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3/4
함께 책 읽기 ⑬ - 소스타인 베블런
제6장 금전이 좌우하는 취향의 기준
범죄행위로 큰 재산을 획득한 도둑이나 사기꾼은 좀도둑에 비해 법의 엄정한 형벌을 모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의 재산이 늘어났다는 사실과, 그가 부정하게 획득한 재산을 그럴 듯한 방식으로 소비했다는 것 때문에 그런 좋은 명성이 생겨난 것이다.
과시적 낭비의 기준이 소위 종교적 소비 행위의 상당 부분에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 사치스럽고 화려한 예배당이 신자들의 마음을 앙양시키고 위로한다. ... 성스러운 장소에 가난함이나 지저분함의 증거가 남아 있으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깊은 수치감을 느끼는데, 이런 사실 또한 앞에서 말한 것(예배당의 과시적 소비)의 필요성을 강화한다.
종교적 소비는 그 본성상 대리적 소비이다.
교육적 효과 혹은 종교적 상상을 위하여 신의 거처를 시(詩)같은 데서 상상할 경우, 언어-화가(말로 그림을 그리는 자)는 부와 권력의 표시가 넘쳐나는 보좌에 앉아 있고 또 많은 봉사자들의 섬김을 받는 신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천상의 거주지에서, 이 봉사자들이 하는 역할은 대리적 여가이고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는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데 쓰인다. 그 일은 모두 신의 가치 높은 특징과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아름다움 때문에 선택되는 제품의 유용성은 값비쌈의 상태에 크게 의존한다.
비싸고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제품의 사용이나 관찰에서 나오는 우월한 만족감은 대체로 말해서 아름다움이라는 가면아래 감추어진 값비쌈의 인식을 만족시키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값비쌈의 표시가 곧 고가 품목의 아름다운 특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고가 품목은 명예로운 값비쌈의 표시이기 때문에 사람을 즐겁게 하고, 그 즐거움은 그 제품의 형태와 색상이 부여하는 즐거움과 뒤섞이게 된다.
고가 물건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데 익숙해짐으로써 또 아름다움을 명성과 동일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저가인데도 아름다운 물건은 별로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금전적 경쟁에 변화하는 조건에 맞추어서 벌어진 일이다. 과거 한때 경쟁의 필요성 때문에 강건한 여성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또 다른 때에는 대리적 여가를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여자가 필요하여 그 결과 병적일 정도로 날씬한 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런 필요를 벗어나게 되었고,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여자의 여가는 명성의 낮은 단계에 있는 계층까지 가능해졌으므로, 그것(여자의 날씬한 몸매)은 최고의 금전적 등급의 결정적 표시가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금전적 품위의 기준 아래, 남자들은 그런 필요의 결과로 나타난 인공적이고 병리적인 몸매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령 서구사회에서는 가느다란 허리가 폭넓고 지속적인 유행이 되었고, 또 중국인에게는 전족이라는 풍습이 생겨났다. 이 두가지(가는 허리와 전족)는 그것을 아름답게 바라보도록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의심할 나위 없이 혐오스러운 신체 기형에 불과하다.
아름다움의 요소와 명예로운 낭비의 요소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비교적 눈에 거슬리지 않는 현대 주택이나 공공건물을 찾아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미국 상류층의 저택이나 단독 주택이 보여주는 다양한 건물 정면은 건축적 어색함과 사치스러운 불편함을 다양하게 보여줄 뿐이다.
무엇보다도 재화의 효율성은 이러한 목적에 얼마나 잘 봉사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 목적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말해서 개인의 원만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을 선호하는 인간의 성향은 재화의 소비를 차별적 비교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리하여 인간은 소비재에 지불 능력의 증거라는 2차적 유용성을 부여한다.
사치품의 소비는 가치있는 것이고, 실용적 목적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비용을 들인 제품은 명예롭게 여겨진다. 따라서 이런 제품에 잉여적 비용의 표시가 있다면 그것은 곧 가치의 표시가 된다.
