are you planning to live here for a life?((다시 본인의 나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현재 살고 있는 나라에서 계속 살 것인지?)였다.



먼저, 20대 후반즈음으로 보였던, 영어 공부를 위해 단기연수를 온 일본인 남자의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그의 말에 따른 이유는 즉슨, 자신은 공부를 끝나고 직장을 구할 계획인데 이곳, 미국에서는 discrimination(차별)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모든 이방인들의 공통점이겠지만 소통(영어)이 되지 않는 한 미국 회사의 벽을 뚫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테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 번째로 남편의 직장에 따라 미국에 온,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보였던 한국인 여자분의 대답은 '아마도 돌아갈 것이다.'였다. 미국 생활은 (한국에 비해) 너무 단조롭고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해외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한국에 비해 해외에서의 생활 동선은 단순하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먹고 놀고 즐기기엔 한국만큼 좋은 나라도 없는 것 같다. 그녀와 나처럼 평생을 한국에 살다가 가족, 친구와 떨어져 해외에 건너온 사람들은 이러한 차이를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고민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보태었다. 자신의 딸이 지금 High School에 다니고 있는데 딸의 앞으로의 대학진학 등 교육적,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 아직까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고민하는 그녀의 대답에서도 역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세 번째는 MBA를 위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던 콜롬비아인 여자분이었다. 그녀의 대답도 역시나 '잘 모르겠다.'였다. 아마도 가족, 친구와 떨어져 홀로 타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감히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에.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그녀의 대답에 역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대화가 끝난 이후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분명 모두 오늘 처음 만난 얼굴들이었고 오프라인도 아닌 온라인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았다.


해외에 살면 이따금씩 주기적으로 차오르는 감정과 생각이 있다. 이를테면 '가족과 친구에 대한 그리움',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이다. 아마도 오늘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런 감정과 생각을 '나만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김새, 출신 국가, 사는 도시는 다르지만 그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데에서 느껴지는 공감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단 하루, 난생처음 만난 인연들이었지만 그들의 입과 얼굴을 통해 전해진 말과 표정에서 왠지 모를 묘한 위로와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고민하는 속사정을 굳이 깊게 묻진 않았어도, 미루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에 살든, 어디 출신이든. 결국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여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때론 떨어져 보아야 더 잘- 알 수 있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