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엄마 마라이카(Marijke)
첫 번째 연습비행 후, 놀랍기도 하며 부러웠던 점은 매비행전 함께 일하는 크루들의 정보를 볼 수 있는데
바로 50대가 훌쩍 넘는 ‘시니어승무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39세로 입사했지만 나이에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유로울 수 있던 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젊은 크루들도 있긴 하지만 웬만하면 나는 거의
막내뻘에 속할 수 있기에 행복했다.
관리자 직책의 시작인 ‘부사무장’은 비행경력이 최소 18년(코로나로 인해 15년까지로 단축되었다 함)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며 관리직이 아니더라도 전체 크루 중 절반 이상이 대부분 20년 이상의 배테랑들이다. 그것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여러나라들의 연금제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월급의
절반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하기에 그 혜택을 위해서라면 65-7세까지는 꾸준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적당히 일하고 휴식을 필수로 여기는 그들의 직업에 대한 개념은 우리나라와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나이가 들었지만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그들의 삶의 일부라 여기는 듯했다.
더욱이 더 합리적인 부분은 본인이 속해 있는 소속에서 가능하다면 자유자재로 부서 이동이
용이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Full time’에서 ‘파트타임’으로, ‘승무원’에서 ‘승무원교육관’이나 ‘사무실’ 등등 상황에 맞게 이동가능한 조건을 갖추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껏 만나온 많은 시니어크루들은 비행을 '파트타임'으로 전환하여 본인들의 취미와
연관 있는 두 번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면 ‘매너리즘' 이라는 나태한 녀석이 등장하고는 하는데 정년까지 지속적인 일을 해나가야 하는 더치들에게는 너무나도 합리적인 방안인 것 같다.
마라이카는 인도로 첫 연습비행 때 만난 이모정도뻘의 비행 경력 30년 가까운 시니어크루였다.
조식 때 우연히 비행했던 크루팀들과 합석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보통 관광은 조금 젊은 부류의 팀과 아침조식은 연륜이 있으신 분들과 함께인 경우가 많다. 거의 4년 만에 돌아온 한국인들이 반가웠던지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마라이카는 네덜란드인들에게 볼 수 있는
독특한 집의 형태인 ‘하우스보트’(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설계된 보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시간이 되면 언제든지 오라는 초대를 해주었다. 어느 곳을 가던지 현지인의 살아가는 모습이 늘 궁금했던 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 싫었고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인도비행 이후 네덜란드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다음날 방문약속을 했다. 너무 신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펜데믹으로 입사의 기회가 취소되었어도 언젠 가는 꼭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내 생각이 현실이 된 것처럼 네덜란드에 오게 된다면 하고 싶었던 리스트 중 하나였던 현지인집 방문하기가 이루어진 거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