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의미, 몰입)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한다. 시간은 정말 없을까?
우리는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하루는 짧고, 시간은 흘러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시간이 참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현재의 감각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시간의 희소성을 인식하면서도, 과거를 돌아보면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모순적인 나의 행동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귀하게 느끼면서도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나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것일까?
1. 정말 없는 것은?
시간은 주어졌었다. 그런데도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왜 그랬을까?
사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도가 없는 것이다. 내 의도대로 살지 않은 것이다.
내게 부족한 것은 의도였다. 내가 의도적으로 욕망하는 뚜렷한 무언가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할 일을 내가 정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해야 할 일을 찾는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로 인한 선택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 선택의 기준을 통해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내 욕망이 없고 기준이 없으면 외부에서 의미를 찾고 외부에 휘둘리게 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즐거움을 나의 즐거움으로 수용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퇴근하고 저녁시간, 한가한 주말에는 "이제 뭐 하지?"라는 고민에 빠진다.
내가 의도하는 바가 있어 시간 속에서 스스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고 제시되는 시간, 현상, 플랫폼, 타인 등을 통해 뭔가 재밌는 일이 발생하길 바라거나, 의미 있는 일이 찾아지길 바란다.
의도가 없으면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나는 '의식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있는가?
'의식'이라는 것은 내 의도가 담긴 견해다. 또한 '의도'는 내 욕망을 실현하려는 시도다.
내 욕망이 존재하고, 내 의도가 또렷하고, 내 의식이 살아 있을수록 더 분명하게 시간을 사용한다.
2. 내 의도대로 시간을 보내자.
시간의 공급은 완전 비탄력적이며 희소하게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항상 존재한다. 어제도 존재했고, 오늘도 존재하고, 내일도 존재할 것이다.
매 순간을 내 의도대로 살아보자. 몰입하고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심각하게 살자는 것은 아니다. 진지한 것과 심각한 것은 다르다.
매 순간을 생산성 있게 살아야 된다는 강박이 아니라, 매 순간을 내 의도대로 보내겠다는 주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시간이 내 행동을 결정하도록 하지 않고, 내 행동을 먼저 결정하고 시간 속에서 구현할 뿐이다.
시간을 정말 소중히 하는 태도는 매 순간을 또렷하고 의식적으로 살아내 보는 것이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 모습을 생각해 보자. 지식을 습득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고도의 몰입상태에 빠진다. 심지어는 밥을 먹으면서도 오답노트를 보거나, 시험장에 가는 와중에도 외워야 할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본다. 면접을 보기 전 대기실에서는 그 짧은 대기 시간에도 어떤 말을 어떻게 할지 고도로 몰입하여 상상한다.
무언가 하겠다는, 해내야 한다는 의도가 강할수록 더 큰 몰입을 만든다. 또한 이런 몰입 상태에서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하고, 우리가 평소 부족했다고 느꼈던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도 더 많은 것을 해내곤 한다.
시간은 분명 있었다. 지금도 있다. 나는 지금 얼마나 내 의도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의식적이고 진지하게 살아가는가? 나는 정말 시간을 소중히 하는가? 나는 오늘 하루, 이번주를 어떤 행동으로 채워야 하고, 어떤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가?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 주도성을 회복해서 정말 현실로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