대중이 보기에 실용성과 과시적 낭비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소비재는, 그 값비쌈의 측면 이외에 다른 특징으로도 소비자의 환심을 산다. 그런 특징은 제품의 실질적 실용성에 별로 기여하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기술과 효과적 일솜씨의 증거를 보여준다. ... 효율적인 일솜씨는 그 자체로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 궁극적 결과가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익한 것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솜씨 있게 만들어진 제품을 보면 예술적 감각이 충족된다.
실용적 목적에 더 잘 봉사한다 ... 그렇다고 해서 기계적 제품이 불명예와 경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제품은 명예로운 낭비의 검증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하는 노동은 훨씬 낭비가 많은 생산방식이다. 그래서 수제품은 금전적 품위의 목적에 더 잘 부합한다.
과시적 낭비의 법칙은 다양한 변화의 근원을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법칙이 지배하는 상황 아래에서 적절히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만을 줄기차게 고집한다.
제7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의복
의복에 대한 지출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다른 방법들보다 더 유익하다. 우리는 옷을 늘 입고 생활하기 때문에 첫눈에 모든 관찰자들에게 우리의 금전적 지위를 현시한다. 다른 그 어떤 소비재보다 의복은 과시적 목적에 강하며, 또 그 목적을 위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소비 품목이다.
"싸구려 외투는 싸구려 인간을 만든다." "싼 게 비지떡." 이런 속담들은 그 어떤 소비 제품보다도 의복에 특히 더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우아한 의복의 개념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소비자가 그 어떤 생산에도 종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길 수 있도록 고안되어 왔다.
티 하나 없는 깨끗한 옷이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느긋한 여가의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 그 매력은 그런 옷차림을 한 사람은 실용적 목적에 직접적으로 혹은 즉각적으로 봉사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하이힐은 가장 간단하고 필수적인 신체 노동조차도 할 수 없음을 널리 광고하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말을 여성의 스커트나 여성 드레스의 특징인 아름다운 주름휘장 등에 대해서도 할 수가 있다. ...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아주 길게 기르는 관습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해볼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 소비자가 생산 노동을 하지 않는 신분이고 또 그런 노동을 할 수도 없는 복장 상태임을 보여주는 형태로 작용한다. ... 동시에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어야 한다.
과시적 낭비의 원칙이 아주 강력하게 작용하는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패션이 가장 불안하고 또 아주 가변적인 것이 되어버리는데, 가령 미국이 그러하다.
어떤 스타일이 성공하여 그 이전의 것을 대체하는 시간이 빠를수록, 그것은 건전한 취향을 위배하는 혐오스러운 어떤 것이 된다. 한 사회의 부유한 계급들이 부와 유동성을 개발하는 속도가 빠르고 또 인간 접촉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의복에서는 과시적 낭비의 법칙이 더욱 강압적인 힘을 행사하게 된다.
(주인 혼자서 과시적 낭비를 하는 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으나 아내와 여러 명의 하인들이 수행하는 대리적 소비는 무제한이므로 이것이 더욱 그 주인의 우월한 지위를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라는 뜻 : 옮긴이)
경제적 이론에서, 사제는 일종의 하인으로서 그 주인(신)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하여 그런 제복을 입는다. ... 따라서 사제복은 착용자의 신체적 안락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그것은 대리적 소비품인 까닭이다. 그리고 그런 소비에서 나오는 명성은 하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부재하는 주인(신)에게 돌아간다.
(... 속물은 주로 경멸적인 뜻으로 쓰이는데 자기보다 상류계급의 사람은 존경하고 하위계급의 사람은 경멸하는 자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낮은 사회적 등급의 사람이 높은 사회적 등급의 사람을 선망하고 모방하면서 경쟁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 옮긴이)
부유한 유한계급이 많아지고 유한계급의 구성원들이 다른 소속 구성원들과 많이 접촉하고 명예로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인간적 환경이 구축되면서, ...
