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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키온니 May 26. 2023

신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로마 바티칸투어

신나는 여름방학


KLM네덜란드항공 승무원 교육은 기간만으로는 약 6주간 시간이 소요되지만 두 번의 연습비행이 포함되어 있다. 합리적인 나라답게 연습비행일지라도 비행뒤 충분한 오프를 붙여주기에 대략적으로 8주간(2달)이 걸렸다.


궁극적인 목적은 무사히 승무원훈련을 수료하는 것이었으나 한 번의 비행 경력이 있었고 모두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교육내용은 비슷하였기에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공부만 하는 지루한 교육기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무탈하게 2번째 한국으로의 비즈니스 클래스 연습비행을 다녀오고 일주일 반 정도의 선물 같은 긴 오프가

주어졌다.

반가운 이태리 로마 골목길 전경/로마의 달밝은 밤

그동안 여행의 목마름을 충분히 해소시켜 줄 만큼 네덜란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가야겠다는 욕구는 이태리 바티칸으로 이끌었다.


카타르항공 재직 시 로마에 여러 번 올 기회가 있었지만 최소 반나절이상 보내야 하는 바티칸투어는 시간상 여유롭지 못했던 레이오버 일정 덕에 항상 미뤄왔었기 때문이다.


동기들과 함께 여행을 갈 것인가 혼자만의 여행인가의 선택지부터  유럽의 어느 나라로 갈 것인가라는 행복한 고민은 이태리에 거주하는 친구가 있다는 옵션으로 쉽게 결정되었으나 마침 이사 계획 중이던 친구의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혼자여행이 되었다.


코로나로 발목 잡힌 지난 몇 년 동안 얼마나 기다렸던 해외여행이었던가 거기다 의도치 않게 혼자가 익숙했던 과거의 지긋했던 순간들도 때때로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웠던지 떠나기 전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맛있는 이탈리아


게다가 네덜란드의 여름은 쨍한 햇빛은 있지만 언제나 서늘한 바람이 불었기에 푹푹 찌는듯한 폭염은

없었고 진짜 여름 날씨를 즐기기에 이태리는 완벽한 목적지였다.


욕심이 많은 탓에 어디를 가도 하나라도 더 보고 먹기를 원하는 나였지만 선물처럼  주어진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서두르지 않고 쉬어가며 여유로운 여행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웬걸 느지막이 저녁즈음 도착했지만 곳곳이 유적지인 로마의 밤거리는 도착한 날부터 나를 각성시키기에 충분했고 전혀 여유로울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비행 후 맛있는 음식을 최고의 보상이라 여기는 내 사상은 로마의 어느 맛집으로 발길을 이끌었는데 군침 도는 메뉴들과 암스트레담에 비해 저렴한 물가에 현혹되어 눈치 볼 것 없이 여러 가지 메뉴를 주문해 신나게 흡입했다.


주요 관광지를 굳이 가지 않아도 이미 입이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행복한 프로혼밥러/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던 젤라또 아이스크림
숙소 앞 아침마다 즐겨 마신 1유로의 에스프레소와 1.20유로의 카푸치노는 사랑

2013년도에 처음 방문했던 트레비분수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분수에 동전을 한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기에 사랑보다는 꼭 다시 로마에 오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동전을 한 번만 던졌었는데 9년 만에 그 소망이 이루어졌으니

거짓은 아닌듯했다.


다시 한번의 동전을 던지며 다음번에도 꼭 올 것이지만 그때는 혼자가 아니길 마음속으로 바라보았다.

또 한 번의 로마를 기원하며 동전을 던진 후

카타르시스


드디어 로마에서 꼭 가고 싶었던 바티칸투어를 시작했다.

가이드의 열정적인 설명이 배경이 되었던 탓인지 여러 과정을 거쳐 이 선물 같은 시간에 마주함이 감격스러웠던 건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포함한 예술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해서 혹시 그들이 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알 수 없는 경이로움, 감동이 밀려들었다.


언제부턴가 삶에 감사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후부터 신기하게 감사할 일이 많아졌다.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신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신은 내 맘 속 즉 나이기에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 자신하며 오만한 적도 있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걸까? 그 해답은 아직도 여전히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었기에 들렀고 큰 기대 없었던 바티칸 투어는 너무나 신성해서 진지하게 종교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으며 종교를 가진 후에 이곳을 다시 오고 싶게 하는 의지를 갖게 했다.

의미있었던 바티칸투어
미켈란젤로 피에타 조각상

투어의 마지막 코스였던 피에타 조각상 그것을 보자 나는 또 한 번 나도 모르는 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축 늘어져있는 예수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슬픈 건지 온화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의

성모마리아를 보고 종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몇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했고

잊고 있던 이제껏 이곳을 오기까지의 나름의 고충들이 떠올랐으며 정말 이제껏

느끼지 못한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복받쳐 올랐다.


온몸이 녹아내릴 만큼 무더웠던 이태리 로마의 2022년 8월,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흘렸던 눈물이 나를 깨끗이 씻겨 내려준 것 같은 처음 느껴본 성스러운 경험,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10년 안에 다시 꼭 보러 올게!

그 외 이태리 남부에 있는 아말피와 포지타노, 폼페이를 포함 로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고 모두가 그 장소들 나름의 매력들을 품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고 여운이 깊었던 곳은 바티칸이었다.


좋은 책은 한 번의 읽기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필요한 순간마다 다시 읽으라고 하는데

여행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과거에는 느끼지 못하고 볼 수 없던 사고와 경험들이 과거의 내가 아닌 만큼 시시때때로 다르게 보이고

느껴진다. 과거, 현재, 미래에도 같은 장소에서 다른 생각들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니 그것 역시 너무나

신나는 사실이다.


아주 오랜만에 많고 다양한 생각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즐긴 정말이지 선물 같은 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고 소중했으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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