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삶
중학생이 민사고에 합격했다.
학군지가 아닌 우리 동네, 우리 학교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엄마인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게다 학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뤄낸 합격이기에 소문은 크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대견했다. 행복하고 기뻤지만 마음 한편이 묵직했다.
발표가 난 다음날 아침 등교를 준비하는 초등학생( 이제 예비 중학생)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얕게 내 쉬는 한숨이 느껴졌다. 형의 합격이 기뻤지만 사람들의 축하와 질문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으리라. 가끔 형과 비교하며 비아냥 거리는 짓궂은 친구까지 상대해야 하니 말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능력을 주시지 않아. 엄마가 여러 번 이야기했지? 형은 형의 능력이, 너는 너의 능력이 따로 있어. 형이 가진 능력이 결과가 눈으로 잘 보여서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될 뿐이야. 네가 가진 능력과 장점을 봐봐. 그거야 말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귀한 능력인 걸, 사람들의 축하는 기쁘게 받으면 돼. 어깨 펴고 당당하게 당당하게 학교 가자’
이틀 후 초등학생은 졸업을 하고 중학교 예비소집에 참석하게 되었다. 물론 형이 졸업한 그 학교다. 얼굴은 다르게 생겼지만 흔하지 않은 성에 이름은 가운데 한 글자를 빼면 똑같아서 사람들이 늘 쉽게 알아보고 만다.
‘000 동생이구나!’
‘어머니 합격 축하드려요’
아이의 이름 석자로 기억되기보다 형의 동생으로 기억되는 아이, 형을 자랑스러워하고 든든해 하지만 늘 비교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나는 전보다 더 자주 아이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 맞을까? 위로가 될까? 이 조차 부담일까? 확신 없는 질문들이 마음에 쏟아진다.
오전에는 소나기가 쏟아지길
오후에는 그 비가 걷히고 해가 쨍쨍 내리쬐길
오늘도 나는 멀고도 험한 현명한 엄마의 삶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