그 결과 홍보(과시)의 방식이 더욱 세련되게 발전했고 전보다 좀 더 은밀한 고안물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의복의 상징적 요소를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려는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옷 자체가 아름다운 것보다는 옷의 브랜드를 더욱 중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브랜드는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다. : 옮긴이)
제8장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
어떤 특정한 시점에 위력을 발휘하는 제도를 포함한 외부 상황은 갑이라는 기질보다 을이라는 기질의 생존과 지배를 선호하게 된다. 과거에서부터 물려 내려온 제도를 존속하고 더 발전시키도록 선택된 어떤 인간 타입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그 제도를 더 가다듬게 된다.
제도는 본질적으로 말해서 개인과 사회의 특정한 관계와 기능을 지배하는 주도적인 생각과 습관(사고방식)이다.
오늘날의 상황은 내일의 제도를 형성한다.
사회의 진화는 본질적으로 과거의 다른 상황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사고방식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새로운 상황의 압력 아래에서 개인들이 심리적으로 변화하면서 생겨난 과정이다.
환경이 집단에 미치는 압력과 생활양식의 재조정 등은 금전적 필요라는 형태로 그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현대 산업 사회에서 제도의 재조정에 작용하는 힘은 주로 경제적인 힘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면, 그 힘은 금전적 압력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베블런은 여기서 미국 이민자들의 서부 개척에 의한 인디언 약탈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미국인은 "현시된 운명manifested fate"이라고 하여 그런 약탈에 의한 문명화를 신의 뜻이라고 종교적으로 정당화했으나, 베블런은 여기서 그것을 명백한 퇴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 옮긴이)
유한계급은 대체로 말해서 고도로 조직화된 현대 산업 사회에 작용하는 경제적 필요의 압력으로부터 보호되어 있다. 이 계급은 다른 계급에 비하여 생활 수단을 얻기 위하여 투쟁할 필요가 그리 간절하지 않다. 이런 특혜적인 입장 때문에 이 계급은, 제도가 추가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요구에 가장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유한계급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계급인 것이다.
사회적 진화에서 유한계급의 기능은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지연시키는 것이고 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보존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공인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것이다. 그런 혐오 증세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것으로서 오로지 상황의 압박에 의해서만 극복 가능하다. ... 유한계급이나 평범한 계급이나 ... 현상유지를 하려는 동기의 강도가 다르다기보다는 변화를 압박하는 경제적 힘에 노출된 정도가 다를 뿐인 것이다.
부유한 계급의 보수주의는 너무나 현저한 특징이어서 때때로 명성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보수주의자는 부유하고 그래서 명성 높은 계급의 특징적 사상이므로, 그 사상 자체가 명예로운 혹은 장식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 따라서 사회적 명성의 관점에서 볼 때 흠없는 삶을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이 사상을 선택해야 된다. 보수주의는 상류계급의 특징이므로 당연히 사람의 품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대로 혁신은 하층 계급의 현상이므로 천박한 것이다. 바로 이 천박하다는 인식 때문에 우리는 모든 사회적 혁신을 본능적인 혐오와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이 내놓은 혁신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인식할 때조차도 사람들은 그 혁신 제창자가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자이고 또 그와의 사교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그런 사실부터 먼저 의식하는 것이다. 그 결과 혁신마저도 덩달아 나쁜 것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혁신에 대한 혐오감은 낯선 생활양식을 거부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공인된 생활 이론의 재조정 과정은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요구한다. ... 이 과정은 상당한 에너지의 소비를 효구하고 또 성공적으로 정착이 되려면 일용할 빵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영양부족과 과도한 신체적 노동 등의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은 진보를 멀리하게 되는데, 그 효과는 아예 혁신의 싹을 잘라버림으로써 불만을 해소하는 사치스럽고 부유한 계급의 사람들 못지않게 진보를 방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아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보수가 된다. 그들은 내일 모레를 위해 깊은 생각을 해볼 여유가 없다. 이것은 아주 부자인 사람이 현재 상태에 불만을 품을 이유가 별로 없어서 보수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따라서 유한계급은 하위계급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이 생계의 수단을 빼앗아 그 계급의 소비와 가용 에너지를 축소시킴으로써 그 계급을 보수로 만든다. ... 금전적 사다리의 맨 위층에서 벌어지는 부의 축적은 곧 그 사다리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박탈을 의미한다.
