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7
비가 많이 내리던 날밤이었다. 입사를 위해 출국하는 길이기도 했지만 코로나로 얼마만의 인천공항행이었던가. 설렘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이 앞섰다. 이전 항공사였던 카타르항공의 교육기간은 1달 반 정도, KLM 네덜란드항공은 트레이닝비행 포함 2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다. 결혼한 지 9개월 차 배우자의 꿈을 위해 선뜻 먼 길과 시간들을 허락해 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입사 후 남편과 함께 할 암스트레담여행의 기분 좋은 상상만을 간직한 채 잘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교육받을 6명의 동기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 가져보았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그리고 결국에 바라던 대로 이루어진 꿈같은 순간이니 이 시간들은 즐겨보리라 다짐해 보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천-암스트레담 비행시간은 13시간 3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한국시간 새벽 1시경 출발이었지만 긴장감 탓이었던가 깊게 잠들지는 못했다. 탑승 순간부터 유심히 미래의 동료가 될 더치크루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나이대가 있는 (이모님 정도의) 분들이 많아 알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들었다. 우리를 이제 새로 입사할 ‘뉴 죠이너’ 들이라 소개하니 모두가 반갑다며 환영의 인사를 해주었고 암스트레담에 도착해서는 단체 촬영과 함께 이것저것 궁금한 부분들에 대한 대화들도 나누었다. 곧 우리의 담당자가 도착하였고 2달간 지낼 호텔로 인도해 주었다. 피로로 인해 잠시 눈을 붙인 뒤 정리할 만도 했지만 아직은 낯선 환경이 적응되지 않아 짐정리를 했다. 정보력 강한 한국인들 답게 이전 선배들로부터 교육기간 동안 은근히 먹을 것이 귀할 것이니 한국에서 최대한 준비해 오라는 조언을 들었던 탓에 이민백 하나는 라면포함 인스턴트음식들이 가득했는데 호텔방 선반을 가득 채우며 흐뭇함을 느꼈다. 입사일은 6월 27일 월요일이었지만 적응기간을 배려해 회사는 우리를 금요일 오전에 도착하게 해 주었고 간단한 정리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덜란드의 여름은 아름다웠다. 어떤 계절인들 상관있으랴 올 수만 있다면 그저 좋겠다 생각뿐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기대이상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더위가 시작된 한국의 지글지글 끓는 여름날씨와는 달리 네덜란드의 여름은 청량함 그 차체였다. 네덜란드 여름은 평균기온 최대 25 정도를 유지하며 여름 제외 내내 비를 달고 사는 나라이지만 유일하게 반짝이는 해를 자주 즐길 수 있는 반가운 계절이었던 거다. 교육기간 동안 호텔 조식은 회사에서 제공했기에 아직 시차에 적응 못한 나와 동기들은 조식 오픈런을 했고 거의 4년을 기다렸다 입사한 우리들이었기에 조식에서 모이기만 하면 기본 3시간은 조잘조잘, 덕분에 암스트레담 도착 3일째인데 엄청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20220627
한국에서도 카타르에서도 겪어보았던 여러 날의 입사 첫날,
보기보다 긴장과 잡념이 많은 나이기에 여전히 잠을 설쳤지만 그럼에도 새롭고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회사로 향했다. 이미 하루 전날 우리를 8주 동안 지도할 인스트럭터(강사) 본인들의 구체적인 소개(경력, 가족, 사는 곳 등등)를 메일로 보내주어 한결 마음이 편했고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만 한국회사문화에서는 경험 못할 소소하지만 세심한 케어에 따뜻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첫날은 수업이라기보다는 아이디발급, 케빈매니저와의 미팅, 전반적인 교육과정 그리고 Q&A등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100세를 살아갈 시대에 있는 나로서 39세의 내 나이는 전체적인 삶에서 이제 막 청소년기에 다다른 것 같았지만 국내항공사를 거처 중동항공사 그리고 유럽항공사의 문화까지 접하고 있노라니 참 오래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직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 볼 수 있고 평균 6~9세 차이가 나는 요즘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니..
입사첫날 나는 긴장감 따윈 저 멀리 날려버리고 후회 없이 즐겁고 또 즐길 수 있는 교육생활을 만들어 나가 보고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