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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슬리 Jul 26. 2023

茶함께 차차차 : 제 1잔

커피 마케터는 모닝 차를 마셔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일한지 근 10년이 되어 간다. 프랜차이즈는 특성 상, 커피 업계라기보다는 부서를 막론하고 넓은 의미의 관리나 영업 직군에 가깝다. 일하니까 한 잔, 피곤하니까 한 잔, 아침이니까 한 잔, 점심이니까 한 잔. 그렇게 쌓인 커피 잔이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여전히 커피 한 잔이 주는 쨍한 즐거움이 있지만 언제부턴가 몸에서 커피를 뱉어내는 기분이 느껴졌다. 두어 잔 이상 넘어가면 속이 울렁거리고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이유 모르게 피곤하고 무거운 날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마음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넌 지금 다른 것'도' 필요해, 하는 것 같았다.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이 한창일 시기에 우연히 <차 편>을 보게 되었다. 부끄럽게도 한국 차라는 이름조차 생소할 시기였던터라 하동과 보성, 장흥으로 소개하는 한국 차는 정말 내게 충격이었다. 보이차나 우롱, 영국 티 말고 한국 차가 이토록 단단했다니. 그 길로 프로그램에 나온 다원을 찾았다.


올해는 지리산자락에서 제다 체험을 했다.


그 결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다원에서 내어 주는 마치 '물고문'과도 같은 차를 연거푸 들이켰다. 뜨겁고도 달콤했다. 사우나를 한 듯 뜨거웠다 시원하게 식는 땀이 흘렀다. 몸이 한결 가뿐해진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처음 있는 일이다. 새롭고도 상쾌했다.

한 잎 한 잎이 소중한 다농의 마음을 조금 느껴보며

물론 일할 때 커피가 주는 선명함을 놓칠 수 없다. 혹자는 미래의 체력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고 하던데 절대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될 때가 있지만, 내일 모레 체력이라도 빌려오고 싶은 날이 수 없이 많으니까.

정성스럽게 고른 잎은 한 모금의 차가 된다.



그래도 아침에는 차를 마신다. 다관에 놓인 찻잔은 아니지만 텀블러 같은 티 메이커라도 잔 데우기를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오전의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루틴처럼 되었다.


차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위대하다.

심혈을 기울여 차를 덖는 과정


모든 농사가 어렵겠지만 마실 사람, 딸 사람, 이어나갈 사람이 부족한 것이 차다. 차는 대개 어렵고 무겁고 커피에 비해 비싸다고 느낀다. (물론 노고나 공임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그 중에서 더 어렵고 무겁다고 느끼는 것이 한국 차다. 보이차는 아는데 한국차는 뜨뜨미지근하게 반응한다. '한국차? 한국에도 차가 있어?' 몇 년 전 나와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내게는 작은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한국차를 조금이라도 소비하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누군가가 차를 마시고, 또 누군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국의 차와 다원을 소개하는 <茶함께 차차차>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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