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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글 Nov 02. 2022

"조용한 퇴사"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

내가 목격한 "조용한 퇴사" 방법 세 가지

일전에도 조용한 퇴사(quite quitting)에 대해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행태가 개념화되어 널리 퍼진 건 최근 일이다. 하지만 조용한 퇴사라는 행태가 개념화되기 이전부터 조용한 퇴사 행위를 하던 사람 있었다.


1.

4-5년 전에도 조용한 퇴사를 몸소 실천하던 동료가 있었다. 이 분은 조직의 관리자급에 해당하는 과장 직급이었는데, 명목상 과장일 뿐 부서장의 권한이 너무 넓고도 강해서 재량에 의해 업무를 수행할 폭이 너무 좁았다. 이 과장님의 출근시간이 오전 09:00이라면, 본인의 출근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사무실 건물에 도착한 경우,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지각하기 1분 전인 08:59에 출근 지문을 찍곤 했다. 왜냐하면 이 기관의 경우, 출근 시간이 09:00인 경우 08:59:59 이후에 지문을 찍으면 1분 지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09:00 이전에 지문을 찍어야 했다. 슬프게도 이 과장님은 출근 시간은 단 1분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게 딱 맞춰서 지문을 찍을 수 있었지만, 퇴근 시간은 정시 퇴근을 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부서장이 초과근무를 해야 할 정도로 업무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일은 하기 힘들어서인지 출근시간을 지각 직전에 오는 방법으로 조용한 퇴사를 실천했다.


2.

출근은 본인의 출근시간보다 3-5분 일찍 출근하되, 무용 메신저에는 근무시간 이후에 로그인하는 방법이 있다. 어차피 기록에 남는 출근 시간으로는 지각이 아니기 때문에 메신저에 늦게 들어온다고 제재를 가할 방안이 없다. 하지만 메신저에 늦게 들어오면 업무를 주는 데 있어서 그 시간만큼은 지연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를 기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전략이다.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어떤 연구원은 본인의 사무실 자리 전화기의 수화기 코드를 아예 뽑아놓은 적이 있었다. 주로 상급자가 출장이나 휴가로 인해 부재 중일 때 그렇게 했는데, 자리는 지키면서 업무 전화는 아예 울리지 않게 해 버리는 방법으로 이 역시 근태는 지키면서 업무는 회피하는 스킬이다.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기피 혹은 회피한다는 점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일"만" 한다는 "조용한 퇴사"의 개념적 정의에는 어긋날 수도 있겠다.


3.

최근에 본 유형으로는 모든 회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본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에 "Quite Quitting"이라고 작성해 놓는 방법이 있다. 대놓고 나는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으니 건들지 말라고 공언하는 방법이다. 과격하지만 매우 솔직한 방법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그렇게 프로필을 작성해 놓은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고 가급적이면 심기에 거슬리지 않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로 본인의 욕구에 솔직한 사람이라면 이 조직에 별 미련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직장생활의 지향점을 직장동료 및 직장상사가 알 수 있도록 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만큼 이 조직 말고도 다른 조직에서도 잘 나갈 자신이 있으니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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