더욱이 잉여 에너지 또한 과시적 소비나 과시적 축적을 위한 재화의 획득 쪽으로 투입된다. 그 결과, 금전적 품위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1] 과시적 소비 이외의 다른 최소 생계 수단은 별로 남지 않게 된다.
[2] 최소한의 신체적 필요를 충족시킨 후 남는 잉여 에너지가 금전적 품위를 위해 투입된다.
어떤 특정한 시점의 주도적인 상황 아래에서, 유한계급은 특혜 받는 입장에 있으며, 기존 질서로부터의 이탈은 유한계급에게 손해를 주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유한계급이 제도적 성장을 유도하는 데에는 일관성이 있는데, 유한계급의 경제생활을 형성하는 금전적 목적에 알맞은 산업의 성장을 노리는 것이다.
이런 금전을 매개로 하는 제도적 구조와 그 구조의 개선이 가져오는 직접적인 효과는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약탈(착취)을 더욱 순조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자산가 계급이 자신의 금전적 이해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업 거래의 각종 보장적 제도를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그 제도가 사회의 안전을 가져오고, 자산가 계급은 자신이 직접 회사를 운영하지 않아도 주식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얼마든지 많은 금전적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더 이상 회사 운영에 개입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저자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현대 주식회사의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 옮긴이)
제9장 태곳적 특징의 보존
유한계급의 인간성을 형성하는 일반적 경향은 정신적 생존과 회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본질적으로 정신 발달의 정지이다.
장두-금발 유형은 단두-흑발 유형, 특히 지중해 유형보다 더 약탈적 기질을 보인다. 설사 약탈적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더 폭력적 성향을 보인다.
평화로운 문화에서 약탈 문화로 이행하는 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제 생존 경쟁은 환경에 대한 집단의 투쟁이 아니라, 인간들을 상대로 하는 투쟁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집단 구성원 간의 적대감과 적대 의식이 더욱 증가했다.
평화적 자질을 더 적게 가진 개인일수록 경쟁 체제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양심, 동정, 정직, 인명에 대한 존중 등에서 자유로울수록 그 개인은 금전 문화 내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부나 권력의 측면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이런 유형이다. 부와 권력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더러 평화적 기질은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침이라는 건 비좁은 한도 내에서만 적용되는 말이며, 사회 구성원들이 디킨스의 소설 주인공 피크위크 같이 착하고 너그러운 인물들로만 구성되어 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약탈적인 문화 단계와 그 다음 문화 단계들을 특징짓는 신분제 사회에서 가장 잘 생존할 수 있는 타입의 특징은 - 다소 노골적으로 말해 보자면 - 용맹함, 이기심, 배타성, 부정직함 등인데 한마디로 폭력과 기만이라 할 수 있다.
장두-금발 유럽 남자는 최근 문화에서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데, 이렇게 된 데에는 그그들이 이례적일 정도로 약탈 문화의 인간성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풍부한 육체적 에너지의 기질과 함께 그 해당 인종 집단을 유한계급 혹은 주인 계급의 위치에 밀어 올렸다.
계급이나 집단의 성공은 배타성, 최고위직에 대한 충성, 주의(원리)主義의 철저한 준수 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반면 경쟁적 개인은 야만인의 에너지, 진취성, 자기 본위, 부정직함에다 야만인 같은 충성심 부재나 집단의식 부족을 가미하면 그 개인의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다.
약탈적인 생활습관에서 얻어진 기질은 경쟁 체제 아래서 개인의 생존과 충만한 생활을 도와준다. 동시에 이런 기질은 집단의 생활이 대체로 다른 집단과 적대적으로 경쟁하는 경우에도 집단의 생존과 성공을 도와준다.
경쟁 체제에서 현대 산업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 경쟁하는 사이다.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양심을 내팽개치고 동료를 해치는 행동을 해야만 개인적이고 즉각적인 이득을 가장 잘 얻을 수 있다.
금전적 일자리 훈련은 약탈적인 적성과 추진력을 확실하게 보존하고 양성한다. 이런 훈련은 해당 일자리에 종사하는 개인과 계급을 교육하고, 그런 측면에서 부적합한 개인과 그 후손을 억압하고 제거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 즉, 금전적 일자리는 물리적 장악이라는 태곳적 방법보다는 기만에 속하는 여러 실천 방침을 능숙하게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비경제적(비 산업적) 일자리는 대체로 말해서 금전적 일자리로 분류된다. 그런 일자리는 주로 정치, 성직, 군대의 직업이다.
금전적 일자리는 산업적 일자리보다 훨씬 더 높은 정도로 훌륭한 평판을 얻는다. ... 대규모 소유권과 직접 관계된 직업은 경제적 일자리 중 가장 좋은 평판을 얻는다. 그 다음으로 훌륭한 평판을 누리는 일자리는 소유권과 재정에 직접 공헌하는 부류인데, 은행가와 법률가이다. ... 법률가는 교묘한 말로 목적을 달성하거나 저지하는 약탈적인 기만의 세부작업에 독점적으로 종사한다. 따라서 어떤 개인이 법률가로서 성공을 거두면 사람들의 존경과 두려움을 받는 야만적 영리함을 많이 타고났음을 인정받게 된다.
상인들은 고급 욕구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면 저급 욕구에 도움이 되느냐에 준하여 어느 정도 사회적 등급의 높고 낮음이 정해진다.
유한계급으로 통하는 문은 금전적 일자리에 있고, 이런 일자리는 선별과 적응을 통해 개인들을 상층으로 받아들이는데, 약탈적 시험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금전적으로 적합한 후손만이 상류층으로 편입된다. 그러나 그 개인의 비약탈적인 인간성이 격세유전된 사례가 드러나면 보통 상류층에서 제거되어 금전적 하류층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초창기 야만적 단계나 야만적 단계에서 적합성을 시험하는 기준은 노골적인 용맹성이었다. 유한계급에 들어가려는 희망자는 배타성, 육중한 몸, 사나움, 악랄함, 집요하게 목적을 추구하는 끈질김 등을 자질로 갖춰야 했다. ... 선별 과정의 결과 초기 야만적인 유한계급의 지배적인 특징은 대담한 공격성, 예민한 신분 감각, 자유롭게 구사하는 기만술 등이었다.
후기 야만적인 문화에 들어와, 인간 사회는 유사-평화적 신분제 아래 획립된 부의 획득과 소유 방법을 마련했다. ... 기민한 수완과 교묘한 속임수가 부를 획득하고 지키는 방법으로 등장했다. ... 그렇지만 능숙한 공격성과 그것을 지탱하는 육중한 몸, 그리고 무자비할 정도로 충직한 신분 의식 등이 여전히 유한계급의 먼진 특징으로 여겨졌다.
시간이 흘러가서 금전 문화는 오늘날 평화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예측력, 신중함, 교교묘한 속임수 등의 기질과 습관이 금전적 목적에 상대적으로 더 부합하게 되었다.
이제는 유한계급에 편입되는데 필요한 자질은 오로지 금전적 기질뿐이다.
*성공하는 사람과 범죄적 인간의 유사성
자기 목적에 맞게 상품과 사람을 무자비하게 전용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소망, 또 자신의 행동에 훗날에 미칠 영향 등은 냉정하게 무시한다는 점에서 이상적 범죄자와 유사하다. 하지만 그는 신분에 관한 예리한 감각을 갖고 있고, 훗날의 목적을 위해 꾸준히 예측력을 발휘하며 일한다는 점에서 범죄자와는 다르다.
범죄자가 미신을 잘 믿는 경향이 있다는 건 아주 흔하게 발견된다.
귀족적 인생관, 다르게 말해서 태곳적 기질이 전파되는 또다른 중요한 경로는 하인 계급이다. 이들은 주인 계급과의 접촉을 통하여 무엇이 훌륭하고 아름다운지 개념을 정립하게 되는데, 소속 하류층에 그것을 전파한다. ... "그 주인에 그 하인"이라는 말은 대중이 상류층 문화의 많은 요소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말이다.
